백설공주와 사냥꾼
<진영엔딩>: 초록창, 지식인


Q. 안녕하세요, 얼마 전 처음 차를 산 스물 다섯살 여자입니다.

돈도 넉넉하진 않은 운전 초보인데 지금 접촉사고가 났어요.

상대방 차량이 검은색에 R자가 새겨져 있네요. 특이사항이라면 제 차보다 백배는 고급져 보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그냥 차를 버리고 튀어야 할까요,


안면 있어 보이는 차 주인께 무릎 꿇고 비는 게 나을까요?

어느 날의 초록창이었다.


배 진영
"어, 너.."

You
"아하하.. 그.. 배진영..?"

연락 끊긴지 제법 됬는데, 하긴. 동창회도 거절에, 대학 졸업하고 취업준비만 하다 이제야 신입달았으니 바쁜게 당연하지.

하지만 이런 걸 바란 건 아니었다고! 이렇게 하는 재회는 별로란 말이야!


배 진영
"..괜찮아, 안 다쳤어?"

You
"너는? 너는 괜찮고?"

나야 뭐.. 다치지 않았다며 얼버무리는 배진영에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배 진영
"수리비는 걱정하지 말고. 오랜만이니까 데이트나 갈까?"

네? 뭐요?

You
"너 원래 이런 능글맞은 캐릭터였냐.."

글쎄, 그런가 보지. 아, 커피 잘마셔?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다 흐르는 적막이나마 깨야겠다, 하고 입을 열었다.

You
"..피아노 계속 치는 중?"


배 진영
"응, 뭐. 그렇지."

또다시 정적. 조용한 카페 구석자리에서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시간만 흘렀다. 혼자 떠들기도 뭣한데ᆢ, 왜 하필 일대일 만남 신청이어가지곤. 유별이었다.


배 진영
"너는, 사회생활 잘하고 있고?"

You
"..아, 뭐. 그렇지."

간만에 차 끌고 나왔는데 그래도 배진영이라 다행이었다. 후, 차 몇 번 안타보고 폐차될 뻔.

You
"근데 수리비는 왜?"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기에 아직 풍족하지 않은 생활임을 나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 쓸데없이 호의를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배 진영
"...여자니까?"

You
"..그거 차별적 발언?"

그런 애로 안 봤는데, 하고 눈을 가로로 샐쭉 늘였다. 푸흡, 하고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젓는 배진영에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배 진영
"굳이 그렇다기보다는, 동창이라서..는 아니고."

너니까. 그 여자가 너라서. 오글거렸다. 응, 정말이지 오글거렸다. 원체 이런 걸 버티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인터넷 소설 속 남주인공 같았달까나.


배 진영
"전화번호나 주라. 수리비는 괜찮으니까 밥 한번 같이 먹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람보르님께서 가셨는데 무슨 밥 한번이 대수라고!

오글남에서 호감도가 수직상승했다. 갑부 동창님 최고!

Q. 네, 저번 질문은 친절하신 답변 덕에 잘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연애고자로서 묻는 말이긴 합니다만,

동창과 자기전까지 통화하고, 주말마다 만나는 것 정도는 평범한 거죠? 내공 겁니다.


배 진영
ㅡ 그래서. 부장이 그렇게 싫었어? 나빴네. 그지.

You
"그렇다니까. 하여간 답답이."

그날 이후로 뭐, 평범하게 전화번호 교환과 몇 번의 만남으로 다시, 아니 어쩌면 이전보다 더 많이 친해졌다.

가끔은 집앞에서도 보고, 영화도 보다가, 그렇걱 집까지 데려다주는 배진영과 인사를 하면, 잘 때까지 통화를 하고.

아주 평범한 루트지 아니한가!

아무래도 남녀 사이에 친구란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건전하게 노는 것도 재주다, 싶으며 배진영과의 통화를 마쳤다.

You
"내일 동창회라고 했지."

팩하고 자야겠다. 아, 귀찮아.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손이 책상 끝으로 더듬더듬 닿았다. 피부가 생명이니까!

근데 이거, 무슨 사이지.

본인만 모르는 추측이 난무하는 밤이었다.

한 시간에 걸쳐 풀메이크업을 완성했다. 해봐야 아이라인에 몇 가지가 전부지만, 손 쓰는 걸 워낙 못해야지. 나에게 뷰러는 20분 안에 찝히기 라도 하면 기적이었으니 말이다.

You
"옷은.. 예쁜 거.."

아껴두었던 원피스를 꺼내들었다. 와, 좀 예쁜데. 자존감이 올라가는 소리에 입꼬리도 함께 승천하고 있었다.

그래, 이런 게 바로!

..?

바로..

데이트인가?

말도 안돼. 잠시만,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애매한 배진영과의 관계를 떠올렸다.

You
"나는 뭔데 이렇게 꾸미고.. 걔는 뭔데 손을 잡지?"

음, 고딩 때 어렴풋이 남는 기억으로는 더 심한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애써 그 일을 덮고 최근 유독 스킨십이 잦아진 배진영을 떠올렸다.

이어서 내 모습도 같이.

You
"..사귀는 거 같잖아."

유난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동창회 가기전에 좀 만나서 노는건데 뭐 어때!



배 진영
"왔어? 치마말고 바지입지. 다리 보이게."

You
"어, 어.."

음, 오늘따라 배진영이 이상했다.ㅡ원래 이상했지만ㅡ

You
"무서운 영화 못보는데."


배 진영
"그래서, 나만 보라고."

이러는가 하면.


배 진영
"이거 덮고."

겉옷을 벗어서 나에게 덮어주질 않나, 없는 매너까지 들어낸 모양이었다.

You
"시간 됬다. 이제 가자- 애들보러."


배 진영
"..아쉽다."

You
"너 오늘따라 나 많이 챙겨주고 아주.. 엄청 잘해주는데?"


배 진영
"..난 원래 너한테는 잘했어."

술 적당히 먹으라며 내 미간을 꾹 누르는 그에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짜집기하니 어느새 첫 고등학교 동창회에 도착해있었다.


배 주현
"와! 왔다!"

"오- 둘이 결국 그렇게 됬냐?"

참. 고등학교 동창회 온 거 처음인데.

머뭇거리며 옆에서 가만히 물만 먹고 있으니 전 반장 배주현이 먼저 말을 걸었다.


배 주현
"마시자! 나 같이 먹을 사람 없어-"

여기가 시초였다.

"마셔라!"

퍼붓고 퍼부으니 속이 버리다 못해 위가 뚫릴 것 같이 메스꺼웠다. 으아, 진짜 싫은데 왜 이렇게 먹히지.


배 주현
"에헤헤- 술 잘 마시네..?"

이미 취한 배주현을 상대하기도 벅찬데 나마저 술기운이 올라오니, 환장할 노릇이라 몰래 자리를 벗어나려던 찰나.



배 주현
"너어- 왜 동창회 안 나와써.. 배진영이 바쁜데.. 너 번호도 없고 그래서.. 너 땜에 매번 출석체크했는데.."

You
"..배진영이?"

멀쩡한 상태로 바쁘게 계산과 아이들 몇을 깨우는 채 허둥지둥하는 배진영에 예전 무뚝뚝했던 모습이 겹쳤다. 성격도 좀 유해진 것 같고..,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심장이 빨리 뛴 것 같았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겠다.


배 주현
"그으럼! 너 보겠다고 애가 다정한 말투 연습도 하고오.. 이제 사귀는 구나.. 잘.. 어울ㄹ..."

말하다가 잠들면 어떡해! 뒷 얘기가 한창 궁금해지니 홍조가 조금 오른 상태로 나도 알딸딸하는 기분을 느꼈다. 생각많이 하면 이렇게 되는데..

잠시 뜸을 들이며 대답을 늦추었다 해사하게 웃는 배진영이었다.


배 진영
"너라도 나가자."

다행히 집에는 무사히 갈 수 있겠다!

You
"어흐.. 취한다.. 좀만 쉬었다 가자.."

다리가 저려 공원 벤치에 눌러 앉아 등판을 기대었다. 이제야 막 얼굴에 눌러붙은 머리카락들을 손가락으로 정리해주는 배진영에 부정맥인가, 심장이 왜 이러지.

하며 억지로 시선을 옮겼다. 취기가 적당히 올라와서 그런가.

용기를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You
"야. 배진영.."


배 진영
"응, 말해."

You
"..우리는 무슨 사이지."

하는 짓은 애인이래, 주위에서 다. 근데 이거 언제부터가 시작인지 모르겠어.


배 진영
"..내가 너를 좋아하는 사이."

소위 말하는 짝사랑.

You
"..아닌데. 짝, 사랑.. 아닌데."

나오려는 딸꾹질을 입 안에서 삼켰다. 끅, 끅. 이상해.


배 진영
"나 술 취한 상태로 고백하기 싫은데."

You
"그으럼, 내가 먼저."

배진영이 두개, 세개. 필름도 끊기지 않았는데 왠지 눈앞이 핑 돌았다.

You
"좋아해.. 이제 진짜아.. 나랑 사귀자.."

툭, 쓰러졌다.

You
"와, 씨. 잠깐만."

저기요. 질문 바꿀게요.

좋아하는 이성끼리 서로 같은 침대에서 일어났네요.

동창으로는 안 보이고,

눈앞에는 늑대 한 마리가 있어요.

급해요. 어떡하죠?

차마 올라가지 못한 질문이었다.


배 진영
"..깼네."

You
"이거 뭐야. ..옷은 입고 있는데."


배 진영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나는 내 여친 함부로 안 건드려."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지적해야되는거지.

You
"..뭐라고."


배 진영
"짝사랑 아니라며."


맞사랑.

하트를 그려낸 배진영이었다.

A. 늑대가 워너원을 닮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사귀도록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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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떤,,... 이런 똥글 가져와서 죄송함니다..ㅏ..


작가(?)
진영이 미안하고오.. 참, 외전이 있습니다^*^ 완결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