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와 사냥꾼

<민현엔딩>: 네라고만 대답해주세요.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깔끔한 옷차림을 하며 길을 나섰다. 첫 출근이니까 신경써야겠지.

몇 년이 지나서나 변함이 없었다. 하던 공부를 계속해서 재수까지 해가며 의대를 택했고, 27이라는 나이가 되도록 죽어라 열심히 살았다.

예전 그 집도 탈출한 지 꽤 되었고 말이다. 생활환경은 확실히 눈에 띄게 발전하여서 그럴까. 컨디션 조절도 나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You

"..칼도 언젠가 한 번은 만져야 할 수도."

선단공포증은 죽어도 못 이겨내겠어서 정신과의사를 택한 건 어느정도 한계에 치였지만,

의사라는 거 해보는 게 어디야.

넉넉히 시간을 잡고 병원을 향했다. 레지던트 과정을 한국병원에서 하는 것은 순전히 운이었지만ᆢ 큰 병원에서 한 건이라도 실적을 남기면 정식과정이 편할테니 고생 한 번 해보자며 다짐했다.

로비를 거쳐 정신과를 향했다. 긴장된다. 말 그대로 몸이 떨리는 것이, 웃어넘기기도 힘든 상황에 표정에 힘을 팍 준 채 허리를 굽혀가며 인사를 하고다녔다.

진짜, 개힘들어.

위로가 필요했다.

You

"마지막이 응급실 진료보는 거구나."

녹초가 되어 막 응급실 문을 열었다. 레지던트라고 막 편한 건 아니라고, 그렇게 알고 있긴 했지만 어리버리했던 인턴 때보다 더 빡센 것 같네.

구석에서 겨우 쉬는타임을 맞아 벽에 기대어 눈을 감으니 인기척이 느껴졌다.

스르르 감은 눈을 뜨니 익숙한 인영이 흐린 눈 속으로 들어와 머리를 쓸어넘기고 미간을 찡그리니,

푸스스 웃는 민현이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You

"..아, 안녕하세요. 레지던트 첫 출근한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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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나 기억 안나요?"

모르는 척 고개를 숙이고 파리해진 입술을 씹었다. 역시나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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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못 알아보는 구나. 괜찮아요, 내가 기억하니까. 흉터도 거의 없어졌고, 학생도 아니고."

티 나지 않게 가운을 끌어내려 희미해진 흉을 가렸다.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헤어진 걸까하는 오만가지 생각을 되뇌고 있으니 민현이 예쁘게 입꼬리로 호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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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나 외과의사 달았어요. 내 이름 대고 외과 놀러와요."

이상한 날이었다.

죽을 듯 힘든데 엉겹게 본 그리운사람에

잊고 있던, 아니.

묻어두었던 것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황 민현 image

황 민현

"그래서요-"

You

"이제 그만 가보세요. 점심시간 다 지납니다."

피, 괜찮은데. 이렇게 어린 애같은 사람이었나, 원래. 막 어른스러웠는데 말이다. 범접 불가능한 그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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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점심 같이 먹어요!"

네네, 백설공주님은 많이 달라지셨네요. 잊으려 했던 기억들이 샘솟았다.

쾌활해진 성격이 아마도 그 사람을 닮은 걸까요. 확신은 못하지만 그럴 것 같아서, 함부로 말을 못하겠어요. 맞을까봐.

You

"다음은-, 병동 5실 도네요."

여기는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 걸음을 재촉해 병동 문을 여니 안면이 있는 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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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영

"바뀐 선생님인가 봐요! 저번 쌤 싫었는데."

날 잊었나보다. 자주 마주치지도 않았으니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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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영

"..선생님 이름이.."

나를 올려다 보는 여자의 환자복명찰과 차트를 보니 박수영이라 적힌 칸에 몰두하니 내 이름을 언급하는 것에 숙였던 머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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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영

"황민현 짝사랑,.."

뭐라는 건지. 금세 진지했던 표정을 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별 문제도 없어보이는데 왜 이곳에 갇힌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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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영

"내가요, 고 2때 자살시도를 했어요. 왼쪽팔목에. 지금은 거의 없어졌는데 그때부터 병원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갔어요."

가봐야 겨우 병원 앞 정원이고. 거기서 거기지만. 그게 너무 싫어서 반년에 한 번씩 꼬박꼬박 난리를 쳤는데, 아직도 못 나갔어요. 그 짓하지 말걸.

You

"..치료 잘 받으면 시내데이트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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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영

"오.., 쌤 진짜 착한가보네요. 다른 쌤들은 다 무시했는데."

재잘거리는 수영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곤 점심을 먹는 것까지 확인하고 차트에 특이사항을 적었다.

'외로움을 웃음으로 감추려 함. 누군가 곁에 있음을 바람.'

불안한 것을 미소로 가렸지만서도 수영의 마음이 비쳤다.

외로움이 생각보다 쉽게 눈에 띄는구나.

나도 그럴까, 그럼.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박 수영 image

박 수영

"와.. 밖에 나온 거 진짜 오랜만이다. 약속 지켜준 거 쌤 밖에 없어요!"

You

"저 쉬는김에 나온거니까요. 카페도 가고 영화도 보고 합시다. 가고 싶은 곳은 있어요?"

음- 난 공원산책만 해도 좋은데.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에? 누구요? 저기이- 오네요.

You

"..? 민현 쌤?"

황 민현 image

황 민현

"박수영 고맙다. 어흐, 숨차. 나도 오늘 월차요. 같이 놉시다."

장화신은 고양이 눈을 하고 빤히 나를 보는 수영에 이마를 짚었다. 네, 그래요. 두 분 데이트 도와드립니다 제가.

You

"제가 중간에 빠져드리면 되죠?"

귓속말로 수영에게 슬쩍 건네니 고개를 젓고 팔짱을 끼며 하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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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영

"절-대 안 돼요! 셋이서 놀기로 했으니까 계속 같이 있어요!"

라고 떼 쓰는 아이처럼 하는 게 귀여워 그냥 같이 다녔다. 예쁜 여자한테는 면역이 없어서 큰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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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영

"옷 사요! 원피스 쌤한테 진짜 잘 어울리겠다!"

You

"죄송한데요, 전 화려한 거 싫어합니다."

머리를 쓰다듬고 웃으며 말했더니 꽃무늬 원피스를 양손에 들고 입어보라며 길거리 가게마다 치마란 치마를 다 골라 나에게 밀어붙이는 수영에 해탈한 마음으로 취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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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영

"쌤 진료 때도 매번 바지만 입고 있어서 보고싶었는데-,"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어째 애같다 진짜, 하며 있으니 옆에서 민현이 동그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You

"영화나 보죠. 장르는?"

박 수영 image

박 수영

"나, 나! 공포공포!"

You

"완전 통했네요. 호러 갑시다."

눈치 없이 끼는 것 같으니까 영화관 앞에서 가야겠다.

다짐하고 뒤쳐져 걷는 민현의 옷 소매를 잡고 끌었다. 빨리 와요, 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잊지 않고.

You

"..못 보면 말을 하시죠."

얼떨결에 빼지 못하고 타이밍을 재다 따라들어와 버린 영화관에서 귀신 영화를 보자마자 몸이 굳은 민현에 일부러 말을 시켰다.

You

"지금 무서우니까 눈 감고 있어요."

손바닥으로 민현의 눈 앞을 덮어주었다. 이러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했던 건데 긴 속눈썹이 손 끝에 조금씩 간지럽게 닿았다.

지루해. 시간이 흐르니 별로 무섭지도 않아서 그 상태로 잠에 들었다.

일어났더니 얼마나 잔걸까, 중반을 달리던 영화는 끝을 맺었고, 옆에 앉아있던 수영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민현의 자켓을 무릎에 걸친 채 곤히도 잠들어있는 내가 이제까지 한 짓중에 제일 못났다며 자책하고 있으니 민현이 나를 툭 치며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You

"수영 씨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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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먼저 갔어요. 병동에서도 전화 왔고, 걱정 하지 말고 이젠 나랑 산책 좀 해줘요."

무슨 전개인가 이것은. 멀뚱멀뚱 있으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공원을 걷고 있었다. 여기가ᆢ 그 책 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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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내가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여자가 있는데요,"

수영의 이야기구나. 단박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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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나는 그 사람이 너무 어리고 예뻐서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서, 서툴게 달래는 것 밖에는 해주질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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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그래서 그런가, 그 사람이 이제 나를 기억 못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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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처음엔 첫사랑이랑 닮아서 그런가 했는데, 첫사랑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그 사람이 떠오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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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나 알아봐주길 바랬는데, 잊었데요. 알고 보니까 취향도 거짓말이었던 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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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미운 게 아니라 후회되더라구요. 첫사랑이랑 닮아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은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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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어쩌면 그 사람이 내 첫사랑일지 모르겠어요."

You

"..네."

무슨 이야기지. 수영이 첫사랑이 아니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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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내가 그래서 그 사람한테 한 번 용기 내보려고요."

이제 어리지도 않아서. 더 예뻐졌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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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네라고만 대답해주세요."

You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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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당신이에요."

You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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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나 잊어버린 거면, 내가 더 예쁜 기억 많이 만들어줄게요."

You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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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나랑 사귀어 주실래요?"

You

".."

당황스러웠다. 확실히 당황한 티가 나고 있을 것이다.

잊은 척, 모른 척했는데.

그게ᆢ, 아니었구나.

그냥, 서툰 거였구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나왔다.

You

"네."

서로를 마주보았다.

백설공주 책이 빈 자리에 들어서 있었다. 누군가 가져갔나했더니 다시 꽂혀있었다. 결말. 결말이 어떻게 되더라. 끝장을 펼쳤다.

'이 책의 저자인 나는 그래서, 비극적인 사냥꾼의 사랑을 기리려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를 원한다.'

'비록 글 속에서 이어지지 않았다지만,'

'이 책을 읽는 당신의 엔딩은 해피엔딩이기를 바란다.'

'사냥꾼과 백설공주의 아름다운 사랑을 응원하며,'

'저자- 무명(no name) 씀.'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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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아직 끝이 아니에효오!!! 민현엔딩이 제목이다시피 진영/재환엔딩도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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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또 외전도 있으니 아마 완벽한 완결은 좀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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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민현엔딩에서는 레지던트가 된 27살 여주..♡ 걸크러쉬를 폭발시켰죠..?(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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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다른 엔딩도 남았으니 그 때까지 또다시 정☆주☆행☆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