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任(신임) 의 결과

제 86화. 주군과 호위

그렇게 성재의 마지막 숨이 넘어갔다.

민혁 image

민혁

아..안돼...안돼!!

민혁이 토해낸 울음섞인 절규는 온 마을을 맴돌았다.

펑펑 내리는 눈은 성재의 몸에 떨어져 그 온기를 점점 식혔다.

성재의 몸 주변에 흘러나온 피는 큰 웅덩이를 만들었고 그 웅덩이에도 어김없이 눈이 떨어졌다.

민혁은 힘이 풀린 채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커다란 눈송이는 민혁의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볼에도 내려앉았다.

첫 만남에서 민혁에게 성재는

'생명의 은인'

이었다.

그리고 호위무사가 되었을 때 민혁에게 성재는

'평생을 충성할 주군'

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이들은 점점

'친구'

가 되었고

그를 넘어

'가족'

이 되었다.

성재가 힘들 때 곁에서 힘이 되어준 존재였고

수차례나 목숨을 살려준 존재였다.

성재가 태어나 평생을 지낸 궁은...

사람을 믿으면 배신당하고

내 이익만을 쫓아야 출세하고

아무도 믿지 않아야 살아남는 곳이었다.

이 살벌한 곳에서 성재는 여러번의 배신 그리고 절망을 경험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잘 알았다.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있는

아니 믿고 싶었던 사람이

민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 사람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겠다 싶었다.

그렇기에 믿고 호위를 맏겼다.

그렇기에...

신임(信任)했다.

민혁은 어느새 피가 흥건해진 마당을 걸어 성재에게 다가갔다.

자신이 걷고 있는 발 아래 흐르는 피가 성재의 것이라는 사실이 민혁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민혁은 가만히 성재에게 다가가 피로 범벅이 된 성재의 얼굴을 본인의 옷으로 닦았다.

그리고 성재를 안아들어 그 핏빛 웅덩이에서 건져올렸다.

민혁 image

민혁

...

민혁 image

민혁

이제..가십시오

"전하께서 무사님을 데려오라고 하셨습니다."

민혁 image

민혁

하아...

민혁 image

민혁

또?

"예. 지금 당장 가시죠."

민혁 image

민혁

잠시만요.

민혁 image

민혁

그래도 주군의 묘는 만들 수 있게 해주십시오.

"......"

"돕겠습니다."

성재가 유배간 곳은 섬이나 다름없었기에 민혁은 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성재를 묻었다.

민혁 image

민혁

......

민혁은 성재의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는 묘 앞에서 절을 두번 하고 술 대신 매실청과 다과를 놓은 뒤 말했다.

민혁 image

민혁

아직 술은 쓸 듯하여...

*'제 67화 쓴맛' 참고

민혁 image

민혁

제대로 된 상례는 치르지 못하여 송구합니다.

민혁 image

민혁

부디...그곳에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민혁 image

민혁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민혁 image

민혁

이 묘에 풀이 무성하게 날 때 쯤 풀을 뽑으러 돌아오겠습니다.

그렇게 민혁은 금부도사 왕방연과 함께 한양으로 떠났다.

민혁 image

민혁

저..잠시만요.

민혁 image

민혁

요 근처에 바다가 있는데 잠시 들려도 될까요?

"......"

"그래요."

민혁 image

민혁

감사합니다.

바다에 도착한 민혁은 절벽 위에서 바닷바람을 쐤다.

그리고 아까 주머니에 넣어둔 성재의 머리카락을 꺼냈다.

민혁이 손에 힘을 빼자 머리카락은 바닷바람에 흩날려 멀리 바다쪽으로 날아갔다.

민혁 image

민혁

......

민혁 image

민혁

죄송합니다.

민혁 image

민혁

허나 이렇게나마 바다를 다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민혁 image

민혁

여전히 파도소리, 짭짤한 냄새가 좋네요.

{이 파도소리, 짭짤한 냄새, 너무 다 좋아요.}

성재가 바다를 처음 봤을때 한 말이었다.

민혁 image

민혁

이젠 바닷바람과 함께 누구보다 자유로워 지셨겠지요?

민혁 image

민혁

조금만...기다리시면 곧 따라가 뵙겠습니다.

민혁 image

민혁

올해가...제게도 마지막 해인 것 같네요.

민혁 image

민혁

어의가 7년..이랬으니까

민혁 image

민혁

올해네요.

*'제 28화 시한부' 참고

남준 image

남준

어. 왔나?

민혁 image

민혁

...

남준 image

남준

별일 아니다.

남준 image

남준

너도 관군이고 임무가 끝났으니 부른 것 뿐이다.

민혁 image

민혁

...

남준 image

남준

오늘은 일단 쉬어라.

남준 image

남준

먼 길을 왔으니...

남준 image

남준

집은 미리 마련해 두었다.

민혁 image

민혁

...

민혁 image

민혁

물러나겠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