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라는 폭력.
14화. 너 때문에 내가 너무 아파 02


나는 이상하게도 썩어가는 주연하의 표정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무언가 흥미 없던 것에 흥미가 생긴 것 처럼.

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변백현이 이런 말을 해도 여전히 여자 주인공은 주연하였으니까. 내게 이렇게 말을 해놓고 또, 뒤에서 주연하를 챙겨주겠지. 그러면서도 설레는 나는 뭐냐고….. 진짜 바보 같다.


조연비
“안 아프니까 그냥 연하랑 대화하라고. 그리고 더 이상 내게 신경 안 써줬으면 좋겠어.”

그대로 다시 고개를 파 묻었다. 그러자 변백현은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 변백현에 내가 먼저 떠났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찬열 반으로 향했다. 뒤에서 변백현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려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멈출 뻔했다. 하지만 난 절대 내 자신을 힘들게 하지않을 것이다.

변백현의 목소리에도 나는 걸어갔다. 정확히는 뛰어갔다. 그래도 변백현과 주연하 앞에서 추한 꼴은 못 보이니 정말 교실 안에서 벗어날 때까지는 걸어갔다.

그리고는…..교실을 나가자 마자 나는 뛰어갔다. 절대 박찬열 반으로 가지 않았다. 지금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화장실로 들어 갔다. 분명 화장실에서 주연하에게 수치심 드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멍청하게도 또 들어갔다.


조연비
“흐….흑….흐…..”

그리고 나는 멍청하게도 울었다. 뭐가 그렇게 슬펐을 까. 뭐가 그렇게 울고 싶었을 까. 왜 내 초라한 눈에서 눈물이 나는 걸 까. 꼭 내가 울어야만 할 상황일 까. 이 쓸모 없는 눈물은 누구를 위해 흘리는 걸 까.

나를 위해? 아님, 주연하를 위해? 아니지. 내가 왜 주연하를 위해 우는 거지? 나는 날 위해 우는 건데. 어째서 그런 내 눈물을 보고 주연하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찾는 거지? 나도 못 찾는 자존심을….

어째서? 남의 눈물을 보고 뿌듯해 하며 자신이 우월하다는 듯이 느끼는 거지…?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 생각을 말할 수 없었다.


주연하
“아, 시발년…”

숨을 죽이고 울음을 참고 있었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주연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많이 듣던 그 어여쁜 목소리가 아닌 가끔씩 들리는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

내 고막을 찢는 것 같았다. 나는 더욱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이 장소에 내가 없다고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저번과 똑같이 멍청하게 칸막이 안에 숨어 조용히 듣고 있었다.


주연하
“아, 존나 짜증나. 자기가 뭐가 되는 줄 알고 있나 봐….어이 없어..”


김주아
“왜??”


주연하
“아니, 우리 백현이가 챙겨 주겠다는 데….시발……존나 지랄을 하는 거야…..”


김주아
“미친…..무슨 자신감이냐?”


주연하
“몰라..존나 여우 같애….옆 반에 박찬열 있잖아! 너 박찬열 좋아하지..?”


김주아
“응…”


주연하
“박찬열도 꼬셨나 봐……미친 년이..”


김주아
“시발년……이름이 뭐라고? 조연비? 개새끼가….”

또 다시 내 이름과 욕설이 귀를 파고 들었다. 다시 눈물이 나왔다. 힘들게 진정시킨 눈물이 다시 나오기 시작하며 내 입을 막고 있던 손을 파고 들어 목소리까지 나왔다. 나는 더욱 입을 손으로 막았다.

새어 나오면 안 된다. 새어 나오면 안 된다. 새어 나오면 안 된다. 이 말만 계속 반복했다. 절대 안 된다. 주연하에게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려 주면 안 된다. 하지만……계속 해서 주연하는 날 욕했고 나는 더 이상 못 참았다.

소매로 눈물을 벅벅 닦고 날 숨겨주던 칸막이 안에서 나갔다. 아주 당당하게.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것처럼. 맞다,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변백현을 좋아하는 건 내 마음이지만 나는 변백현의 마음까지 바란 적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변백현 행동도 바란 적이 없다.

박찬열에게 나는 친구가 되주라는 말도 안 했고, 바란 적도 없었다. 내게 말을 먼저 건 사람은 변백현과 박찬열. 내가 먼저 건 적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나는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변백현은 탓 했지만…..그래도 진심으로 탓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탓하고도 싶지 않았다.

하지만 왜 모두 내가 먼저 했다고 하는 거야….. 나는 한 적이 없어. 그리고 그렇게 튀는 행동도 안 했고, 하고 싶지도 않다.

근데 왜 어째서 나만 욕하는 거야? 왜 내가 욕 들어야 하는 거야? 나는 바라지 않았는 데…. 왜? 왜?!!!!!!!!! 내 마음 속에서 퍼져 울려 나왔다. 제발 너의 뜻을 떳떳하게 말하라고. 그리고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따랐다.


조연비
“너네 뭐야?”

처음으로 떨지 않고 말했다. 당당하게 내 뜻을 말했다. 그 것도 여자 주인공인 주연하에게. 떨지 않고 처음으로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처음엔 놀란 듯 큰 눈으로 날 쳐다보던 그 둘은 금방 나를 하찮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런 눈 길에 내 자존심을 짓 밟혔지만 난 멈추지 않았다.


조연비
“너네 뭔 데?! 그렇게 나를 욕해도 돼? 난 잘 못 한 것이 없어!!! 변백현에게도 말 걸어주라고도 않 했고! 그 닥 튀지도 않았어!!! 나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나에게 말을 걸어준 거 잖아!! 내가 바랬어? 바랬냐고!!! 난 안 바랬어..


조연비
근데 너네들이 온 거 잖아!! 원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억지로 말 걸고…..그런 사람들은 너네 잖아!!!! 그냥 내가 싫으면 내 앞에서 말해! 이렇게 몰래 뒤 담까지 말고……그리고 난 잘 못 한 거 하나도 없어.”

그 길로 나는 화장실을 빠져 나왔다. 아니 빠져 나오고 싶었다. 그들을 지나칠 때 주연하는 내 팔 목을 잡고 던져 버렸다. 나는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넘어졌고 온 몸이 부딫혔다.

고개를 들어 주연하를 쳐다보니 주연하는 하찮다는 듯이 비웃고 있었다. 나는 자존심이 짓 밟혔다. 일어나려고 노력을 했지만 주연하가 내 손을 밟았다.


조연비
“아!!!”


주연하
“그냥 닥치고 있으면 될 것이지…굳이 나대가지고는. 잘못을 안 했다고? 네 존재 자체가 잘못이야... 그냥 내 눈에도 백현이 눈에도 띄지 말고 조용히 살아.


주연하
아, 그리고 내 친구가 박찬열 좋아하니까 박찬열 눈에도 띄지 않게 살아. 한 번이라고 띄면….죽여버릴 거니까. 너도 알잖아.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누군지….사람 한 명 죽이는 거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그럼 잘 울고 있어…”

주연하는 이 말을 끝으로 화장실에서 나갔다. 주연하와 주연하 친구가 나가자 내 눈에는 다시 눈물이 흘렀다. 눈에서 시작한 물은 볼을 타고 턱선으로 흘러 뚝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