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관전중

그럴 거면 나를 버려

피 줄줄 흘리는 머리를 꼬옥 누르고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움직이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뭐 아프면 보건실을 가라! 나간다고 치료도 못 받냐! 할 수도 있지만은, 조지안이 내 사정을 듣더니 이대휘를 불러오겠다며 있어 보라고 학교로 달려갔기 때문이다.

너무 다급하고 격한 표정으로 달려가길래 차마 할 말도 없이 어어, 그래. 잘 가라. 하고 배웅해줬다.

가만히 뒤통수를 부여잡고 무슨 생각을 하지… 하고 있으려니까 문득 떠오르는 한 가지가 있었다.

며칠 후면 학교에서 나가게 될 텐데 내가 여태까지 짜 놓은 구상이 세상에… 거의 하나도 없잖아?

나의 계획부족력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그를 위한 스토리를 대충 짜 놓아야 했기에, 나는 미러 곁의 풀숲 위에 앉아 몸을 앞뒤로 흔들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학교 탈출, 학교 탈출. 흐음.

우선 이번에 우리 악녀저스 엔드 스쿨에 새로이 합류하게 된 지안이가 황녀 이여주의 어그로를 끌어 준다. 능력이 환각이라니 잠깐 톡 속이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

그 틈을 타서 나는 잽싸게 이여주를 죽이는 척 하지만 실패한다. 뭐 한예화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무기 컬렉션 중 독약 같은 거 대충 하나 뽑아다가.

엑스트라 애들이 잘 속아 줬으면 좋겠다, 아니 걔넨 잘 속을 거다. 막, 모야모야 쟤 쓰레기 아니야? 하면서. 그럼 난 속으로 마구 비웃는 거지.

에라이 이 새끼들아! 내 능력이 눈 마주치면 사람 죽이는 건데 뭣하러 독 약을 쓰겠냐! 하면서.

상상만 해도 막 웃음이 나온다, 우리 바보 같은 엑스트라들. 개별적인 뇌를 안 가지고 있어서 참 다행이구나.

아무튼 독약을 뿌리거나 먹이려다 의도적으로, 자연스럽게 바닥에 챙강 떨구면서 나는 김태형에게 붙잡혀 싸움을 하는 척 끌려나간다.

그리고는 여느 악녀가 그렇듯 스토리에서 내쫓아지는 것이다. 오케이, 완벽! 이 정도면 이 소설 세계에서 남들 못지않은 소설 장면들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또 그렇게 하면 이여주는 남주 그대로 유지해서 해피 엔딩, 나는 매일 나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여러 위험들에서 살아남아서 해피 엔딩이다.

이여주를 구하는 척 하여 김태형과 이여주의 관계를 전처럼 흔한 두근두근 연애 소설의 남주와 여주로 되돌려 주는 건 덤.

이 정도면 나도 서브 여주인 듯. 악녀 된 바 이렇게 여주 한 명 도와주기 쉽지 않다, 착한 나!

그나저나 이렇게 계획을 짜니 꿀럭거리던 피가 굳으려 했다. 이거 좀 위험한데. 뇌 안에서 피 굳으면 큰일 나지 않나? 아, 뇌 안에는 피가 없나?

가만히 배운 인체를 복습하고 있으려던 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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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휘

한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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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이고 이 무슨….

안녕이라든지 뭐 아무튼 할 수 있는 첫인사들은 싸그리 배제하고 이대휘는 앉아 있는 나에게 빔 같은 걸 쐈다. 하얗고 하얗고, 뭐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까지도 보이는.

오, 이 하얀 빛의 광선같이 생긴 건 그 말로만 듣던 힐링 빔! 몸과 마음이 모두 깨끗해진다는 그런!

…하는 인터넷 소설의 말들은 다 엄청난 상술과 구라들이었다. 뭐? 마음을 꺠끗하게 해 줘? 개 소리 하네.

간단히 표현하자면 드럽고, 자세히 설명하자면 몸을 옥죄는 느낌의 힐링이었다. 몸에다 대고 개미들이 땅 파는 것 같다.

으으 머리에 바느질 하는 느낌이야. 찍힌 부분 사이사이가 꼼꼼하게 메워지는 느낌이 그렇게 썩 좋지는 않았다.

이후 머리가 깔끔하게 치료되고 나서도 이대휘는 나와 조지안에게 한참 설득… 아아니 잔소리를 늘어놓고 갔다.

세상에, 아니 나는 오랜만에 상봉한 우리 어머니인 줄.

니 몸은 니가 챙겨! 나 없으면 치료는 누가 해 줘! 이 말을 얼마나 오랜만에 들은 건지 모르겠다. 내가 막 뛰어다닐 때부터 그럴 줄 알았어, 하는 것도.

아무튼 나는 아까 기획했던 그 안건을 조지안에게 천천히 설명했다.

처음에 그녀는 자신의 친구였던 강다다와 라테아르를 이용하고 이여주를 친다는 것에 엄청난 반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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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아니, 다다를 왜? 라탈은 또 왜! 이여주를 치고 도망가려는 거 아니었어? 왜 우리 애들을 건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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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잠깐만. 너 전정국 좋아하지 않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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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좋아하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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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라테아르 카프도 전정국 좋아하잖아. 니네 왜 안 부딪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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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저, 정국이를 좋아한다고? 라탈이? 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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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처음부터. 이 멍청한 새끼야. 그걸 알고 받아주고 있는 건 줄 알았더니만 그냥 호구였네.

하지만 이내 잘 수긍하고 넘어왔다. 아후, 이 바보 같은 새끼 진짜.

열심히 조지안이 해야 하는 부분과 내가 할 부분을 분담하고 있는데 갑자기 조지안이 말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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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근데, 꼭 이여주를 홀릭시켜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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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게 무슨 소리야? 이여주한테 환각 못 걸어? 아니면, 뭐 또 다른 좋은 방안이 있거나… 이여주한테 직빵으로 거는 게 가장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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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아니, 이여주는 항상 민윤기랑 있잖아. 그리고 이여주는 마인드 킹이 있어서 내가 역으로 당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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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게다가 걔랑 놀 때 이여주의 정신은 온통 민윤기한테 쏠려 있으니까 민윤기한테 환각을 먹이면 더 확실하게 멘탈 부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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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똑똑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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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아니이, 이여주가 민윤기를 너무 좋아하니까.

예상 외로 뇌가 잘 굴러가는 조지안 덕분에 조금 더 좋은 작전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민윤기에게 환각을 거는 걸로.

민윤기 당사자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걔에게 환각을 걸어 이여주만을 그에게 가장 추악한 이미지인 사람으로 보이게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뭐 나한테 예를 들면, 내가 제일 싫어했던 우리 학교 개썅 양아치 새끼 강다니엘…

…아 다시 생각하니까 빡치네. 아무튼 전정국을 걔로 보이게 하는 그런 환각인 셈이 된다. 그걸 민윤기 버전으로 바꿔서.

아무튼 나는 가만 턱을 괴고 고민을 했다. 슬슬 배가 고플 시간이었다.

그런데 문득 또 잡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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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냥 내가 바닥으로 쑤욱 떨어져서 자살했다는 것처럼 위장하면 안 되는 건가? 전정국 도움 받으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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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어떻게 여기서 바닥으로 쑤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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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되잖아. 김태형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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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그건 전정국도 못하는 건데 김태형이 한다고? 그 정도 능력치면 완전 사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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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니, 야. 여기의 능력치는 얼마나 쓰레기같길래, 어? 능력이 하늘 날고 장풍 몇 번 쏘고 육룡이 나르샤 하는 건데 사기 캐야?

그러면 전정국은 대체 뭐하는 애냐, 찐사기캐? 존나 사기캐?

내가 열변을 토로하자 조지안이 가만히 잘 듣고 있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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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근데 예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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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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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육룡이 나르샤가 뭐야?

그렇게 우리는 정말 허무하게 빠빠이 선언을 했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는데, 배가 고파서이다.

작전 다 짜고 할 질문 다 했으니까 그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뭐.

그리고 무엇보다 배가 너무 고팠단 말이야. 흑흑. 어디 도시락 밥 챙겨 먹는 사람 없나?

그렇게 생각하고 리플럽 한 번, 레임 한 번을 돌며 인기척을 살핀 후 플러번 쪽으로 향하려니까 끙끙 앓는 사람 소리가 났다.

헐, 아픈 사람! 아아니 난 지금 배가 고픈데….

나는 가만히 깊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냥 여기서 지나가자니 정의로운 악역으로써(?) 왠지 양심의 가책이 느껴질 것만 같았다.

뭔가 나중에 이여주가 넌 이런 아이도 도와주지 않았어! 하는 게 너무 꼴 보기 싫을 거 같기도 하고.

좋아, 어쩔 수 없지. 구해주고 먹을 걸 삥 뜯… 조금 얻는다.

나는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방 문을 두드렸다.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쳤다. 쾅! 쾅! 문을 여시오!

아픈 사람한테 왜 그랬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을 거 같기도 하고. 아니, 그래도 아프신 분인데! 그 분 귀에 잘 들리는 쪽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친 거라고 하자.

아무튼 나는 이 환자 학생분이 얼른 나와서 말을 걸어주길 기대하며 들뜬 마음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다만 거기까지였다. 그러니까 문을 열 때의 나쁜 가능성을 일절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내심 긴장을 덜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안에는 어제까지만 해도 죽어도 마주하기 싫다던 그, 그… 김태형이 걸어나왔다. 아니, 점심시간이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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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한예화? 너 왜 여기 있어?

그건 내가 물을 말이지, 김태형은 머리를 부여잡고 천천히 기어나오다가 나와 눈을 마주하더니 그대로 굳는다.

아 참, 얘한테도 나름 정확한 루트 설명은 해야 하는구나. 나는 허락을 구하기 위해 고개를 살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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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너 내가 학교 나가는 거 도와 주기로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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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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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그리고 같이 굳었다.

얘 눈빛이… 눈빛이 왜 이래! 혹시 오늘 화보 찍었니? 아주 강렬하게 그렇게, 사람 협박하듯이 쳐다봐도 좋을 거 하나 없거든? 미친 거 아냐.

눈이 아주 강렬하다. 그러니까, 파란 눈이 붉게 보일 만큼 나를 쏘아보고 있다. 저 정도 눈이면 도를 아십니까도 무서워서 달아나겠다.

고갱님 눈빛이 아주 좋으세요! 아니, 조 좋으시다고요… 하다가 도망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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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말 해.

아니 말 하라는 걸 왜 그렇게 잡아먹을 듯이 하니. 나는 시선을 돌리고 입을 뗐다. 무서워 죽겠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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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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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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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나가는 걸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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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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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래 그 계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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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

중간만 가라는 게 이런 상황에서 쓰던 말이었던가, 그 얼굴로 리액션이 과하니 얼굴이 훅 달아오른다.

차라리 듣기만 해 주겠니. 아니면 내가 그런 상황을 조성해줘야… 아, 방!

나는 급하게 고개를 쳐들고 그를 방 안으로 밀었다. 아, 물론 손가락 끝으로 사알짝. 몹시 사알짝.

김태형은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지 방 안으로 투욱 밀린다. 쓰러지진 않았지만 많이 위태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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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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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우선 들어가서 얘기하자. 몸 상태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방 잠깐 빌려도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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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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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래. 일단 들어가. 안에서 마저 설명해 줄 테니까!

무슨 자신감인지 나는 그를 냅다 밀고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몸에 기력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게, 어찌 순탄하게 가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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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넌 나를 비아 판자촌 쪽에만 내려주고 볼일 보러 다시 올라가면 된다 이거야.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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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 사람 들고 나는 거 정도는 한 두번 해본 거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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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런데 비아에 판자촌이 있나? 한 번도 못 본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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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어딜 가나 빈부격차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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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너는 우연히 나에 비해 부유하게 살아온 사람, 나는 우연히 너에 비해 가난하게 살아온 사람.

물론 한국에 살 때 내가 완전한 바닥 층에서, 완전한 가난과 함께했던 것은 아니지만 자주 그런 사람들에게 미안해했고 사랑의 빵 같은 행사에도 참여했기에 빈민가 얘기가 나오니 말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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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 판자촌에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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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질문이 지나치게 직설적이네. 그렇다고 니가 봐 왔던 이미지처럼 한 푼 줍쇼 하진 않을 테니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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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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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연극이나 그런 거. 강조, 풍자. 뭐 그런.

내가 말하면서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자연히 다음 주제로 넘어가려고 헛기침을 한 번 하고서야 김태형은 내 손으로 시선을 돌린다.

숨을 들이쉬고, 들이마시고, 머릿속으로 두 세 번만 더 생각을 해 보고. 좋아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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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방법은 완전 간단해. 니가 잘 따라와주기만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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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질문 뭐 있으면 지금 말 해! 그때 가서 계획 꼬이면 완전 대형 사고니까. 지랄하는 거 같이 안 보이려면 완벽하게 조작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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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 더 필요한 거나 더 넣고 싶은 거리 있어?

꼭 주토(삐)아에 나오는 주디 홉스 같은 포즈를 하고 김태형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상상도 못 했던 질문이 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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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한예화, 너는… 꼭 나가야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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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뭘 그런 걸 묻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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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 말은, 안 나가면 안 돼?

계획 짜고 있는데 안 나가면 안 되냐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

방학 시간표 그리는 중인데 방학에도 학교 가면 안 되냐는 소리를 돌려서 들은 기분이라 대략 기분이 살짝 멍해진다. 으어어, 뭔 개소리여. 으어어.

하지만 조금 후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내가 아무리 싸가지가 없더래도 대답은 해 줘야지.

…무엇보다 지금의 어지러워하는 김태형은 좀 무섭기도 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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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어, 난 나가야만 행복할 수 있어. 그러니까 그냥 밖에 데려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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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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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친구 사이에 뭘 더 알겠다고. 내 입으로 차마 발설은 못 하겠지만, 넌 남주고 난 악녀야 임마. 여기서 빠져주는 걸 좀 고마워해라!

나는 입을 댓발 내밀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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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무것도 모르면서 따져 묻긴, 그냥… 여긴 나랑 안 맞아. 친구니까 그 정도라도 알려주는 거야. 그 정도만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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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무것도, 모른다고.

김태형이 고개를 발끝으로 내렸다. 뭘 보고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살짝 눈을 마주치니 입술을 세게 깨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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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모르지 그럼.

이렇게까지 갈라지고 싶진 않았는데… 그래도 미리 정 떼놓는 게 좋을 것이다.

자기 입으로는 말 안 했지만 좋아한다고, 그런 얘기가 나한테 들렸었으니까. 소문일 수도 있지만 뭐 일단 그랬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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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더 알 필요 없잖아. 그냥 나가야 한다는 것만 알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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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다 알잖아, 넌. 친구 사이에 뭘 더 알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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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뭘 다 알아?

김태형이 갑자기 나를 죽일 듯이 바라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적이 있는 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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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죽고 싶어?

아, 전정국 같네. 그것도… 존나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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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갑자기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내가 뭘 다 안다고 그래. 학교도 안 다니려고 하는 양아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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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 넌 다 알아. 넌 모든 걸 다 알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알고, 니 멋대로 착한 사람 나쁜 사람 구분 나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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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 그러는데, 대체. 니 시선에서 나는 왜 남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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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얘가 갑자기… 남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남이 좋아하는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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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오늘 무슨 일 있었냐? 왜 그렇게 화를 내.

내가 진정하라는 표정으로 손을 살살 흔들자 머리를 콱, 세게 쓸어 넘긴다. 이, 이 미친 놈. 그러다가 탈모 오겠다.

와중에 쓸데없이 잘생겼네. 아, 짜증나게 진짜. 세상엔 잘생긴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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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럴 거면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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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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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럴 거면 버리라고, 이용하지 말고. 전정국도 니 친구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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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전….

아, 부르면 전정국이 뾰로롱 하고 소환되지 참. 이 포켓몬 기능 좀 꺼 놓을 수 없나. 복잡하게시리 진짜.

나는 끝을 어물어물 입 안으로 삼키며 다른 말로 방향을 전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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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걔도 친구지. 내 친구지, 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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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전정국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되잖아. 전정국도 부양 마법 있어. 그나저나, 전정국 이름 말 못 해?

제발 그거 짚고 넘어가지 마라. 양 손 잡고 가만히 빌고 있으니까 피식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 새끼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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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무서워서 이름도 똑바로 못 불러? 주변 사람들이 세다 세다 그러니까, 너도 빌빌 기어야 할 것 같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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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야, 그만하지? 그것도 내 개인 사정이야. 니가 참여할 권리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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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개인 사정이 각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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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니, 니가, 그걸 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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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 감정 똑바로 알고 있다면서 왜 그딴 짓을 벌였는데, 진짜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할 거면 그냥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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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럴 거면 버리라고, 이용해 먹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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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래, 버려! 버리면 되잖아! 그게 니가 원하는 거야? 이 게임에서 니 패를 빼는 거?

결국 못 참고 소리를 쳤다. 김태형이 눈을 크게 뜨더니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뭐야, 뭐야 얘 무서워.

내가 참았어야 했나? 그래도 얘가 먼저 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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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걔 이름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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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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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전. 정. 국. 말하라고.

내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어물쩡거리고 있으려니까 김태형이 손목을 잡아챘다.

힘이 점점 강해진다, 아파. 놔.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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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부르라고, 당장!

나는 있는 힘을 다 써서 손을 세게 밀쳤다. 그리고 문 쪽으로 내던져졌다.

등이 욱신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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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무슨 권리로 나한테 이러는 건데? 니가 뭘 잘 했다고 나한테 이래! 그, 전, 걔는 왜 자꾸 부르라고 시키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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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넌 친구 사이에 알 필요 없는 것도 다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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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못 알아듣겠어. 나 갈게. 나중에 따로 얘기해.

나는 손을 뒤로 돌려 더듬으며 문고리를 잡았다. 다행히 차가운 철의 감촉이 느껴졌다. 나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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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누구 좋아하는지 뻔히 알면서, 나를 다 아는 듯이 행동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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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못 알아듣겠다고, 난 모른다고!

김태형이 성난 걸음으로 내 쪽으로 다가온다.

사알짝, 아주 사알짝 쫄아서 몸을 뒤틀고 고개를 푹 숙였다. 목소리도 괜히 기어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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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그냥. 지금의 여기는 내가 알던 곳이랑 달라. 그래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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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니가 이여주랑 다른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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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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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사람 감정 가지고 놀고, 다 쓰면 버리고, 이용하고, 상처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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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안 버릴게!

다급하게 튀어나간 말이었다. 잠잠하던 내 목소리가 갑자기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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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안 버릴게, 안 버려.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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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안 버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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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래, 안 버려. 난 널 안 버릴 거야. 니가 나 버려도 돼. 그니까 제발 진정 좀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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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난 니가 그따위로 행동하는데도 널 못 버린다는 게 짜증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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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 포기가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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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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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짜증 나. 존나 많이.

그러고서 김태형은 나를 문 밖으로 밀쳐버렸다. 어깨가 얼얼했지만, 그보다 머리가 더 띵해져 왔다.

김태형, 무슨 소리야,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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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야, 김태혀엉….

천천히 미러 겉 부분의 땅에 기대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비아의 마을은 참… 흐릿하기만 하다.

허허, 흐릿한 것이 내 미래와도 같구나. 시 한 편 쓸 수 있을 것 같아. 좆 됐음을 주제로 해서.

눈을 감고 양 팔을 벌리니 타이타(삐)의 실사화 같은 느낌도 든다. 바람이 불고, 자연스럽게 내 팔 아래에 손이 붙어 들어올려지니 이 완벽한 타이타(삐)의 한 장면…

…잠깐만 왜 내 몸이 들어올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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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갸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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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왜 여기서 무량태수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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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어, 어?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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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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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무슨 일이야, 여기는? 너 레임… 약학 교실 안 가?

더듬거리는 내 목소리를 듣고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전정국이, 음의 변화 하나 없이 천천히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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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김태형이랑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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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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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싸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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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니, 그걸 니가 왜 알아?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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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래 보여. 너, 평소에 그렇게 안 생겼어.

갑자기 느껴지는 부끄러움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애들이 다 왜 이런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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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싸우려고 싸운 건 아닌데… 그렇게 됐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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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싸움광이네.

전정국이 흘긋 나를 내려다본다. 눈빛에 뭐가 담겨 있는 지 모를 만큼, 희한한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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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걔 오늘 나한테도 그럤는데. 덕에 재밌게 잘 놀았어. 생각보다 잘 싸우더라. 물건 잘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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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 어, 아니 어떻게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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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겼지.

뭔 개소리야 설명을 하라고 임마! 내가 실망한 것을 눈치챘는지 전정국이 헛기침을 한 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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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걔가 생기 투자를 많이 하더라. 거의 쓰러져서 돌아가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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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왜, 왜 싸웠는데? 그냥 걔가 너한테 냅다 시비를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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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 니가 없길래 내가 이여주랑 김태형한테 물어봤어. 혹시 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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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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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근데 이여주 눈빛이 밝더라고. 걘 줄 알고 치웠냐고 물어봤는데 김태형도 이여주를 같이 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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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불쌍해 보이길래 이여주 잘못 아닌 거 같다고, 하지 말라고 말렸더니 김태형이 나한테 소리를 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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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복도로 날리고 학교 옥상으로 날리데.

왜 전정국은 이여주의 편을 들었을까, 그 불쌍함도 스토리의 차순이었다면… 내 스토리는 진행이 잘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아무래도 불편했다. 혹시 하는 악녀로써의 마음.

그래, 전정국을 향한 이유 없는 관심도 한예화가 가진 스토리니까. 감정대로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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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너도 나 싫어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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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사람은 누구나 싫어할 수 있는 건데.

그래서 싫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보통 저렇게 말하면 싫다는 거 아닌가.

내 표정에서 상처와 슬픔이 서스럼없이 드러났는지 전정국이 다시 한 번 날 내려다본다. 의미심장한 감정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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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날 싫어하는 사람들도 존나 떼거진데, 너라고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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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게 무슨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