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관전중
사람은 쉽게 변해


…졸리다. 이왕 뒤척일 거 좀 나태하게, 오래 자고 나올 걸 그랬나 보다. 채 네 시간도 안 자고 뛰쳐나오니 피곤해 죽을 맛이다.

어딜 뛰쳐나왔느냐고? 기숙사를. 물론, 일주일 후에 있을 학교 탈출 대작전을 일찍 했다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고. 선생님들에게 불량 학생 이미지를 쌓아야만 퇴학이 조금 더 간단해질 것 같아서이다.

사실 지각만 하고 넘어갈 참이었지만, 하필 또 일 교시가 고대 문자인 바람에 무단 결석까지 하게 된 것이다.

하필 고대 문자여서라고. 하필! 약학이었으면 근면 성실하게 출석했을 거야. 난 원래 근면 성실한 학생이고, 한예화도 근면 성실한 학생이고.

맨발이나 다름없는 얇은 덧신을 신고, 얇은 모 잠옷을 입은 채로 나는 숲길을 열심히 걸어갔다. 양 손바닥 속이 따끔따끔한다.

왼쪽 손엔 이 곳에 떨어지자마자 빌렸던 공 교수의 펜과 수첩을, 오른손엔 차가운 박지민의 목걸이를 세게 쥐고 있으니 그럴 법도 했다. 목걸이 겉을 치렁치렁 장식하고 있는 철 조각들 덕에 따가운 것 같았다.

에이, 뭐 어때. 그냥 지금은 마냥 발에 예쁘게 쓸리는 부드러운 풀들 느낌을 즐기면서 걸으련다.

나는 생각할 게 많았다. 티브루아를 어떻게 떠날지, 마제파를 갈지, 솔도를 갈지, 아니면 유리 섬을 갈지. 티브루아 내의 최남단인 루이아로 향할지.


한예화
…그래서 도대체 솔도는 어디야. 티브루아랑 얼마나 멀리 있는… 아니 애당초 마제파는 어디여!

그래, 난 지리에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다. 수도 퀴즈 같은 건 진짜 이긴 적이 세 번도 없는데! 근데 여긴 심지어 막 제국이랑 대륙이랑 도가 나뉘어 있어!

솔도랑 유리 섬은 어느 나라에 딸려있는(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제주도라든지) 데가 아니라 그냥 걔네들이 나라랜다. 일본처럼.

익, 이익. 빌어먹을 도시들. 그리 좁은데 왜 독립씩이나 하셨어.

천천히 걷고 있는데, 문득 손바닥이 참을 수 없이 따끔거렸다. 슬슬 따끔거린다기보단 쑤시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아씨, 왜 이래.


한예화
아악, 따거! 뭐야!

손을 펼쳤다. 응, 분명히 펴져 있다. 그랬는데 내 손목에 딱 맞게 감겨 있던 목걸이 체인이 갑자기 옆에 있던 미러로 끌려가듯이 쏙 들어가버린다.

미러가 물이 아니라서 첨벙, 내지는 퐁당 하는 소리가 들리진 않았지만, 뭔가 이상한 일인 것은 틀림이 없었다. 나는 냅다 생각도 하지 않고 미러로 뛰어들었다.


한예화
안 돼, 내 목걸이 데려가지 마, 이 나쁜 놈아!

보글보글. 꼭 미러가 탄산수가 된 것 같다. 끓지 않지만 끓고 있는 것처럼 물들끼리 타협해서 야, 쟤 때리자! 하고 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는 전신이 막 따끔거린다. 으으, 아, 으, 무슨 일이야. 이게!

가만히 누워 있는데,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아무 것도 없는 미러의 벽에 갑자기 배경들이 생기고 사람들이 지나간다.


한예화
뭐, 뭐야? 뭔 일이여 이게?

등이 퍼억, 하면서 쳐지더니 책상이 엎어졌다. 아니, 뭐야! 책상?! 나 지금 미러 안에 있는 거 아니었어?

꼭, 최근에 봤던 청소년 드라마의 왕따 장면처럼 (우리 학교보다는 이쁜) 교복 셔츠에 넥타이를 입은 내가 바닥에 쓰러진다.


한예화
아프잖아,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엑스트라
꼴에 아가리는 달렸다구, 썅년이, 내가 곱게 말하라 그래썽, 안 그래썽. 웅?

어느 갈색 단발 머리 - 싸이월드 같이 옛날에나 유행했을 것 같은 헤어스타일 - 를 한, 키가 자그마한 여자애가 나를 걷어 찼다.

엑스트라
얘 똑바로 밟으란 말야~ 우리 오빠야가 보면은 이런 년 아직두 우리 중학교 다녀서 빡쳐한다구. 야, 쑤비 어디갔어!

뭐야? 저 새끼 뭐야. 환상 같은 느낌인데 감각은 생경해서, 나는 자연스럽게 쌍엿을 들어올렸… 어, 어?

쌍 엿이 안 올라간다. 난 분명 팔을 움직이려고 하고 있는데, 팔은 움직이지 않는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러고 보니 한예화의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좀 더 짧다. 단발이라기엔 숏컷에 가까운 느낌? 굉장히 짧고, 짧고… 짧다. 어. 색도 연한 데다 누가 잡아뜯은 것처럼 거칠게 잘려있어서, 하마터면 나는 내가 한예화가 아닌 줄 알았다.

엑스트라
쑤비! 어디 갔다 와쓰. 지금 내가 이 냔 죽여버리라구 한 거 들었어엉, 못 들었엉?

은발에 부드럽게 웨이브 진 머리를 가지고 있는 어떤 여자아이(키가 굉장히 조막만했다.)가 천천히 그 일진 여자애 옆으로 다가갔다. 뭔, 단체 양아치들인가? 내가 니들보다 너무 예쁘니?

근데 가만 보니 저 은발 꼬맹이 어디서 좀 본 것 같기도 하고….

엑스트라
…힐리아, 꼭 이렇게까지 사람을 요지경으로 몰아 넣어야겠어? 얘 쫌 더 치면 위험할지도 몰라. 나 접때 그 남자애가 찾아와서,

엑스트라
야, 쑤비. 너두 우리가 지금 봐주고 있는 거 몰라? 저번처럼 무릎 꿇구 되다 만 세팜 먹고 싶으면 그렇게 해.

힐리아라고 불린, 갈색 머리 키 작은 여자애가 더 작은 은발 쑤비의 머리를 콱, 밀친다.

아, 이게 학교폭력의 먹이사슬이라는 건가. 막 피해자가 가해자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 되고 최종 가해자가 생기고 무슨 브라만 교 순위처럼….

관두자. 나에겐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 제일 중요했다. 적어도 별 재미도 없었던 수업 내용보다는.

나는 최대한 몸을 움직이려고 혼신을 다했다. 말이 나오도록, 손가락 끝이라도 까딱! 할 수 있게!

좋아, 한예화. 정신 차려. 중학교 다닐 때… 아니, 여기 내가 있는 데도 중학교라면 중학교지. 그러니까 한국에 살 때 읽었던 가위 깨는 방법 스레드를 생각하는 거야.

첫 번째, 우선 숨을 깊게 들이쉬어줍니다. 폐까지 공기가 차는 느낌으로, 폐에 공기를 밀어 넣는 느낌으로!


한예화
흐으읍,

좋아, 숨 쉬는 데에는 제약을 안 받나 보다. 이제 다음…


한예화
…우욱!

엑스트라
야, 얘 좀 봐~ 나한테 픽터가 있었더라면 이 새끼 얼굴을 따악, 기록해 놨을 텐데! 태생적인 능력이 없어서 차암.

힐리아가 내 배를 세게 걷어찼다. 고통을 비례하자면 그 날 같은 건 아닌 듯 싶지만, 내가 정말 맞은 것처럼 배가 욱신거리고 부서지는 것 같다.


한예화
아, 아윽, 욱.

허리를 굽히고 힘들어하고 있으니 힐리아라는 여자애가 내 쪽으로 고개를 숙인다.

엑스트라
그으니까, 나대지 말았어야 될 거 아냐. 에프 클래스 능력이나 가진 저주받은 년이 누굴 감히 엉, 건드렸어?

너무 화가 나서 목이 활활 타는 느낌이 들었다. 지가 뭐라고, 작품에서 등장하지도 않는 엑스트라면서 지가 뭐라고.

그리고 얘네는 뭐 패턴을 시종일관 하나로 밀고 나가나? 시비 걸 거리가 남학생 건드린 거에 대한 것밖에 없나. 니네 둘이 사귀는 거면 인정.


한예화
내가, 내가… 우욱, 누굴 건드렸는데. 힐리아.

힐리아는 대답을 하지 않고 쑤비를 시켜 날 다시 무릎 꿇겨놓았다. 난 하고 싶지도 않은 자세를 하고 숨을 거칠게 몰아 쉬었다.굉장히 빡쳐 가고 있었다. 것도, 혈압이 오르는 게 직통으로 느껴질 만큼. 슬슬 숨도 막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시는 학교폭력을 방관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방관이고 자시고 그냥 보자마자 신고할게요. 제발 이런 개 좆같은 일이 아무 데에서도 일어나지 않게 해주십사.

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까와 달리, 화가 나서 그런지 내 고개는 삐걱이는 인형처럼 뜯어지듯이 뚜둑, 하며 들렸다.

머리 위에 오 톤 짜리 중형 비행기가 놓여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난 반드시 힐리아의 얼굴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올린다.

명찰에 적힌 문자는 대충,「아체스타 힐리아」로 읽혔다.


한예화
힐리아. 아체스타 힐리아. 아체스타 힐리아.

세 번 읽고 나니 머리 들면서 수그러들었던 화가 슬슬 다시 기어 올라왔다. 아체스타 힐리아, 이 새끼. 나한테 뭔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왕따도 아니고, 일방적인 놀림?


아체스타 힐리아
내 이름은 왜 부르구 지랄이야 썅년이. 니가 누굴 건드렸냐는 건… 야, 예수비. 이 새끼한테 말 안 했냐? 내가 박지민이랑 사귄다구?


한예화
…박지, 뭐라고?!

걔랑 사귀었는데 니 신체가 안전하면 다행이다. 아니, 내 신체가 이상해야 하는 건가?

나는 놀란 바람에 고개를 파악 들었다. 그런데, 그 때부터 갑자기 몸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을 누르고 있던 코끼리 열 다섯 마리가 단박에 사라진 느낌이었다.

이야,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절 끝 없는 구속에서 풀어주셔서 감사. 그렇게 생각하고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체스타 힐리아
…뭐야? 야, 예수비. 예수비! 얘 빨리! 뭐야!

내가 놀란 것만큼 아체스타 힐리아도 놀랐나 보다. 미미하게 뒷걸음으로 움찔, 한 게 보였다.

그나저나 예수비? 예수비… 어디서 들어, 아 씨발 얘 내 이야기에 나오는 악녀잖아! 그것도 완전 짝사랑에 가식 쩌는….

내 몸이 풀리자마자, 나를 둘러싸고 있던 미러의 세계는 서서히 흐무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몸이 쑤웅, 하고 복도로 밀쳐진다.

밀쳐진 복도 끝에는… 세에상에, 내가 방금 전까지 속으로 존나 씹어댔던 박지민이 당당하게도 서 있었다.

그런데 박지민의 표정이 이상하다. 끼긱 끼긱 거리면서, 공포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웃었다가 정색을 했다가, 화를 냈다가 한다. 그리고 박지민의 앞에 서 있는 것은 아무래도 힐리아로 보인다.

난 빠르게 박지민과 아체스타 힐리아 쪽으로 달렸다. 옛날에 한 번 읽었던 도플러 이펙트(움직이면서 소리를 내면 소리가 더 커진다.)에 대해 생각하면서.


한예화
바아악지민!


박지민
…안 안녕, 한 예화 예화. 너 너 해야 할 일은 다, 다 했지?

뭐래는 거야 얘가. 실례지만 혹시 혀 아래에 기계 칩이 끼워져 있으세요? 말씀하시는 게 되게 힘들어 보이는데.

말할 때마다 목이 한 번씩 돌아가서 너무 기괴하고 무서웠다. 그리고 말을 하나씩 하는 게 꼭, 말을 더듬는 게 아니라 말이 끊어지는 것처럼 들렸다.


한예화
와아악!

그런 박지민이 나에게 손가락 하나를 쭉 뻗은 그 순간, 나는 공포에 질려 박지민을 콰악 밀쳐 내고는 힐리아를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이 끝판왕 얀데레 박지민을 에러 난 로봇으로 만드셨겠다? 이 쓰레기 같은 게 진짜!


한예화
씨발 새끼, 난 니가 진심으로 나가 뒤졌으면 좋겠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진도 구 점 영짜리 지진이 난 것처럼 내 발밑이 덜덜거렸다. 그리고, 힐리아의 두꺼운 다리가 바닥으로 투욱 떨어졌다.

내 머리 역시도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잠시 조용하더니, 내 앞에 암 말 없이 서 있던 박지민이 날 껴안았다. 어딘가에서 철 냄새가 짙게 났다.

차가운 바닥이 시원한 침대가 되었다. 푸욱신, 내 몸이 빠져드는 느낌이더니 옆에서 박지민이 울어대는 소리가 났다. 우는 건지, 웃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도 흑흑거려서.


한예화
야, 야아. 조용 좀 해 봐.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잖아.

내가 무의식 중에 중얼거리니 박지민이 문득 나를 꼭 껴안았다. 어깨가 뿌득 으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나서 난 박지민을 밀쳤다. 아주 살짝, 톡 하고.



박지민
…사랑해.


한예화
그러냐, 어어. 어… 어 나도.

난 머뭇거리다가 손을 차악, 내밀었다. 우리 화해하자. 그렇게 말하면서. 물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래도 도덕 시간에, 뭐냐, 지는 게 이기는 거라고 배웠으니까. 왠지 내가 먼저 사과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손을 살짝 잡았다 푸니, 박지민이 내 목에 목걸이를 걸어 준다. …당신은 저희와 함께 가실 수 있습니다? 아니, 아. 아 뭐래.

내 소중한 목걸이(벨라 거지만)를 돌려받은 그 순간, 박지민이 나를 꽉 껴안더니 내 몸이 미러 밖으로 부웅 떠올라서는 우뚝 섰다.

하지만 나를 안고 있는 사람은 가만히 있었다.


한예화
…누구, 누구신데. 누구세요?

내가 누구의 삼 단 변화를 보여주니, 상대가 팔을 풀고는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 옅은 분홍색 눈에 눈물이 톡 톡 고여 있다.


한예화
에엥, 조지안?


조지안
…예화야.


한예화
아니 너 뭐, 뭔데 갑자기. 요즘은 미인계도 공격 중 하나로 쓰니? 불쌍하니까 내가 당한 척 좀 해 줄게. 뭐 어떤 가식인데.


조지안
애들이 너한테 적당한 환상을 보여 주라고 했는데, 난 내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되돌린 거라서. 난 힐리아가 너무 싫거든. 정말 죽도록 싫어. 걔가!


조지안
고마워. 환상이라도 힐리아를 죽여 줘서….


한예화
걔한테 마법 걸면 될 거 아냐. 환상인데도? 환상에서도 니가 직접은 못 죽여?

내가 그 말을 꺼내니 갑자기 조지안이 미친 사람처럼 눈물이 흐른 자국을 따라 손톱으로 볼을 긁는다. 이, 이 미친 것이!


한예화
야! 진정해, 조지안! 니 볼 다 일어나고 있잖아! 미쳤냐?!


조지안
난 걔가 정말 싫어. 걔는 유일하게 내 데이라잇 홀릭이 안 통하던 사람이라서.


한예화
…데이라잇 뭐?


조지안
아침에 환상을 보여줄 수 있는 거. 너한테 한 것도 비슷한 원리야. 지금은 오전이니까. 아직 해도 떠 있고. 그리고… 처음부터 목걸이는 끌려간 적 없어.


한예화
아.

머쓱해지네. 나 목걸이 돌려받으려고 그렇게 개고생을 했는데, 약간 모내기 할 때 허공에 대고 호미질 한 느낌인걸? 허허.


조지안
그래도 니가 걜 쓰러트리는 거 보고 정신이 확 들었어. 난 니가 가만 있을 줄 알았거든. 박지민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접때 이여주가 나한테 그렇게 말해서.


한예화
뭐어? 너, 이여주랑 친하냐? 걔가 너한테 내 뒷담 까든?


조지안
아니, 걔랑 친하진 않은데… 저번에 지나갈 때 너랑 박지민이랑 놀고 있는 거 보고.

그게 언제였는진 나도 모르겠지만 아마 그건 놀고 있는 게 아니었을 거다. 적어도 싸우고 있거나, 아니면 완전 차갑고 도도 냉랭한 분위기.


조지안
걔가 태형이랑 윤기도 건드렸다는 거야. 니가! 막 사람 꼬시고 다닌다고. 완전 웃기지.


한예화
그 소문에 속은 니가 더 웃긴데?


조지안
…그, 그래도! 속았을 수도 있지. 이여주가 나한테 제대로 속임수를 썼어. 완전 가식 그 자체. 난 그 기집애가 그렇게 거짓말 잘 하는 지 처음 알았다니까? 범생이에 집안 좋은 줄만 알았는데….


한예화
집안 좋은 건 아네, 그 와중에. 학교에 뭐 소문이라도 났니?


조지안
아니. 저번에 양아치듀스 애들 홀렸을 때 걔네가 말해 줬어. 여담이지만 걔네 내 친구 아냐. 내가 홀려둔 거지. 그 땐 아침이었으니까.

…걔네 이름이 진짜 양아치듀스였어?


한예화
질문 많이 해서 미안한데, 그럼 아까 그건 니 실제 경험이야?


조지안
아아니. 정호석 덕에 깨어나있던 니 기억이 멋대로 난동부린 거야. 거기서 힐리아만 악역으로 나오게 살짝 조정한 거고.

헐, 그게 실제로 한예화에게 있었던 일이란다. 이 새끼 대체 어디서 뭘 하면서 살아 온 거야?

난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하얗고 얇은 한예화의 팔을 슥슥, 쓸어내렸다. 지금 여기에 흉터 없고 멍자국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게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조지안이 내게 말을 건다.


조지안
그나저나, 예화야.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지안
니가 여기서 나간다는 얘기를 들었어. 먼 대륙으로 간다면서, 김석진이 강다다한테 알려준 걸 강다다가 우리한테 알려줬어.


한예화
…여러 입도 거쳤다. 강다다는 왜 김석진한테 관심을 가진대?


조지안
잘생겼잖아. 근데 내 취향은 아냐. 내 취향은 오히려 박지훈 같은 순딩하게 생긴 애들 쪽이지. 차암, 예화 지훈이랑 친했지?


한예화
친한 건가? 건 잘 모르겠는데. 너 또 민윤기나 김태형한테 하던 것처럼 하면 걔한텐 쳐맞을 수도 있다. 진짜 진짜.


조지안
괜찮아. 걘 예화랑 더 잘 어울리잖아! 친하게 지내, 꼭 오래오래.

조지안이 활짝 웃었다. 너무 밝아서 두통까지 올 지경이다. 으으, 머리 아파.


조지안
그래도, 대륙 나갈 땐 나 불러 줘. 내가 또 아는 스테어 능력자가 있어서 적어도 한데치아까지는 계단 만들어 줄 수 있지!


한예화
한데치아?


조지안
우리 반대편 대륙. 모를 수도 있겠다. 되게 멀리 있긴 해, 확실히.

근데 그걸 넌 왜 알고 있는 거야. 웃다가 갑자기 뒷머리가 아프길래 뒷머리를 꾸욱 눌렀다. 얘가 하도 떠들어서 두통이 오는 건가? 아이고, 두야.

내가 머리를 만지작이고 있으려니 갑자기 조지안이 나에게 손을 뻗는다.


조지안
참, 아까 넘어지면서 머리에 피 난 것 같아 보이던데. 괜찮아?

…괜찮겠냐.


한예화
씨발!

안녕하세요 인예입니다! 쉰다고 말하니까 갑자기 또 작관 뽕이 올라서 이렇게 와 버렸네요. 뭇별도 빨리 써야 하는데, 흑흑…

사실 귀스타브 르봉의 책인 군중심리학을 읽다가 문득 이 말에 지안이가 딱 알맞다고 생각했어요. 순수하고, 잘 속고, 또 잘 적대하게 되는 지안이의 성격적 면에서요.

그래서 지안이라는 큐티 뽀쟉 조그마한 친구가 예화네 악녀팀에 합류하게 되었답니다!

본질이 악역이었던 친구라 예화의 유토피아 탈출 대작전에 아주 큰 역할을 해 줄 친구죠. 히히, 이제 여주를 적대할 차례입니다 여러분(?).

그나저나 수비는 왜 예화의 과거에 뜬금없이 튀어나왔을까요? 수비의 능력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요, 우리!

오늘은 칠천 팔백 자가 넘어가네요. 오랜만에 글 같은 글을 쓴 거 같아 기분이 좋아요.

저 따라 다들 좋은 하루 좋은 오늘 되세요! 사랑합니다, 애기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