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력반입니다 S1

#28 “여주의 과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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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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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가 꽤 심하세요.

트라우마. 과거의 공포가 되살아는 현상.. 드라마에서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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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환자분이 워낙 멘탈도 강하시고 극복의지도 뛰어나셔서 보호자 분과 주변 분들이 도와주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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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극복하실 수 있을거 같네요

의사는 내 손에 약통을 쥐어주었다.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의사선생님을 마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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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제에요. 오늘처럼 발작이 있으시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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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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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민

뭐 따로 준비할거나 주의할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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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뭐 딱히 주의하실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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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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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황이 다시 오거든 피하지 마시고 정면승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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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니까 환자 분 곁에 좋은 사람이 많은걸요ㅎ

좋은사람이라는 말에 옆에 앉은 설민이를 힐끗 봤다. 좋은사람이라면 얘 같은 사람일까..

진료실에서 나와 같이 걸었다. 병원냄새.. 어릴땐 그렇게도 싫었던 이 냄새가 오늘은 괜찮았다.

설민이와 손을 잡고 걸었다. 따뜻했다. 이렇게 손 잡은 것도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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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민

누나, 우리 떡볶이 먹고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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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그래, 그러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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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민

이모— 저희 떡볶이 두 개에 튀김 하나 주세요!

마주보고 앉아서 함께 밥을 먹는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어색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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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민

누나,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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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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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민

누나도 힘들텐데 맨날 투정부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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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ㅎ 야, 남설민. 누나가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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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너도 나도 다 내가 지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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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니가 나한테 욕을 하던 쌩까던 때리던 난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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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너잖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설민이잖아

우리가 얘기하는 동안 떡볶이가 나왔고 급 창피해진 난 서둘러 젓가락을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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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먹자!ㅎ

먹는 도중에도 설민이는 나에게서 시선을 뗀 적이 없었다. 한 입 먹고 날 보고 또 한 입 먹고 날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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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야ㅋㅋㅋ 그만 봐, 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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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민

그냐앙... 우리 누나가 이렇게 이뻤나 싶어서?ㅋㅋ

“뭐야, 너 술 먹었어?”

“아 뭐래.. 칭찬을 해줘도 난리야”

“평소에 그렇게 좀 해라”

“내가 뭘? 나 완전 착한 동생인데”

“착한동생이라 내 섀도우를 박살내셨구나...?ㅎ”

“알고 있었어..? 아니, 그거 나 아니야!”

“너 잘 걸렸다, 이 새끼야”

“아아, 아파아파..!!”

“헙, 미안.. 괜찮아?”

“구라야!ㅋㅋㅋ”

“야,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아아아, 살려주세요!!!”

병원에 갔다온 이후로 설민이가 나를 대하는 행동은 딱히 다를게 없었다.

오히려 너무 잘해주면 부담스러워할까봐 억지로 평소의 모습을 유지하는게 보였다. 적어도 나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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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민

야, 남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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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내가 누나 붙이랬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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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민

아니, 내 넥타이 어딨어? 여기 둔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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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니 넥타일 왜 나한테서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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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민

어딨지.. 하씨.. 쌤이 복장불량 걸리면 화장실 청소 시킨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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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뭐, 작년에 내가 쓰던거라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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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민

어, 제발..

무심하게 넥타이를 던져주려다가 그냥 직접 매줬다. 가까이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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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민

나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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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어, 잘 다녀와

그 때의 우린 너무나도 어렸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그 날, 난 수능을 앞둔 고3이었고 설민이는 입시준비에 들어가는 고1이었다.

까아만 옷을 입고 앉아있던 우린 너무나도 어렸다.

고개를 돌려 마주본 설민이는 울고 있었고 귓가에는 혀 차는 친척들의 소리만이 들려왔다.

장례식장에서의 난 ‘로봇’ 이었다.

누가 오면 일어나 인사하고 절을 하고 식사 대접을 하고 다시 앉는 것이 내 루틴이었다.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로써 슬픔을 지워내는 일은 루틴에 포함되지 않았고 여린 난 결국 슬픔에게 지배당했다.

누가 알긴 했을까

홀로 화장실 칸막이 안에 들어가 숨어 울던 여자아이를, 의젓한 장녀가 될 것이란 말을 듣던 아이가 한없이 무너져가는 것을

누가 듣긴 했을까

애처롭게 외치는 어린아이의 울부짖음을, 매일 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신에게 괜찮다고 다독이는 그 소리를

누가 보긴 했을까

얼마나 꽉 쥐었는지 주름이 져있던 치맛자락을, 괜찮다고 말하는 그 아이의 눈에 잔뜩 서린 슬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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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민

누나, 진짜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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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응. 진짜 할거야

난 지금 개명을 하러 이곳에 서있다. 개같았던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아닌 내가 지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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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남여주로 개명 신청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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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신청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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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감사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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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가자, 설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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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설 아

남여주의 삶을 살러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내가 ‘여주인공’ 이다.

시련을 겪어도, 행복해도, 아프더라도, 혼자이더라도

내가 여주인공이다.

여주의 과거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