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못하는 시간들 속 우리
첫번째 페이지 | 너라는 사람을 알았을 때.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일기장이다.

그 일기장을 열어 첫페이지부터 열어보니, 열자마자 보이는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

그걸 보니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빛은 씁쓸했다.

이렇게 행복했던 우리 둘인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많은 시간이 흘러서 내가 다시 내 눈 안에 비친 너의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다시 너한테서 하루를 마친 후

수고했다는 작은 위로 한 마디를 들을 수 있을까?

_

_


점장님
반가워요ㅎ 앞으로 잘부탁해요.


정여주
아, 저도요.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점장님
참, 소개가 늦었네요. 여긴 여기서 일한지 1년 반 가까이 되는 김매니저님.

김매니저
반갑습니다.


정여주
안녕하세요ㅎ

점장님
그리고 여긴_ 여기서 일한지 3달 된 정국씨ㅎ


전정국
안녕하세요_


정여주
아_ 네, 안녕하세요.


내가 대학을 다니며 생활할 당시, 처음으로 일하게 된 작은 카페에서 처음 만난 너의 첫인상은.

그냥 밝은 아이.

이거 하나였다.




전정국
저기, 그거 무거울텐데.


정여주
아…, 괜찮아요.


전정국
아니요.


전정국
저 주세요. 제가 들게요.


정여주
감사합니다_




전정국
아, 누나. 이거 여기다가 놔두면 굳을텐데.


정여주
진짜요? 아, 미안해요. 빨리 옮길게요.


전정국
아니에요. 그냥 놔두세요. 그리고 매니저님이 이거 누가했냐고 하시면


전정국
그냥 내가 했다고 해요.



넌 그냥 그런 애인 줄 알았는데.



전정국
자꾸 힘들게 해서 내가 미안해.


전정국
근데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전정국
미안해.




전정국
나중에, 나중에 다시 얘기해.



전정국
노력해서 뭐가 달라져.





전정국
누나는 어디 대학 다녀요?


정여주
이 카페 바로 옆 대학.


정여주
너는?


전정국
전 그 옆 학교요ㅎ


정여주
아…, 학교 다녀보니까, 우리 학교에서 너 아는 얘들 꽤 있던데.


정여주
너 유명하더라?


전정국
제가 또 좀 잘생겼었어야죠.


정여주
응.


손님
주문할게요_


전정국
아, 네



전정국
그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딸기프라페 한 잔 맞으신거죠?

손님
네ㅎ 근데,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전정국
네 있어요.

손님
아_ 네. 일단 주문은 그거 맞아요.


전정국
네, 금방 준비 해드릴게요.



정여주
너 여자친구 있었어?


전정국
아니요ㅎ 없다고 하면 번호 물어보니까_ 그게 좀 부담스러워서요.


정여주
아….


점장님
다들 오늘 힘들죠?


전정국
일하기 싫습니다 -

김매니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_


전정국
누나는요?


정여주
나 오늘 첫날인데...?

점장님
여주씨도 오늘 처음 왔고, 다들 오늘 힘들다고 하니 오늘 저녁은 다같이 모여서 밥 먹어요. 제가 쏩니다_


전정국
진짜요?


정여주
너 갈거야?


전정국
당연하죠. 누나는요?


정여주
가야지ㅎ

점장님
마감까지 3시간 남았으니까 3시간만 버텨봅시다_




정여주
정국아, 너 홀 청소했어?


전정국
아니요. 기다렸다가 같이 해요.


정여주
아, 그냥 내가 해놓을게.


전정국
아, 아니에요. 홀 청소 혼자하면 힘들어요.


전정국
가뜩이나 오늘 처음 왔으면서.

김매니저
그냥 제가 할게요. 두 분은 주방 가서 설거지만 해주세요.


정여주
아, 네.



전정국
누나, 제가 설거지 할테니까 누나는 그냥 옆에서 정리 좀 해줘요.


정여주
아니야, 내가 설거지 할게. 너 손 다 터_


전정국
아, 제 손은 터도 괜찮아요. 누나는 정리 해줘요.


정여주
진짜 고집쟁이네. 그럼 맨손으로 하지 말고 장갑 끼고 해.


전정국
아, 저 아까 손을 베어서 그런데, 누나가 고무장갑 좀 끼워줘요ㅎ


정여주
손 줘봐.



전정국
감사합니다ㅎ



정여주
정국아, 그 접시 나한테 줘.


전정국
아, 여기요.


정여주
혹시나 다 씻어서 놔둘때 여기다가 쌓아두면 떨어지니까 좀 안에다가 놔둬줘.


전정국
네_


김매니저
여주씨, 여기 잠깐만 와줄래요?


정여주
아, 네_

툭 -

쨍그랑 -


전정국
누나 괜찮아요??


전정국
미안해요. 제가 안쪽으로 넣다가 앞으로 쏠렸나봐요.


전정국
괜찮아요?


정여주
아…, 난 괜찮아. 넌 다친 데 없어?


전정국
전 괜찮아요.


전정국
근데, 누나 앞치마가 찢어졌어요….


정여주
아, 이건 다시 꼬매면 돼.


정여주
야, 너 손에서 피 나.


전정국
아, 이거 별로 상관없어요. 누나 앞치마 제가 사다드릴게요.


정여주
아니, 너 빨리 흐르는 물에 손 씻고 와.


정여주
너 피 많이 나.


전정국
아, 진짜 괜찮은데.

늘 밝고 조금 칠칠맞긴 했지만 다가가기 좋은 아이였다.




정여주
앉아봐_ 밴드 붙여줄게.


전정국
제가 원래 이렇게 칠칠맞은 스타일은 아니고, 그냥 오늘 좀 이상해서 그래요.


정여주
누가 뭐라고 했어? 앞으로 더 지켜보면 되겠지_


전정국
아니_


정여주
쉿. 이제 소독약 바른다.


바르는 내내 니 얼굴을 쳐다보진 않았지만, 대충 니가 아픈 걸 참고있는 듯 보였다.


정여주
됐다_


전정국
다 됐어요? 하나도 안아프네. 누나가 붙여줘서 그런가ㅎ


정여주
거짓말.


정여주
너 울었는데? 지금 눈가가 꽤 촉촉해.


전정국
저 그렇게 쉽게 우는 사람 아니에요.


정여주
그래, 그런 걸로 치자.




점장님
오늘 다들 수고 많았어요_

김매니저
배고파요, 점장님.

점장님
오늘 주인공은 여주씨니까, 메뉴는 여주씨가 정해요ㅎ


정여주
음_ 닭갈비요ㅎ

점장님
닭갈비, 거기 가면 되겠다.

점장님
우리 자주 회식하던 식당있어요. 거기서 20분까지 봐요.

김매니저
넓게 갑시다. 두명씩 가죠.


전정국
그럼 제가 여주씨 데리고 갈게요.

점장님
그럼 김매니저님은 저랑 같이 가시죠.



정여주
여주씨?


전정국
아, 깜빡했다. 미안해요.


정여주
아니야, 그냥 여주씨도 나쁘지 않아.


전정국
그럼 전 누나라고 부를게요ㅎ


정여주
넌 진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모르겠다.


전정국
그러게요. 근데, 오늘부터 누구를 생각하면서 살 것 같긴 해요.


정여주
누구든지, 너같이 칠칠맞은 애가 생각하면서 산다고 하면 골치 좀 아프겠다.


전정국
와_ 너무하네.


전정국
그게 누나일 수도 있죠ㅎ





일기를 덮었다.

하루하루 가면 갈수록, 니가 더 생각나는 밤만 짖어진다.

이렇게 생각보다 오래갈줄은 몰랐는데.

니 생각보다 내가 널 많이 좋아했나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