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못하는 시간들 속 우리
두번째 페이지 |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보통 사람들은 다 우리가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대답하겠지만.

난 그냥 처음부터 우리가 만나지 않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처음부터 너와 내가 서로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서로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결말은 더 아름답고 평범하게 끝나지 않았을까?


우리의 손에 있던 반지도, 니가 나에게 처음으로 선물한 목걸이도,

니가 나에게 너의 마음을 표현했던 그날 밤도.


그냥 처음으로 되돌리고 싶다.

물론, 내가 널 만나며 썼던 일기와, 내 집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너의 향기, 니가 쓰던 컵, 니가 사준 선물들은 여전히 있기 때문데

되돌릴 순 없지만.



박수진
야.


박수진
너 오늘 나랑 데이트 할래?


정여주
나 바빠_


박수진
넌 하는 것도 없으면서 뭐가 그렇게 바쁘냐.


정여주
나 저번주부터 알바 시작했어ㅎ


박수진
어디서 하는데?


박수진
나도 같이 할까.


박수진
나도 요새 용돈 떨어졌는데.


정여주
아니? 나만 할 거야. 넌 다른 데에서 해.


박수진
왜. 잘생긴 남자라도 있냐?


정여주
몰라_


정여주
나 간다. 교수님한테 출석체크 이미 해놨어.


정여주
넌 수업 다 듣고 가렴ㅎ


박수진
진짜 양아치냐.


정여주
응.


정여주
나 늦었다. 내일 보자.


박수진
이따 연락해_




정여주
* 여보세요?

김매니저
* 여주씨, 오늘 와요?


정여주
* 아, 네_ 지금 뛰어가고 있어요.


정여주
*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김매니저
* 아_ 천천히 와도 될 것 같아요. 아직 손님이 많이 있진 않아서ㅎ

김매니저
* 우선 조심해서 와요.


정여주
* 네_



전정국
안 뛰었잖아요_


정여주
아, 깜짝이야.


정여주
너 언제부터 있었어?


전정국
아, 누나가 저희 학교 지날 때부터.


전정국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저도 가는 길이 이쪽이라ㅎ


정여주
아, 그래. 근데, 너도 늦었는데?


전정국
맞아요. 근데 전 누나랑 같이 가려고ㅎ


정여주
아….



전정국
다 왔다.


전정국
먼저 들어가요.


정여주
아, 고마워.



점장님
오셨네요.


정여주
안녕하세요_


전정국
많이 늦은 것도 아닌데, 오늘만 봐주세요ㅎ

점장님
아, 혼낼 마음은 없었습니다_

점장님
얼른 앞치마 메고 준비합시다ㅎ


정여주
네.



정여주
이거부터 하면 될까요?

김매니저
네. 곧 있으면 손님 몰릴 것 같으니까 일단 머신 먼저 씻어주세요.


정여주
네_


전정국
아, 그거 진짜 뜨거워요. 제가 할게요.


전정국
누나는 머신기 밑 좀 해주세요.


정여주
아, 그래.

점장님
여주씨, 잠시만 이것 좀 도와주세요.


정여주
잠시만요_


정여주
정국아, 나 점장님 도와드리고 올테니까 너 혼자 다 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전정국
네_



김매니저
야, 넌 왜 여주씨한테 힘든 거 안시키냐.

김매니저
너 설마 여주씨 좋아하냐?

김매니저
본지 일주일 됐는데?


전정국
일주일이 지나던, 하루가 지나던 좋아할 수는 있는거죠.


전정국
그리고, 누나가 뜨거운 거 만지다가 다치면 어떡해요_ 그냥 제가 하는 게 낫지.

김매니저
좋아하네, 좋아해.


전정국
에이_ 아니에요ㅎ

김매니저
그래, 너 정도 얼굴이면 고백해도 받아주긴 하겠다.


전정국
매니저님, 일하세요.

김매니저
네_



정여주
다 했어?


전정국
네. 위쪽은 다 했어요.


정여주
그럼 내가 아래쪽 할테니까 넌 홀 정리 좀 해줘.


전정국
네.

점장님
한 5분 후부터 몰릴 것 같아요_ 다들 준비합시다.

김매니저
네.




정여주
주문하시겠어요?

손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랑, 카페라떼 두 잔이요.


정여주
네. 다 되시면 가져다 드릴게요_



전정국
아메리카노예요?


정여주
응_ 내가 아메리카노 할게. 넌 라떼 해.


전정국
알겠어요ㅎ



전정국
아, 저 커피머신 작동시킬 때, 이거 누르면 더 빨리 나와요.


정여주
아…, 고마워.


전정국
그리고, 아까 이거 주문했던 남자가 누나한테 관심있는 것 같던데.


전정국
저 남자가 번호 물어보면 알려줄 거예요?


정여주
아니?


정여주
근데, 나한테 관심 있는 거 확실해?


정여주
같이 온 친구들하고 얘기만 하고 있는데.


전정국
이따가 봐봐요_ 분명 번호 물어본다.


전정국
저 남자 싫다고 했죠?


정여주
내 스타일은 아닌 것 같네.


전정국
아_ 알겠어요.


전정국
아메리카노 다 됐어요.


정여주
고마워.



정여주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두 잔 나왔습니다.

손님
…저기 혹시

손님
남자친구 있으세요?


정여주
아, 남자친구요?


전정국
누나, 여기서 뭐해요. 한참 찾았네.


전정국
아까 점장님이 누나 급하게 찾으시던데_ 얼른 가봐요.


정여주
나를? 아, 알려줘서 고마워.

손님
아, 저기 가시기 전에 번호 좀 주세요ㅎ


전정국
누나, 진짜 얼른 가봐요 얼른. 보니까 누나가 뭔 사고친 것 같던데_


정여주
내가?


전정국
네. 진짜 빨리 가봐요.


정여주
아, 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


전정국
네ㅎ



전정국
저기요.

손님
네?


전정국
저 분 남자친구 있어요_

손님
아까 없다고 하시던데_ 있으세요?

손님
혹시 본인이세요?


전정국
아_ 뭐, 아니라고는 할 수 없죠ㅎ


전정국
그니까 번호 물어보지 마세요.


전정국
저 분이 그쪽은 자기 스타일이 아니래요ㅎ


전정국
그니까 다른 여자 찾아보세요.

손님
뭐라고요?


전정국
맛있게 드세요_




정여주
점장님, 무슨 일이세요?

점장님
네? 저 여주씨 찾은 적 없는데...?


정여주
네? 방금 제가 사고쳐서 저 찾으셨다고 하셨다던데.

점장님
아니요? 전 그런 적 없는데ㅎ


정여주
아….



정여주
뭐야?


전정국
뭐가요?


정여주
너 왜 거짓말 했냐고_


전정국
아, 제가 잘못 들었나봐요ㅎ 죄송해요.


정여주
그런 거야?


정여주
확실해?


전정국
음…, 네.


정여주
방금 그 손님 어디가셨어?


정여주
가까이서 보니까 괜찮던데_


전정국
아, 커피가 마음에 안드셨나봐요_ 갑자기 가시던데ㅎ


정여주
그래...?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전정국
제 입맛에는 누나 커피가 제가 만든 커피보다 더 맛있어요.


전정국
그냥 저 손님 입맛이 조금 다른가봐요.


전정국
신경쓰지 마세요ㅎ


정여주
정국아.


정여주
너 오늘 나랑 같이 저녁 먹을래?


전정국
저번주에도 같이 먹었는데, 또 먹어주게요?


정여주
이번엔 니가 먹어주는 거지.


정여주
같이 먹어줄 거야?


전정국
그러죠 뭐.


정여주
그래, 그럼 이따가 같이 퇴근하자.


전정국
좋아요ㅎ



일주일 전.

_

_



전정국
누나는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정여주
나는_ 질투 많고, 잘생긴 사람.


전정국
아_


전정국
노력해볼게요ㅎ


정여주
니가 뭘 노력해.


정여주
하지마.


전정국
해볼게요.


정여주
배고프다_ 빨리 가자.


전정국
왜 말 돌려요?


정여주
내가 언제 돌렸어.


정여주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전정국
어? 볼 엄청 빨개요.


정여주
ㅇ,아니야. 화장을 잘못해서 그래.


전정국
예쁜데.


정여주
어쩌라고.


전정국
빨리 가요_ 배고프다면서요.


정여주
닭갈비 맛있겠다.


전정국
아_ 춥다.


정여주
추워? 기다려봐.


춥다는 너에게, 내가 따듯하게 데워놓은 핫팩을 니 손에 쥐어준 밤.

그 밤이 우리에겐 특별했다.


2018. 4. 27 - 너와 나에게 특별했던 그 날.





전정국
운다고 해결 될 일 아니야.



전정국
누나 하는 행동이 제일 문제야.


전정국
내일 다시 얘기하자. 오늘은 그만하고 싶어.



.


너를 잊고 내 삶을 살려고 할 준비를 하면,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아, 그동안 니가 내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하는 요즘.

너와 함께 일했던 카페, 함께 갔던 식당, 함께 걸었던 공원.

모든 게 너와 함께 했던 추억이다.

이 모든 추억을 씻을 수 있는 방법은,

아쉽게도 없다.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우리.



그냥 처음부터 만나지 않는 게 맞았던 건지.

나와 연애하는 동안, 왜 그렇게 나에게 잘해준 건지.

변할 거면,


차라리 잘해주지 말지.


둘 중 하나는 악당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