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사랑합니다.
[ 동웅 ] 회사물, 비서 X 회장



김동현
후하, 떨린다. 여기가 내 첫 회사 맞지?

대학을 나와 처음 들어가는 회사였다. 이런 큰 회사는 당연히 어렵게 들어갔고,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면접에 합격했다.


김동현
개인비서……후, 먼저 가서 회장님 보려니까 떨리네.


김동현
동현아, 떨지말고 잘 하자! 앞으로 계속 볼 사람인데 뭐.

그렇게 힘찬 마음을 가지고 들어가려 했다. 어라, 근데 출근 시간보다 몇 시간 일찍 와버렸는데? 굳이, 굳이 빨리 들어가야 할 필요는 없으니 가는 길에 음료수나 한 개 를 사가려고 발걸음을 다시 돌렸다.


김동현
첫 날부터 사서 고생하네. 나도 참 힘들게 산다.

회사 옆에 있는 카페에 들려 한 잔을 주문하고 난 뒤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멍하니 있다가 옆에 좋은 정장을 차려 입은 사람이 갑자기 옆에 앉았다. 뭐지, 이 사람은? 같은 회사인가? 인사해, 말아?

인생에서는 할까 말까 할 때 안 하는 게 낫다고 한 말이 생각나서 그저 만지작 만지작 핸드폰만 만졌다. 그렇게 몇 분 있을 때 옆에서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라.


김동현
왜…왜 쳐다봐요? 여기 다녀요?

안 되겠다 싶어서 당황하며 물었더니 돌아오는 건 웃음 뿐이었다. 뭐야 진짜…아무래도 이상한 사람인 것 같았다.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손목을 잡는 것이 아닌가.


김동현
왜요…그 쪽이 회장님 정도 되세요? 저 가야 되는-


전 웅
응, 나 여기 회장이라 그러는데. 너 새로 들어왔지?


김동현
…네? 화장님?

순간 나는 X됐다는 걸 알았다. 응, 김동현 너 첫날부터 잘리게 생겼어. 그 전보다 더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얼음처럼 굳어 있자 회장님이 말을 걸었다.


전 웅
괜찮아, 모를 수도 있지. 그런데 앞으로는 잘 하자?

앞으로는 잘 하자라는 말만 빼면 완벽할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회사 생활은 며칠 못 갈 것 같다. 회장님이 가자 허탈스럽게 웃으며 마음 속으로 울었다.





김동현
…김동현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전 웅
응, 아까 커피는 잘 마셨어? 내 것도 하나 사주지.


김동현
아하하…죄송합니다. 혹시나 안 좋아하실까 봐…


김동현
‘지가 더 돈 많으면서 왜 나한테 그래…’

아무튼 처음부터 저 회장이라는 사람은 매우 어려울 거라고 느껴졌다. 되게 꼼꼼하고, 어린데 무섭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더 그럴까.


전 웅
아, 그리고 폰 잠시만 줘 봐.


김동현
전화번호 주게요…?


전 웅
오, 역시 한 번에 알아 듣네. 다른 놈들은 날 미친놈으로 생각해서. 이번에 사람 한 명 잘 뽑았구나?


김동현
그냥 자르지만 말아주세요…

곧 울 것만 같아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 여기 싫어. 취업 이런 거 하나도 안 기쁘다고.

나중에 다시 폰을 받자마자 전화번호에 저장된 이름을 보고나서 그만 뒤로 나자빠질 뻔 했다. 회장님도 아니고 뭐가 적혔는 줄 알아?


김동현
…평생 함께할 웅이.


전 웅
우리 앞으로 잘 하기로 했고, 내 옆에 있어야 되는 개.인.비.서잖아. 그리고 나 너 마음에 들었다는 거 잊지마?


김동현
죄송하지만 평생 함께하는 건 불가능-


전 웅
나 이번에 회의 시간 좀 알려줘. 스케줄이 앞으로 좀 많아서 헷갈리네?


김동현
…..

아, 퇴사하고 싶다. 얼굴에는 웃음을 띄우지만 속은 180도로 달랐지. 이게 앞으로 몇 년 동안 할 일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김동현
그럼 필요할 때 불러주시구…


전 웅
으응, 그냥 여기 있어. 동현이 얼굴 많이 봐야지!

시X. 이건 아니잖아 진짜!! 회장이 좀 이상하다는 말이 사실이었다는 걸 알았다. 후, 그래도 어쩌겠어. 월급 많이 준다는데.


전 웅
나랑 나중에 좋은 데 가자! 같이 가주면 안 돼?


김동현
저 여친 있어요. 여친이 이런 거 싫어해서.


전 웅
없는 거 다 알아. 너 SNS 계정 내가 다 아는데에?


김동현
…아 진짜…!! ㅈ, 저 그냥 일 하러 가겠습니다.

그저 지금은 잠시 참고 버티자는 생각만 있었지. 하지만 미래의 동현은 얼른 도망치라고 말했을 것이다. 분명히.





전 웅
아, 나 의심하지마! 아까 중요한 일에 대해 많이 못 말해서 그래. 너도 알지?


김동현
네에, 말 해보세요.

딱 봐도 이상한 얘기 하려고 부른 거겠지. 그런데 이번에는 예상을 빗나갔다. 진짜 진지한 표정을 짓고 말하더라고.


전 웅
너 처음이라 많이 힘들 건데, 이번에 중요한 약속이 잡혀버려서.

이제서야 좀 말이 통하는구나, 싶었다. 한동안 일에 대해서만 말하다가 다 끝나갈 때쯤 어떤 여자 한 명이 다가왔다.

“저기, 혹시 번호 주실 수 있나요? 그 쪽 마음에 들어서.”

또 이상한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긴 흑발, 맑은 눈, 목소리, 적당한 키 등등 내 이상형과 딱 맞았다. 와, 미친. 이번에 솔로 탈출이야?


김동현
아, 당연하ㅈ…


전 웅
저 얘랑 사귀는데요?

뭐 이 미친…? 놀라서 그만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러자 그걸 또 믿어버리는 바람에 아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도망쳐 가버렸다. 진짜 이 사람이 미쳤구나?


김동현
아니,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제가 회장님이랑 사겨요? 네?


전 웅
곧 사귈건데 그렇게 문제인가?


김동현
허…회장님 진짜 비호감이거든요. 우리 초면이에요.


전 웅
나…너한테 비호감이야…?

아까만 해도 싱글생글 웃었는데 비호감이라는 한 마디에 세상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벌떡 자리에 일어나서 나를 바라보았다.


전 웅
ㄱ, 그래! 그렇게 싫으면 나 보지 말던가.

그리고 가방을 한 손에 들고 나가려다 혼자 중얼거린 말.


전 웅
네가 좋아서 그런 것뿐인데…





김동현
진짜 어떡하냐. 첫날부터 잘리는 거야? 내일 가서 너 이제 잘렸다고 하면…


김동현
그보다 내가 자꾸 화내서 속 많이 상한 건 아닐까. 아, 오늘 김동현 정신 좀 나갔네.

문자를 한 통 보낼까 생각하던 찰나에 띠링- 하고 기다리던 문자가 왔다. 그 내용은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고.

웅 [ 난 너 호감이거든?! 네가 나 싫다면 좋게 만들면 되겠지? 동현아 내일 보자????? ]

응, 다행히 잘릴 걱정은 없어졌지만 엄청난 스트레스가 쌓일 예정이다. 여기 사내연애 가능하나요? 가능하다 해도 전 싫거든요.

[ 다시 말하지만 저 여친있어요…^^ ] 동

웅 [ 엇 너 문자 잘못보내따! 나 너 남친이잖아❤️ ]


김동현
…아, 진짜.

웅 [ 나 잘게 내일도 멋지게 와줘🎶 ]

[ 대충 입고 올게요😛 ] 동

회장님은 이모티콘을 되게 많이 쓰는구나. 예의상(?) 나도 이모티콘을 날려주었더니 키읔을 엄청나게 날려보낸다. 내일 또 이걸로 웃으면서 말 걸겠지?


김동현
그래도…귀엽긴 하네.





김동현
…..


전 웅
꺅! 어제 너무 귀여웠던 거 아니야? 그 이모티콘 한 번만 해줘! 응?


김동현
회장님, 이제 들어가셔야죠. 사담은 되도록이면 하지맙시다.


전 웅
야, 너 너무해…내가 너 좋아한다니까? 꼬실거라고.

도망치는 와중에도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부려왔다. 이 사람 회장 맞아? 아무리 급하게 자리를 물려받았다지만.


김동현
저 애교 안 좋아해요. 꼬실거면 사람의 취향은 제대로 알고 해야죠.


전 웅
알겠어, 안 하면 되지…? 큼큼, 빨리 들어가자.

귀여운 걸 싫어한다고 하니 표정도 목소리도 바꾸고. 정말 진심인 것 같다. 미안한데, 난 좋아하는 마음 1도 없어.


김동현
내가 퇴사를 해버리고 말지…


전 웅
뭐라고? 너 못 해. 못 하게 할 거야.


김동현
대신 한 달 안에 못 하면 저 관둘게요. 됐죠?

난 원래 사람도 잘 의심하고, 누구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이니 절대 못 할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전 웅
동현아, 비서님! 마이동?


김동현
하나만 불러주시죠.

커피 한 잔을 사오고 내가 볼 때까지 이름을 불러댔다. 마이동 저건 또 뭔데? 으으, 지금 이 짓만 거의 한 달 째다. 그래서 옆에서는 자꾸 이상한 소문만 생겨나고.

“회장님이랑 비서 요즘 분위기 이상하지 않아? 사내연애야?”

“비서가 뭐라고 회장님이랑 사귀냐? 그냥 붙어있는 거겠지.”


김동현
비서가 뭐라고…그럼 지들은 뭔데.


전 웅
당신 둘, 해고에요.

“네…? 저요? 저 왜요?”


전 웅
내 소중한 사람을 욕하는 건 참을 수가 없거든. 당신 일처리도 제대로 안 하던데.


김동현
아니, 뭘 해고까지 해요. 저 괜찮아요.


전 웅
내가 안 괜찮거든? 아무튼, 일주일 내로 나가세요. 김00사원?

정말 나 때문에 많이 잘리곤 했다. 이때다 싶어서 일 못 하는 사람은 다 자르는 건지, 내 뒷담화 때문에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김동현
오늘도 감사합니다. 저 이만 갈-


전 웅
동현아…오늘 우리 집에 자고 가면 안 돼? 한 번만. 내일 회사도 안 나오잖아…


김동현
안 나오니까 저도 하루는 쉬어야죠. 그리고 어떤 비서가 회장님 집에 자고 갑니까?


전 웅
으응…나 혼자 싫어. 몇 주 뒤에 너랑 떨어지는 것도 싫고.

어깨에 기대어 부탁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회장과 같이 있는다니, 매우 끔찍했지만 그래도 그 회장이란 사람이 전웅이니까 한 번은 가주기로 했다.


전 웅
지짜? 대박, 내가 가서 맛있는 거 해줄게!


김동현
예…회장님이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우당탕탕-!!!


김동현
…..


전 웅
하하, 오랜만에 해서 하나도 모르겠네!

이러다가는 다치겠다 싶어서 결국 내가 다 요리를 했다. 그걸 뒤에서 빤히 쳐다보는 회장님에 좀 부담스럽기도 했고.


전 웅
우와- 진짜 되게 잘 하네! 너 내 남편감이다!


김동현
우리나라는 남자끼리 결혼할 수 없습니다.


전 웅
히, 그럼 그냥 우리끼리 살자.


김동현
그런 말 말고 먹기나 하시죠…

잔뜩 준비한 요리를 식탁 위로 올렸다. 대박, 대박 거리며 좋아하고 맛있게 먹어주니 살짝은 뿌듯하기도 했다.


전 웅
나, 진짜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본 적은 처음인 것 같아. 내가 너 완전 사랑한다고.


김동현
네, 저도요.


전 웅
…????

평소처럼 밀어내기만 할 거로 예상했는데 저도 그렇다는 말을 들어서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놀랐다. 아, 몰라! 그냥 말해버려.


김동현
좋아한다고요…한 달 안에 성공했네?


전 웅
우으…김동현 너, 너 내가 더 사랑할 거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는 거의 눈물을 흘리며 주저 앉았다. ㅇ, 이 사람 왜 이래? 나 너무 당황스러운데.


전 웅
흐끅, 너 많이 좋아했는데 넌 나 밀어내고…얼마나 속상했는데!!


김동현
어구…미안해요. 고개 들어 봐요, 예쁜 얼굴 보게.

고개를 휙 올려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을 보았다. 두 볼을 감싸쥐고 입을 맞추자 눈동자가 한 번 더 커졌다. 아마 하루아침에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저도 아니고 내가 먼저 가서 입을 맞추었으니 놀랄만 했다.


전 웅
흐…사랑해, 평생 안 놓아 줄거니 알아둬…!


김동현
나도 안 놓을거야. 회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전 웅
동현아, 오늘 많이 피곤하지? 여기 네가 좋아하는 거 사왔어!


김동현
아, 형 이런 거 안 사줘도 된다니까…그래도 형 덕분에 일한다.

내가 이 사람한테 형이라고 부를 줄은 상상도 못 했지. 그런데 지금은 사귄지 50일 정도 되고, 같이 집에서 자는 건 일상이 되었다.


김동현
형 이제 사람들 곧 들어와요. 나중에 집에서 봐요!


전 웅
히잉, 시간 나면 갈게…! 오늘도 파이팅 하구.

이런 사내 연애도 나쁘지 않은 걸? 일하면서 사랑 받고, 칭찬 받고, 연애도 24시간 할 수 있으니까. 귀여운 얼굴도 많이 보고.


전 웅
마이동 사랑해!!


김동현
ㅇ, 아니 그런 말은 좀 조용히…!

그래도 아직은 이런 말이 부끄럽기는 했다. 그런데 사람 일은 모르잖아, 오히려 나중에는 내가 더 할지도?


김동현
…전 웅 사랑해.






휘슬 / 로휘
원래 글은 이렇게 못 쓰면서 이거는 5천자 쓰는 제가 자랑스럽군요. 하하하하하 - 단점은 내용이 이상하다는 거.


휘슬 / 로휘
난 분명 3천자 정도만 쓰려고 했는데😢 요즘 분량 조절도 어렵네요


휘슬 / 로휘
아무튼 전 남은 글들도 써보러 가보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하고 신청!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