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의 콤플렉스

6화. 다시, 친구 김도훈

며칠 동안.

김도훈은 평소와 똑같았다.

아니.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웠다.

"이거."

동아리방에 들어가자마자 내 자리 위에 캔커피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내가 늘 마시는 브랜드.

"어?"

옆에 있던 선배가 웃었다.

"도훈이 아까 사다 놨어."

"..."

"너 늦는다고."

나는 말없이 캔을 집어 들었다.

차갑다.

방금 산 거였다.

'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거야.'

며칠 전.

카메라를 보면서 나눴던 대화는 마치 없었던 일처럼.

도훈은 다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괜히 답답했다.

 

 

-

 

 

출사가 끝난 뒤.

회원들이 하나둘 먼저 돌아갔다.

나는 일부러 짐을 천천히 정리했다.

"안 가?"

뒤에서 도훈이 물었다.

"...같이 갈래?"

말을 꺼낸 순간.

도훈 표정이 아주 조금 변했다.

"...그래."

 

 

-

 

 

둘은 나란히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익숙한 침묵이었다.

예전에도.

둘은 말을 많이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냥 같이 걸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시절이 있었다.

"도훈아."

"...응."

"나 하나 물어봐도 돼?"

"응."

"왜 그때 말 안 했어?"

"...뭘."

"같은 대학, 같은 과 가려고 공부했다고."

도훈은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천천히 웃었다.

"...말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다.

"네가 싫어질까 봐."

"..."

"공부하는 이유가 너라고 하면."

"..."

"너 부담될 것 같았어."

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부담을 느낀 건.

오히려 자신이었다.

"나도."

여주가 입을 열었다.

"...미안."

도훈이 고개를 돌렸다.

"그날."

"..."

"선생님이 문과 가는 게 어떠냐고 했거든."

"..."

"순간."

"..."

"다들 내가 널 못 이긴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

조용한 밤.

버스가 한 대 지나갔다.

"그래서."

"..."

"너한테 화낸 거야."

"..."

"카메라도."

목소리가 떨렸다.

"...미안."

도훈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그걸 이제 말해 주네."

"..."

"나 진짜 이유 몰랐어."

"..."

"내가 뭐 잘못한 줄 알고."

"..."

"계속 생각했거든."

왜.

김여주가 나를 싫어하게 됐는지.

여주는 처음으로.

도훈의 눈을 제대로 바라봤다.

그 눈에도.

자신처럼 오래된 미안함이 남아 있었다.

"우리."

여주가 먼저 말했다.

"...이제 그만 미안해하자."

"..."

"너도."

"..."

"나도."

도훈은 잠시 여주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웃었다.

"...그래."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풀리지 않던 매듭 하나가.

조용히 풀리는 소리 같았다.

 

 

-

 

 

버스가 도착했다.

둘은 나란히 올라탔다.

자리가 하나밖에 없었다.

"앉아."

도훈이 말했다.

"너 앉아."

"난 괜찮아."

"나도 괜찮아."

잠깐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둘이 같이 웃었다.

"...유치하다."

"그러게."

여주는 창가에 앉았다.

도훈은 옆에 섰다.

버스가 출발하고.

창밖으로 지나가는 불빛을 바라보던 여주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창문에 비친 도훈은.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늘 제 옆에 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때였다.

버스가 크게 흔들렸다.

"앗."

몸이 앞으로 쏠리는 순간.

도훈이 반사적으로 여주의 팔을 붙잡았다.

"...괜찮아?"

"...응."

짧은 대답.

손은 금방 떨어졌지만.

여주의 심장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

 

 

집 앞 정류장.

둘은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헤어지려던 순간.

도훈이 뒤에서 불렀다.

"여주야."

"...응?"

도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웃었다.

"...다행이다."

"...뭐가?"

"다시 말 걸어줘서."

그 말을 남기고.

도훈은 먼저 걸어갔다.

여주는 한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바보."

예전에는 몰랐다.

김도훈도.

나만큼 서툴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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