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주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건
모른 척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음엔 너무 오래 걸리지 마.”
여주는 그 말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바보“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가에는 또 눈물이 맺혔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0 1 0
손가락이 멈췄다.
“…미쳤어?”
여주는 황급히 화면을 껐다.
그리고 휴대폰을 침대 위에 던져버렸다.
하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번호를 다시 바라봤다.
그리고 이번에는.. 끝까지 입력했다.
010-****-****
중간에 아주 많이 고민했다.
번호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하나하나 눌렀다.
“태현아…”
태현이의 연락처를 보며,
아주 작게 이름을 불러봤다.
여주는 한참 동안 빈 메시지창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글자를 입력했다.
[오늘… 고마웠어]
잠시 멈췄다.
지웠다.
다시 썼다.
[그동안 잘 지냈어?]
또 지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문장.
[나도… 많이 기다렸어]
여주는 그 문장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보내기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하지만,
차마 누르지 못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여주는 눈을 질끈 감고
떨리는 손으로 보내기를 눌렀다.
전송.
10초.
20초.
아무 답도 오지 않았다.
여주는 괜히 실망했다.
그런데,
띠링.
[나도 알아]
여주는 그대로 굳었다.
잠시 후 두 번째 메시지가 왔다.
[누나라면 그럴거라고…생각했어]
여주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세 번째 메시지.
[그러니까 이번에는 도망가지 마, 누나.
가더라도 나랑 같이 가.]
여주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았다.
“…응.”
아주 작게 대답했다.
“이번엔 안 도망갈게.”
그날 밤,
두 사람 사이에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