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fiction KookV] Jakdu

Épisode 3. Ne vous endormez pas

태형은 분명 말했다. 오늘 밤엔 잠들지 말라고. 그런데 하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더 신경 쓰이는 법이었다. 정국은 숙소로

돌아와 씻고, 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켰다가 껐다. 화면은 계속 밝아졌다가 어두워졌고, 시간은 이상하게 느리게 흘렀다.

 

 

잠들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묻고 싶었다. 태형에게 연락할 방법은 없었다. 아니, 사실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 꿈에 왜 나와요?”라고 묻는 것도 이상했고, “우리가 예전에도 알던 사이였어요?”라고 묻는 건 더 이상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정국이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분이었다.

 

 

“미쳤네, 진짜.”

정국은 작게 중얼거리며 눈을 비볐다. 잠을 안 자려고 커피까지 마셨는데,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몸이 무거워졌다.

머릿속에는 계속 태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손목을 잡던 따뜻한 손, 형이라는 말에 흔들리던 눈, 그리고 낮게 말하던 목소리.

 

 

잠들지 말아요.

 

 

정국은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렸다.

딸랑.

 

 

 

 

정국은 눈을 떴다. 하지만 방은 사라져 있었다. 또 그곳이었다. 붉은 천이 낮게 흔들리고, 촛불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깜빡였다. 방 한가운데에는 작두가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태형이 작두 위에 서 있지 않았다. 태형은 정국 앞에 서 있었다. 흰 셔츠 차림에, 맨발이었다. 이상하게도 정국은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에도 몇 번이나 봤던 장면처럼.

 

 

“잠들지 말랬잖아.” 태형이 말했다. 꿈속의 태형은 현실보다 조금 더 다정했고, 조금 더 지쳐 보였다.

정국은 그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발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여긴 어디예요?” “네가 기억을 묻어둔 곳.” “내가요?”

태형은 대답 대신 정국의 손목을 보았다. 낮에 생겼던 붉은 선이 다시 선명해져 있었다.

 

 

정국이 손목을 감추려 하자 태형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숨겨도 소용없어. 그건 내가 아니라 네가 받은 거라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아직 몰라도 돼.” “그 말 제일 싫어요.” 정국이 답답하게 말하자 태형이 아주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마음을 건드렸다. 처음 보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정국은 그 웃음이 반가웠다. 보고 싶었던 걸 이제야 본 사람처럼.

 

 

태형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정국은 망설이다 그 손을 잡았다. 손이 닿자마자 주변 풍경이 흔들렸다. 붉은 천이 사라지고, 대신 낡은 골목이 보였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국은 젖은 우산을 든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골목 끝에서 태형이 뛰어왔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린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정국 앞에 멈춰 섰다.

 

 

“늦었잖아.” 꿈속의 정국이 말했다. 목소리는 낯설었지만, 감정은 너무 선명했다. 서운함보다 안도감이 컸다. 태형은 웃으며 정국의 우산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왔잖아.” “또 안 오는 줄 알았어.” “너 두고 어디 가.” 그 말에 정국의 가슴이 이상하게 저렸다. 장면은 금방 흩어졌다. 다시 붉은 방이었다. 정국은 태형의 손을 놓지 못한 채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뭐예요.” “기억.” “내 기억이요?” “우리 기억.”

 

 

우리.

 

 

그 단어 하나가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와 정국은 잠깐 말을 잃었다. 태형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눈은 그렇지 않았다. 오래 참은 사람처럼, 정국이 그 말을 알아듣기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보였다. “우리가… 뭐였는데요?” 정국이 물었다. 태형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정국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가까워진 거리에서 촛불 냄새와 비슷한 향이 났다. 현실에서 태형이 지나갈 때 맡았던 향이었다.

 

 

 

 

태형이 낮게 말했다. “네가 나를 제일 먼저 찾아줬고.” “…” “내가 너를 제일 마지막까지 기다렸어.” 그 말은 고백 같기도 했고, 이별 같기도 했다. 정국은 더 묻고 싶었지만 그 순간 작두 쪽에서 쇳소리가 났다. 둘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갔다. 작두 위에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국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건 태형이 아니었다. 태형을 부르는 무언가였다.

 

 

태형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국아.” 처음이었다. 태형이 현실이 아닌 꿈속에서 정국의 이름을 그렇게 불렀다. 너무 익숙하고, 너무 아픈 목소리였다. “이번엔 나보다 먼저 기억해.” “뭘요.” “내가 작두 위에 왜 섰는지.”

 

 

정국이 대답하기도 전에 촛불이 모두 꺼졌다. 눈을 떴을 때, 정국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있었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고, 휴대폰 화면에는 새벽 4시 17분이 떠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정국은 한참 망설이다 메시지를 열었다.

 

잤죠.괜찮아요?

 

 

정국은 손끝이 굳은 채 화면을 바라봤다.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손목 확인해요.

 

 

정국은 천천히 소매를 걷었다. 붉은 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명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아주 희미하게 작은 글자처럼 자국이 남아 있었다.

 

 

태형.

 

 

 

 

정국은 숨을 멈췄다.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처음 만난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데 정국은 이제 더 이상 그렇게 믿을 수 없었다.

 

 

다음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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