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포식자

02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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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자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았다. 적어도 남들이 보기엔 그랬다.

“…”

전정국은 느긋하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래서.”

서류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아직도 행방을 모른다는 거야?”
“네. 마지막으로 확인된 이후로는 별다른 움직이 없습니다.”
“그래?”

정국은 짧게 웃었다.

“잘됐네. 살아는 있나 보지.”

말과 달리 그의 시선은 좀처럼 서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
”뭐. 더 할 말 있어?“

부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그럼 나가 봐.”

문이 닫히고 나서야 정국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

참 이상한 일이었다. 원하던 것은 전부 손에 넣었다. 조직도, 권력도, 그토록 남내던 자리까지. 그런데도 어딘가 허전했다.

“…”

정국은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참 나.”

7년이었다. 한 사람을 속이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시간. 그는 그 긴 세월 동안 한 번도 제 목적을 잊은 적이 없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

문득 그녀의 마지막 얼굴이 떠올랐다.

“…”

정국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아…”

애써 지워 낸 얼굴이 왜 이제 와서 떠오르는 건지. 그는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덮었다.

“재수 없게.”




-




탕탕 -

연달아 쏘는 두 발에 총소리. 말 그래도 혼동이었다.

“…”

조직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났던 날. 복도에는 다급한 발소리와 고성이 끊이지 않았고, 곳곳에서는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조직의 질서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도망쳤고, 누군가는 살기 위해 동료를 배신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같은 편이었던 놈들이 서로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정국에게는 그리 놀라운 광경이 아니었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으니까.

“…”

반란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여자의 아버지가 죽은 뒤로부터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던 조직은 결국 그날을 기점으로 완전히 갈라졌다.

“형님. 말씀하신 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국은 별다른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었다.

“그쪽은?”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한 것 같습니다.”
“그래?”

정국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

“눈치도 참 더럽게 없네.”

7년이었다. 그 여자의 곁에서 웃고, 떠들고, 때로는 목숨까지 걸어 가며 쌓아 온 시간. 그 긴 세월 동안 정국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의심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믿었다. 어쩌면 이 조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참 우스운 일이었다. 가장 가까이 두었던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을 사람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형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정국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뭘 어떻게 해.”

그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웃었다.

“끝내야지.”

그날,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

아버지가 남긴 조직도, 지금까지 지켜오던 자리도, 제 사람이라 믿었던 이들까지.

그리고 그 모든 일의 중심에는 전정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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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는 여주의 그날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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