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6화. 어색한 저녁식사

sophie97
2026.08.23Vues 108
커튼을 치지 않아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온 햇빛에
평소보다 일찍 깼다.
자켓만 겨우 벗은 채 소파에서
잠든 걸 보니 어제 생각보다
많이 취했었나 보다.
샤워를 하고
김대표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어제 내가 많이 취했었지?
집으로 데리고 오느라 힘들었을텐데
미안해...ㅠ]
곧 김대표에게서 답장이 왔다.
[오늘 저녁 사.
퇴근 시간 쯤에 우리 사무실 앞으로 와.]
'저녁을 사라는 걸 보니
내가 어제 꽤 고생을 시켰나 보다...'
[네... 6시까지 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ㅠ]
김대표에게 답장을 보내고 보니,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가 있었다.
[일어났어요?
이 문자 보는대로 전화 줘요.]
'뭐지?
저장 안 한 번호인데...'
누군지 몰라 통화 기록을 확인해 보니
어제 훈지 씨를 만났던 시간에
전화가 걸려온 기록이 있었다.
'아...훈지 씨 새 번호구나.
그런데 왜 전화를 달라고 하지?'
'어?
어제 밤에도 통화 기록이 있네.'
난 잠깐 망설이다가
문자를 먼저 보냈다.
[훈지 씨. 왜 전화 달라고 한 거에요?]
[속은 괜찮아요?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요?
어젯밤에 나랑 통화한 건 기억나요?]
[어제 나랑 통화했어요?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리 김대표님이지만
남자랑 술을 마시면서
그렇게 기억도 못 할 정도로
많이 마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
"뭐야... 자기가 내 오빠야 뭐야?
자기 만나고 싱숭생숭해서
술 마신 건데..."
[다음부턴 조심할게요.]
훈지 씨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서
나는 그의 번호를 뭐라고 저장할까
잠시 고민했다.
'박훈지'
'이제 뭐...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향했다.
집에서 걸어서 가면 20분쯤 걸리는 거리라
날씨가 좋은 날에는
운동 삼아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틀 뒤면 정식 오픈이라
오늘 주변 상가에 돌리려고
미리 주문해 놓은 떡이 도착하기로 한 날이다.
카페 문 앞에는
오픈 전에 필요한 물품들이
택배로 도착해 있었다.
택배 상자들을 안으로 들여놓고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떡도 도착했다.
주변 가게에 떡을 돌리고
남은 몇 개는 쇼핑백에 챙겨 두었다.
할 일을 끝낸 뒤,
제작사에서 보낸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소설과는 또 다른 읽는 재미가 있었다.
푹 빠져 읽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김대표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다가
퇴근한 그와 함께 근처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그가 미리 예약을 해둔 듯
이름을 대자 룸으로 안내받았다.
그가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정아 너, 나랑 만날 땐 술 마시지 마라.
내가 어제 너 데리고 가느라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미안해...
내가 술을 잘 못 마시는데...
어제 술술 들어간다 했어."
"네 자켓 벗기느라 애먹고 있는데,
훈지는 왜 그렇게 또 전화를 하는지...
내가 너희 집에서 나왔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안 하더라?"
"사실...난 훈지 씨한테 전화 온 것도 기억이 안나..."
"내가 어제 진짜 황당했던 게 뭔지 알아?"
김대표가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뭐? 내가 혹시 다른 실수라도 했어?"
"아니. 네가 아니라 훈지가.
여자 혼자 사는 집이니까
침실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그래서 거실에 눕혀 놓고 온거야."
"아... 그래서 소파에서 자고 있었구나."
"헤어진 사이에 뭐 그리 꼼꼼하게 챙기냐?"
"술에 취한 내가 제일 잘못했지.
미안해... 정말.
다시는 그런 일 없을거야.
참, 오늘 개업떡 와서 먹어보라고 챙겨왔어."
"어? 진짜? 맛있겠다.
빨리 꺼내봐.
잠깐, 나 화장실 가서 손 좀 씻고 와야겠다."
김대표가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나가고
바로 다시 문이 열렸다.
"어떻게 나가자마자 들어와? 어?"
문이 열리고 훈지 씨가 들어왔다.
"여기 어떻게...?"
"대표님이 말씀 안 하셨어요?
오늘 정아 씨가 저녁 산다고 하길래
나도 얻어먹으려고 왔는데."
"얘기 못 들었어요."
훈지 씨는 아무렇지 않게 자켓을 걸고
내 옆에 앉았다.
"이게 무슨 떡이에요?"
"아... 개업떡이에요."
"누가 개업을 하는데요?"
"내가요."
"정아 씨가 무슨 개업을 해요?"
"내가 카페를 개업하게 됐어요."
"네?"
그 때 김대표가 들어왔다.
"훈지 왔네?
아까 낮에 훈지가 저녁 먹자고 전화했길래
그냥 여기로 오라고 했어.
미리 얘기하면 네가 불편해할까봐
말 안 했는데..."
나는 김대표에게 눈을 흘겼다.
"카페를 개업한다는 게 무슨 얘기에요?"
훈지 씨의 질문에 김대표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미겔이라고 번역 작업할 겸 카페를 연대.
분위기도 좋고, 정아가 커피도 잘 내리더라."
"미겔...이요? 대표님 가 보셨어요?"
훈지 씨는 김대표에게 이야기하면서도
계속 나를 보고 있었다.
"어. 가봤지. 카페 분위기가 되게 이국적이야.
떡 좀 줘봐.
난 이런 개업떡이 그렇게 맛있더라."
훈지 씨는 뾰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네요?"
생각지도 못 했던 훈지 씨의 등장에
저녁을 먹는 내내 어색했다.
김대표가 내 목에 걸린 목걸이를 발견했다.
반가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아 너, 내가 준 목걸이 했네?
잘 어울려. 예쁘다."
훈지 씨는 나를 보더니
인상이 굳은 채 물었다.
"스페인에서 내가 줬던 그 목걸이는요?"
나는 괜히 훈지 씨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집에 있어요."
나는 그렇게 묻는 훈지 씨가
괜히 얄미워서 한 마디를 더 보탰다.
"헤어진 남친이 준 목걸이를
누가 계속 하고 다녀요?"
그 말을 들은 그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바로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둔 내 휴대폰이 울렸다.
"박훈지?"
그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 정아 씨가 내려 준 커피 마시고 싶은데..."
<7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