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ne Maginot avec vous
[Épisode 45] Tout autant que moi



약간의 체념과 가라앉은 목소리.

그래, 결국 이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들었어야 했냐는 질문과, 뒤따라오는 미약한 두통과 함께


..고요함이 찾아왔다.






전정국
........


백시혜
.....


윤여주
......


턱끝까지 차올라온 격양된 숨을 애써 삼켜내는 그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다는 듯,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눈물을 털어내는 그녀.


그리고, 이 상황에 더더욱 입을 다문 체 그저 둘을 번갈아 바라보는 나.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누구의 입장에서 봐도,


다만 나는 여기에 도무지 낄 자격이 되지 않았기에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였다.

결국 그다지 유쾌한 꼬리표를 달고 있지는 않았으니,



전정국
.........


전정국
.....((아무 말 없이 여주에게로 살짝 시선을 돌린다


윤여주
........

아무리 과거가 기구하고, 우리 사이에 응어리진 감정들이 있다고 한다고 해도



그게 결국 우리 관계의 면죄부가 되는건 아니니까,




백시혜
......


백시혜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잘 안돼요. 좀,



백시혜
역겨워, 지금 이 상황이


자신의 앞에 서있는 여주와, 그리고 그 뒤,

아마 이도저도 못한체로 서있을 정국을 차례로 바라보며 그녀가 읇조렸다.




백시혜
내가 다 잘못한거야?


백시혜
...내가 아주,. 아주 세기의 사랑놀음에 놀아난 꼴이네. ..안그래요?


윤여주
.......


백시혜
하..... 정말....



백시혜
웃기지 않아?


백시혜
...며칠간 집에 발도 들이지 않던 인간이 어떻게 지금 이 상황에 집에 들어오고,


백시혜
나는 졸지에 어디 끼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버렸네요?



백시혜
..지금까지 나 갖고 논거야, 둘이?


전정국
.....


윤여주
...아닙니다


백시혜
아니면 뭔데!!!



백시혜
나는 지금 내가...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려야할지도 모르겠는데....


백시혜
....나한테 뭘 바라는거에요...?



백시혜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들면서!! 뭘 원하냐고, 도데체


윤여주
......


물에 짖이겨진 진흙처럼 문드러진 감정이 후두둑 쏟아져내렸다.

배신감, 창피함, 그보다 더 심한 비참함.


사실 더 크게는 어이가 없었다.

단지 상상만 해왔던 모습을 마주했기 때문일까.

....


맥이 탁 풀리며 온몸이 휘청거렸지만 결코 넘어질순 없었다.

나는 여기서 절대 죄인이 아니다. 오히려 당당한 쪽이지,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모든 화살을 나로 돌리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불쌍했다.







눈앞이 아득했다.


......,

윤여주를 사랑했고, 그 감정이 옳지 않단걸 알면서도 결국 마음에 품었다.


결코 노골적으로 드러낸 적은 없어도 죄책감이 나를 짖누를지언정 감정을 과시했고,

돌이킬 수 없을만큼 부푼 감정이 터지고 난 직후에는 그저 초라한 기억들만이 나부꼈다.


닿지 않는 신기루에 손을 뻗었다 결국 그 신기루에 갇혀버렸다고,


그럼 내 존재 자체도 결국 누군가에겐 신기루였음은 다만 짐작할수 있었다.



이 감정들을 사랑이라 칭할수 있을까?


아픈 사랑, 이렇게 표면적인 단어들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걸까?


연민, 동경, 동정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도 결국 따지고 보면 여러개의 사랑일텐데,


아니, 아니다

...뭐 어차피 종국에는 바람으로 묶이겠지.

숱하게 깨닫고, 여러번 난도질당했던 현실을 다시금 직시한다.



나는 결국 진심 앞에서까지 당당한 사람이 아니였다.


오히려 자신을 숨기며 찌질해졌고,

오직 나를 먼저 생각하는 이기주의자였고,



그런 나에게 사랑을 논할 자격따위는 남아있을리 없다.




전정국
.......


윤여주
....



윤여주
...오늘,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사실..


윤여주
단지 이거 하나입니다.



백시혜
........


윤여주
...잘못된 관계는 끊어내야죠.



윤여주
그 간단한걸 지금까지 못해서 이 상황까지 왔으니, ..차라리 여기서 끊어내려고요.


전정국
......


전정국
....그 간단한걸,..


전정국
왜.....



윤여주
.......


이건 단지 유치한 사랑놀음이야.


거기에 겉잡을 수 없는 상황, 추억, 알량한 고양감에 빠져 잠시 흐릿해졌을 뿐,

...사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잖아.



윤여주
.......


백시혜
....




윤여주
널 사랑하지 않았어. 한번도,


윤여주
.....내가 느꼈던 일말의 감정들도 결국 동정이였을거야.




윤여주
..사실 너도, 그런 감정에서부터 시작한거 아니야?


전정국
윤여주..!!!



전정국
.........


윤여주
....


끝까지 들키고 싶지 않았던 초라한 진심을 여러 사람에게 들킨것같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참 웃기지,

결국 비겁하게 도망치는 꼴이라니.





윤여주
더이상, 뭐.. 더 할 말은 없어보이네요.



윤여주
......


윤여주
....제가 먼저 나가는게, 아마 좋겠죠?



백시혜
........


윤여주
....


전정국
.....


자신의 앞에 서있는 시혜에게 간단한 목인사를 하고 그 집에서 빠져나간 여주.

아무 말 없이 서있는 시혜와,

아직도 이해가 안되는 감정이 주체가 안되는듯 머리카락을 연신 쓸어올리는 정국.




백시혜
......


백시혜
....따라나가지 마,



전정국
........




백시혜
..진짜 죽여버릴꺼야, 그러면






더이상 내뱉을 말도 없다는듯, 입을 꾹 닫은 체 밖으로 나와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벌써 장마철인가,



..보름도 안되는 시간에 비에 흠뻑 젖을 일이 두번이나 생긴다는건, 좋은일일까?



빗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거리를 처벅처벅 걸었다.

.....

...차마 비겁할지라도, 그 상황에서는 내가 없어지는게 훨씬 나을수도 있으니까.


이미 일어난 사실에 뭣도없는 희망사항을 써붙이며 애써 자기합리화를 했다.

...퍽 웃기게도,



윤여주
......


윤여주
....흐윽,



윤여주
...흣, 흐..... 흐흑..




감정이란건 참 좋다.

...그아무리 부끄럽고, 자기중심적인 감정이라도,


좋은말로 포장하고 숨기면, 절대 아무도 알지 못하니까.





윤여주


윤여주


윤여주


비를 맞는다는건, 내 얼굴을 그만큼 숨길 수 있기에 좋은 축에 속했다.

부딫히는 빗소리에 내 울음을 숨길 수 있었고,

얼굴에 흐르는 빗방울이 눈물과 만나면 그저 뺨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되버리는거니까.



그렇게 흠뻑 젖어가는 체로 빗속을 거니는 이 순간,



내리는 빗방울에 비친 당신이,






딱 나만큼만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