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안(靑霧)의 소년
8화: 심해의 감옥

정화랑
2026.11.04Dilihat 0
계단 꼭대기의 평평한 복도 끝에 가닿았을 때, 익숙했던 오두막 같은 목조 건축 양식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고 훨씬 더 차가운 무언가로 완전히 대체되었다. 좁다란 복도는 매끄럽고 이음새가 없는 정교한 석조 블록으로 지어져 있었는데, 그 표면은 희미하고 인공적인 발광을 머금은 채 차갑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바로 저 앞, 날카롭고 기하학적인 모퉁이가 울퉁불퉁한 각도로 꺾이며 경로를 완전히 차단해 버렸고, 그 때문에 이 별동 안쪽 깊숙한 곳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그 비주얼을 단 한 자락도 내비치지 않은 채 완벽하게 가로막고 있었다.
내가 그 모퉁이에 가까워질수록 내 부츠는 석조 바닥을 디디며 무겁고 규칙적인 쿵 소리를 냈다. 이곳 위쪽 세계의 침묵은 완벽하게 절대적이었으며, 내가 입은 코르셋의 단단한 끈을 사정없이 압박하며 가쁘게 들이쉬는 내 숨소리 외에는 그 어떤 소음도 흐르지 않았다. 내 가슴속을 파고들던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물리적 이끌림은 이제 훨씬 더 강하고 격렬하게 내 온 신경을 잡아당겼고, 마침내 나를 그 날카로운 모퉁이 굽이 너머로 세차게 이끌어 들였다.
모퉁이를 완전히 돌아서자, 복도는 순식간에 살균된 듯 메마르고 차가운 금속성 통로를 향해 사방으로 활짝 열려 나갔다.
거대한 세 개의 유리 격리 장치가 암청색 석벽 내부에 그대로 박혀 있었고, 움푹 파인 발광 튜브들이 내는 낮고 주기적인 웅웅거림 아래에서 희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걸음걸이를 늦추었다. 첫 번째 격리 장치의 차가운 유리창 표면 위로 내 손가락 끝을 가만히 더듬으며 그 안쪽을 어두운 눈빛으로 응시했다. 이곳은 결코 평범한 강의실이나 교무실 따위가 아니었다. 학교의 낡고 바래버린 목조 외관 속에 철저히 감추어져 있던, 고도로 정밀한 첨단 셀 블록이자 임상 감옥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투명한 유리 격리창 내부에 위태롭게 갇혀 있는 존재들은, 인간의 형태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기괴한 이형(異形)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