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103화. 변심



아침 식사를 맛있게 마친 뒤,

함께 설거지까지 끝내고 소파에 앉았다.





"오래만에 한국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행복해요.

 우리 훈지 씨가 가져온 한국 음식 다 떨어지면

 말루가로 한국 음식 원정을 한 번 떠나요.

 거기에 한국 마트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캐나다에서는 한국 마트도 있고

 한인 식당도 많아서 불편함이 없었는데,

 여기는 그게 조금 아쉬워요."





'앗... 캐나다 얘기는 괜히 꺼냈다...'





"정아씨..."




훈지 씨가 내 옆에 앉았다.




"어제... 내가 한 번이었냐고 말해서

 미안해요. 잘못 했어요.

 사실 화도 나고 섭섭했는데,

 당신이 내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아서

 괜히 심한 말을 했나 봐요."


 "상처... 많이 받았죠?"





나는 그가 먼저 건넨 사과 한 마디에

어느새 화가 다 풀렸다.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사과해 줘서 고마워요, 훈지 씨.

 어제 나도 괜한 자존심을 부린 게 맞아요.

 나 같아도 머리로는 이해해도,
 
 훈지 씨가 다른 여자와 주고받은 편지 봤다면

 정말 화났을 것 같아요."





"그쵸? 정아 씨라도 화났겠죠?

 나 진짜 어제 그 편지들을 읽는데

 너무 화도 나고 질투도 나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어요.
 
 그 XOXO는 무슨 뜻이에요?

 엄청 자주 쓰던데요?"





"그걸 꼭 알아야겠어요?

 그냥 넘어가요..."





"뭔데요 그게?"




"포옹과 키스..."




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라구요?"





"포옹과 키스라구요..."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왠지 달달한 뜻일 거 같더라."




잠시 입술을 깨물던 훈지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미겔이랑은 왜 술을 마신 거에요?"




"아... 미겔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만난 거에요.

 내가 우울해 보였는지 술친구를 해 주겠다길래

 같이 마셨어요..."





"그럼 미겔한테 우리 얘기 다 한 거에요?"





"훈지 씨도 친구들한테 고민 털어놓잖아요."





"나는 친구한테 고민 같은 거 얘기 안 해요.

 혼자 삭히는 편이에요."





"정말요? 그러다 병나요.

 나는 친구들 만나서 고민도 얘기하고

 조언도 듣고,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린단 말이에요."





"아... 그래서 어제 그렇게 기분이 좋아 보였구나!"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요?

 아까 사과하고 분위기 좋았는데..."





"내가 어제 그 편지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뀐 게 있어요."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각자 따로 살기로 한 거 있잖아요.

 한 집에서 같이 살아요."




역시 내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왜 생각이 바뀐 거에요?"




"나도 그렇게 한 집에서 살면서

 편지도 쓰고, 메모도 쓰고 할 거에요.

 그 사람이랑은 그렇게 했으면서,

 왜 나랑은 안 되는 거에요?"





'아... '

우리의 대화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배우가 아니었어요.

 동거가 흠이 될 사람이 아니었다구요.

 그리고,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으니까

 부담도 없었고요."





"나 이제 나중 일은 나중에 고민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더 이상 흠도 아니잖아요.

 1년도 금방 가요. 생각보다 짧아요."





'이 황소고집 또 나왔네. 또 나왔어...'





"내가 얘기했잖아요.

 설렘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요.

 아침에 부스스한 모습도 보여주기 싫고,

 생리 현상 같은 것도 그렇고요..."




나는 말할수록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다.




"생리 현상이요? 아~ 하하"

"그럼 1년 동안은

 내가 귀머거리도 되고, 장님도 될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아니... 그게 말이 쉽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요."




"음음!! 이 얘기는 여기까지!

 나는 이미 결심했어요.

 그리고 어제 미겔이랑 술 마시고 들어오는 걸 보고

 더 확고해졌어요."





"훈지 씨!

 이건 둘이 함께 사는 문제잖아요.

 혼자 결정했다고 하면 다에요?

 내가 끝까지 싫다고 하면 어쩔 건데요?"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렇게까지 반대한다구요?"



그의 얼굴에는 서운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아니... 내 말은...

 어? 잠깐만요. 미겔이 왜 전화를 했지?

 통화하고 마저 이야기해요."




매일 카페에서 얼굴을 보는 사이라,

갑작스러운 미겔의 전화는 의아했다.




"여보세요? 미겔 무슨 일이에요?"




"뭐라구요? 누가... 날 찾아와요?"




"줄리앙이요?..."




"나랑 같이 만나요." <104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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