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103화. 변심

sophie97
2026.08.06浏览数 20
아침 식사를 맛있게 마친 뒤,
함께 설거지까지 끝내고 소파에 앉았다.
"오래만에 한국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행복해요.
우리 훈지 씨가 가져온 한국 음식 다 떨어지면
말루가로 한국 음식 원정을 한 번 떠나요.
거기에 한국 마트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캐나다에서는 한국 마트도 있고
한인 식당도 많아서 불편함이 없었는데,
여기는 그게 조금 아쉬워요."
'앗... 캐나다 얘기는 괜히 꺼냈다...'
"정아씨..."
훈지 씨가 내 옆에 앉았다.
"어제... 내가 한 번이었냐고 말해서
미안해요. 잘못 했어요.
사실 화도 나고 섭섭했는데,
당신이 내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아서
괜히 심한 말을 했나 봐요."
"상처... 많이 받았죠?"
나는 그가 먼저 건넨 사과 한 마디에
어느새 화가 다 풀렸다.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사과해 줘서 고마워요, 훈지 씨.
어제 나도 괜한 자존심을 부린 게 맞아요.
나 같아도 머리로는 이해해도,
훈지 씨가 다른 여자와 주고받은 편지 봤다면
정말 화났을 것 같아요."
"그쵸? 정아 씨라도 화났겠죠?
나 진짜 어제 그 편지들을 읽는데
너무 화도 나고 질투도 나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어요.
그 XOXO는 무슨 뜻이에요?
엄청 자주 쓰던데요?"
"그걸 꼭 알아야겠어요?
그냥 넘어가요..."
"뭔데요 그게?"
"포옹과 키스..."
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라구요?"
"포옹과 키스라구요..."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왠지 달달한 뜻일 거 같더라."
잠시 입술을 깨물던 훈지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미겔이랑은 왜 술을 마신 거에요?"
"아... 미겔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만난 거에요.
내가 우울해 보였는지 술친구를 해 주겠다길래
같이 마셨어요..."
"그럼 미겔한테 우리 얘기 다 한 거에요?"
"훈지 씨도 친구들한테 고민 털어놓잖아요."
"나는 친구한테 고민 같은 거 얘기 안 해요.
혼자 삭히는 편이에요."
"정말요? 그러다 병나요.
나는 친구들 만나서 고민도 얘기하고
조언도 듣고,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린단 말이에요."
"아... 그래서 어제 그렇게 기분이 좋아 보였구나!"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와요?
아까 사과하고 분위기 좋았는데..."
"내가 어제 그 편지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뀐 게 있어요."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각자 따로 살기로 한 거 있잖아요.
한 집에서 같이 살아요."
역시 내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왜 생각이 바뀐 거에요?"
"나도 그렇게 한 집에서 살면서
편지도 쓰고, 메모도 쓰고 할 거에요.
그 사람이랑은 그렇게 했으면서,
왜 나랑은 안 되는 거에요?"
'아... '
우리의 대화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배우가 아니었어요.
동거가 흠이 될 사람이 아니었다구요.
그리고,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으니까
부담도 없었고요."
"나 이제 나중 일은 나중에 고민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더 이상 흠도 아니잖아요.
1년도 금방 가요. 생각보다 짧아요."
'이 황소고집 또 나왔네. 또 나왔어...'
"내가 얘기했잖아요.
설렘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요.
아침에 부스스한 모습도 보여주기 싫고,
생리 현상 같은 것도 그렇고요..."
나는 말할수록 점점 목소리가 작아졌다.
"생리 현상이요? 아~ 하하"
"그럼 1년 동안은
내가 귀머거리도 되고, 장님도 될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아니... 그게 말이 쉽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요."
"음음!! 이 얘기는 여기까지!
나는 이미 결심했어요.
그리고 어제 미겔이랑 술 마시고 들어오는 걸 보고
더 확고해졌어요."
"훈지 씨!
이건 둘이 함께 사는 문제잖아요.
혼자 결정했다고 하면 다에요?
내가 끝까지 싫다고 하면 어쩔 건데요?"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렇게까지 반대한다구요?"
그의 얼굴에는 서운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아니... 내 말은...
어? 잠깐만요. 미겔이 왜 전화를 했지?
통화하고 마저 이야기해요."
매일 카페에서 얼굴을 보는 사이라,
갑작스러운 미겔의 전화는 의아했다.
"여보세요? 미겔 무슨 일이에요?"
"뭐라구요? 누가... 날 찾아와요?"
"줄리앙이요?..."
"나랑 같이 만나요." <104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