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114화. 훈지의 홀로서기


그녀가 써 놓은 버킷 리스트에서

이제 단 하나의 항목만이 남았다.




[세계여행 하기]




그녀는 나와 함께

얼마나 오랫동안 여행하고 싶었던 걸까?

얼마나 많은 나라를 함께 돌아다니고 싶었던 걸까?





나는 그녀와 달리

혼자서 어딘가를 여행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그녀처럼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조차 쉽지 않다.




이것만큼은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엄두가 나지 않는 버킷 리스트다.





우선 나라를 정해야 할까?

여행 기간을 먼저 정해야 하는 걸까?

예산에 맞춰 계획을 세우는 게 맞을까?





정아 씨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마지막으로 남은 버킷 리스트 하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다 정아 씨의 언니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했다.





"여보세요? 훈지 씨?"





"누나, 안녕하세요."





"훈지 씨. 무슨 일이에요?"





"정아 씨 보고 싶을 때

 연락하라고 하셨잖아요."





"아... 맞아. 내가 그랬었지 참."





"저, 누나의 도움이 필요해요."





"뭔데요?

 내 도와줄 일이 뭐가 있지?"





"정아 씨 일기장에서

 저랑 하고 싶다고 적어 놓은

 버킷 리스트 보셨죠?"





"맨 뒷장에 꽂혀 있던 거 말하는 거죠?"





"네. 맞아요.

 정아 씨는 없지만...

 저 혼자 하나씩 해 나가면서

 지워 나가고 있어요."





"어머나... 정말?

 정아가 정말 좋아하겠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하나가 남았는데...

 이건 도저히 엄두가 안 나요."






"뭔데요 그게?"






"세계여행 하기에요."






"아... 나도 그걸 보고

정아 성격답지 않게

 왜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을까

 의아했었어요."






"전세계를 다 돌아보겠다는 건지...

 대체 얼마나 오래 여행을 해야 하는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요.

 더군다나 저는 혼자 여행해 본 적이 없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요."






"나중에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훈지 씨가 바쁘니까

 함께 시간을 낼 수 있을 때마다

 가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어느 나라를 갈지,

 얼마나 머물지 정해 놓지

 못한 게 아닐까 싶었어요."






"아...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그냥 훈지 씨가 가고 싶을 때,

 그럴 만한 상황이 될 때 해요.

 참. 그리고 정아가 있는 납골당...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면 얘기해요.

 알려 줄께요."






"네... 아직은..."





"훈지 씨...

 너무 정아를 잊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살면서 자연스럽게 잊어야

 산 사람은 살 수 있어요."






"정아 씨는...

 저한테 타투 같아요.

 지우려고 할수록 너무 아파요."






"그래도 이제는

 훈지 씨 삶을 살아야죠.

 연기도 다시 시작하고..."






"정아 씨를 기억하면서

 그리워하는 것도 제 삶이에요.

 억지로 잊고 싶지 않아요.

 정아 씨의 마지막 버킷 리스트를 이뤄주고 나서,
 
 그다음에 생각해 보려고요."






"나는 정아 언니라서 그런지...

 훈지 씨가 우리 정아 잊지 않아줘서

 고맙고 또 고마워요..."





통화를 끝내고 나니,

조금은 그녀의 세계여행이 선명해졌다.





가고 싶은 나라부터 정하고,

각 나라에 얼마나 머물지 결정하기로 했다.





'그녀라면... 어디를 가고 싶어 했을까?'





우선 유럽으로 정했다.

그리고 그녀가 가 봤던 나라들은 제외시켰다.


그러자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그 중 몇 개 나라를 골라

두 달 정도 여행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별 거 아닌데?

 정아 씨, 나 지금 잘 하고 있는 거 맞죠?'





그녀에게 혼나지 않으려면

이제는 일정을 제대로 짜야 한다.




각 나라에서 어느 도시들을 방문할지,

그 도시에서 어디를 둘러볼지 정해야 했다.




일정이 정해지면 그다음에는 호텔과 비행기,

기차표까지 예약해야 했다.





우리가 여행을 갈 때마다 항상

정아 씨가 모든 걸 알아서 해 왔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일정을 짜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예약까지 마쳤다.




이제 떠난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정아 씨의 언니를 찾아가

그녀가 있는 곳을 물었다.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

나는 그녀를 마주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녀에게 전해 주고 싶었지만,

아직 건네지 못한 채

내가 간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반지...

그리고 그녀에게 보내는 내 러브레터.





"잘 다녀올게요..." <115화 중에서>


**다음화가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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