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48화. 정면승부

sophie97
2026.09.15Dilihat 104
우진 씨가 카페를 떠나고
나는 혼자 남겨졌다.
뺨에 대고 있던
얼음팩을 내려 놓았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람을 오라 가라 했다고...?
태형 씨 때문에 연락한 날 때문인건가?'
그런데...
왜 나는
뺨을 때린 그녀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걸까.
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걸까.
그게 나를
더 작고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울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울어 버리면
내가 더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아까 우진 씨와 마셨던
음료잔들을 치웠다.
테이블과 의자도 정리했다.
빨리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정리를 끝내고 가방을 들었다.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문 앞에서 훈지 씨를 마주쳤다.
"정아 씨..."
나는 그를 못 본 척 지나쳐
걸어갔다.
"내 차 타요.
집으로 같이 가요."
"다른 쪽 뺨도 마저 맞게 하려고 그래요?"
나는 가시 돋힌 말로 그에게 물었다.
"미안해요. 그런데 잠깐만요."
그가 나를 붙잡듯 말했다.
"나랑 같이 가요."
그는 내 뒤를 따라 걸었다.
밤길에 울려 퍼지는 내 발자국 소리와
나를 따라오는 그의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쪼그려 앉았다.
속이 울렁거렸다.
뒤따라오던 훈지 씨가
내 옆으로 급히 달려왔다.
"왜 그래요? 속이 안 좋아요?"
나는 대답 대신 입을 막았다.
"토할 거 같아요."
"잠깐만요. 물 사 올게요."
그가 사라졌다.
그 사이 나도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사 온 생수를 마시고 나니
울렁거리던 속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나는 그대로 길가에 주저앉아 버렸다.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길거리에 주저 앉은 나를 본
훈지 씨는 아무 말 없이 나를 감싸안았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차 갖고 올테니까 잠깐만 있어요."
그는 카페 앞으로 뛰어 가서
차를 가지고 왔다.
그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 안으로 들어선 나는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훈지 씨는 물을 끓여
따뜻한 차를 만들어왔다.
"속은 괜찮아요?"
"네..."
"이것 좀 천천히 마셔요."
나는 머그를 들어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마시고,
천천히 테이블 위에 올려 놨다.
그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여자 친구가...
왜 나를 찾아 온 거에요?"
"태형 씨가 나를 찾아 온 날,
훈지 씨한테 전화해서 그런 거에요?"
"그 날... 함께 있기는 했어요.
그런데... "
"내가 뺨까지 맞을 정도로
훈지 씨 여자 친구한테 잘못 한 거에요?"
"미안해요..."
"카페는 어떻게 안 거에요?"
"나한테 사람을 붙였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을 통해서
카페랑 집을 알아냈나봐요.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알고 있었어요."
"집도 알고 있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바라봤다.
"정아 씨..."
잠시 망설이던 그가 물었다.
"아까 왜... 그냥 맞고 있었어요?
정아 씨도 같이 때리거나,
소리라도 지르지 그랬어요?"
그의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
"그냥 그렇게 가만히 서 있는데...
내가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지금 여자 친구는 그 사람이고...
내가 여자 친구 있는 사람을 불렀던 건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아무 말도 못 했던 거 같아요."
그는 부어오른 내 뺨을
조심스럽게 손으로 어루만졌다.
"많이 아팠죠?"
"뺨이 아니라..."
나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
"마음이요."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천천히 안았다.
그제서야 내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훈지 씨..."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 없이는... 안 될 것 같아요."
"스페인으로 다시 돌아갈까 해요." <49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