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48화. 정면승부



우진 씨가 카페를 떠나고

나는 혼자 남겨졌다.





뺨에 대고 있던

얼음팩을 내려 놓았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람을 오라 가라 했다고...?

 태형 씨 때문에 연락한 날 때문인건가?'





그런데...

왜 나는

뺨을 때린 그녀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걸까.

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걸까.





그게 나를

더 작고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울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울어 버리면

내가 더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아까 우진 씨와 마셨던

음료잔들을 치웠다.



테이블과 의자도 정리했다.



빨리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정리를 끝내고 가방을 들었다.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문 앞에서 훈지 씨를 마주쳤다.





"정아 씨..."





나는 그를 못 본 척 지나쳐

걸어갔다.





"내 차 타요.

 집으로 같이 가요."





"다른 쪽 뺨도 마저 맞게 하려고 그래요?"





나는 가시 돋힌 말로 그에게 물었다.





"미안해요. 그런데 잠깐만요."




그가 나를 붙잡듯 말했다.





"나랑 같이 가요."





그는 내 뒤를 따라 걸었다.





밤길에 울려 퍼지는 내 발자국 소리와

나를 따라오는 그의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쪼그려 앉았다.




속이 울렁거렸다.




뒤따라오던 훈지 씨가

내 옆으로 급히 달려왔다.





"왜 그래요? 속이 안 좋아요?"




나는 대답 대신 입을 막았다.




"토할 거 같아요."





"잠깐만요. 물 사 올게요."





그가 사라졌다.

그 사이 나도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사 온 생수를 마시고 나니

울렁거리던 속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나는 그대로 길가에 주저앉아 버렸다.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길거리에 주저 앉은 나를 본

훈지 씨는 아무 말 없이 나를 감싸안았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차 갖고 올테니까 잠깐만 있어요."





그는 카페 앞으로 뛰어 가서

차를 가지고 왔다.





그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 안으로 들어선 나는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훈지 씨는 물을 끓여

따뜻한 차를 만들어왔다.





"속은 괜찮아요?"





"네..."





"이것 좀 천천히 마셔요."




나는 머그를 들어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마시고,

천천히 테이블 위에 올려 놨다.




그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여자 친구가...

 왜 나를 찾아 온 거에요?"


 
"태형 씨가 나를 찾아 온 날,

 훈지 씨한테 전화해서 그런 거에요?"






"그 날... 함께 있기는 했어요.

 그런데... "





"내가 뺨까지 맞을 정도로

 훈지 씨 여자 친구한테 잘못 한 거에요?"





"미안해요..."





"카페는 어떻게 안 거에요?"





"나한테 사람을 붙였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을 통해서

 카페랑 집을 알아냈나봐요.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알고 있었어요."





"집도 알고 있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바라봤다.






"정아 씨..."





잠시 망설이던 그가 물었다.





"아까 왜... 그냥 맞고 있었어요?
 
 정아 씨도 같이 때리거나,

 소리라도 지르지 그랬어요?"




그의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




"그냥 그렇게 가만히 서 있는데...

 내가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지금 여자 친구는 그 사람이고...

 내가 여자 친구 있는 사람을 불렀던 건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아무 말도 못 했던 거 같아요."





그는 부어오른 내 뺨을

조심스럽게 손으로 어루만졌다.





"많이 아팠죠?"





"뺨이 아니라..."




나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

 



"마음이요."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천천히 안았다.





그제서야 내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훈지 씨..."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 없이는... 안 될 것 같아요."





"스페인으로 다시 돌아갈까 해요."   <49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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