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unger Games

6. Delhi Cartwright

광장의 순환로에 마차 12대가 빼곡히 들어찬다.

광장을 에워싼 건물의 창문마다 캐피톨의 고위층 인사들이 가득 앉아 있다.

마차를 끄는 말들은 스노우 대통령 관저 바로 앞까지 가서 멈춘다.

화려한 관악 연주를 마지막으로 음악이 멈춘다.

대통령은 작고 마른 체격의 백발 남자다.

발코니에 서서 우리를 내려다 보며 공식적인 환영인사를 한다

연설 중 카메라들이 조공인들을 차례차례 보여주는데,

화면을 보니 우리가 등장하는 시간이 다른 참가자들보다 훨씬 길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두워질수록 우리의 불꽃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워진다.

마차들이 마지막으로 광장을 한바퀴 돌고나서 트레이닝센터로 돌아간다.

우리 등 뒤로 문이 닫히자마자 거의 넋이 나가버린 준비 팀이 우리를 얼싸안고 칭찬을 퍼붓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조차 힘들다.

시나와 포샤가 다가와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 주고, 조심스레 망토와 머리 장식을 벗겨 준다.

포샤는 스프레이 캔 같은 것을 뿌려 불을 끈다.

아직도 박지민의 손을 잡고 있음을 깨닫고 굳어버린 손가락을 억지로 편다.

우리 둘 다 쥐고 있던 손을 주무른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잡고 있어 줘서 고마워. 좀 떨렸거든."

이여주

"티 하나도 안났어. 아무도 못 알아 봤을걸. 장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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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차피 사람들이 본 건 너 하나밖에 없을걸. 장담해. 너 불꽃을 자주 입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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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주 어울리니까"

박지민은 그렇게 말하고는 아주 약간의 부끄러움과 진심이 담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순간 기대하지 못했던 따스함이 나를 뚫고 지나간다.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들린다.

'바보같이 굴지마. 박지민은 너를 어떻게 죽일까 계획을 짜고 있어'

난 자신을 향해 다시 한번 다짐한다

'호감이 가면 갈수록, 더 위험한 사람이야'

하지만

게임이란 본래 두 사람이 하는것이다

난 발뒤꿈치를 들고 그의 볼에 키스한다.

오래 전 우리가 어렸을 때

멍이 들었던 바로 그 자리에

트레이닝센터에는 조공인들과 훈련 팀들 만을 위해 설계된 고층 건물이다.

실제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우리가 지내게 될 곳이다.

각 구역마다 한 층씩 통째로 제공된다.

우리는 12번 구역이라 12층이다.

12번 구역에 살면서 엘리베이터를 몇번 타봤다.

한번은 아빠가 돌아가셨을때, 또 한번은 어제 작별인사를 했을때다.

에피 트링켓 image

에피 트링켓

"사실 나로선 딱히 이야기할 것이 없었어. 왜냐면 물론, 헤이미치가 나에게 너희들 전략이 뭔지 말해 주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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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 트링켓

"하지만 내가 아는 사실들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단다. 여주가 동생을 위해 희생한 이야기, 너희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너희 구역의 야만성을 극복해 낸 성공담."

야만성?

우리가 학살당하게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다니 참 아이러니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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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 트링켓

"물론 다들 좀 유보적이긴 했지. 너희들은 탄광 구역 출신이니까. 하지만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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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 트링켓

"아, 나 머리 좀 좋은 것 같아. '석탄에 압력을 가하면 진주로 변한다구요!'라고 했어"

에피가 너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해서 틀린 말이지만 똑똑하다고 요란스럽게 말해줬다.

석탄은 진주로 변하지 않는다.

흑연에 압력을 가해야 다이아몬드가 되고,

1번 구역에 흑연을 다이아몬드로 바꿀 수 있는 기계가 있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12번 구역은 흑연을 채굴하지 않는다.

그녀가 오늘 하루 종일 우리에게 끈을 대 주려고 하던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기나 했는지, 신경이나 썼을지는 모른다.

에피 트링켓 image

에피 트링켓

"불행하게도 난 스폰서 계약을 맺지 못해. 헤이미치만 할수 있는 일이지만, 걱정마 필요하다면 총을 들이대서라도 테이블로 끌고 갈테니까"

내 숙소는 내가 살던 집 전체보다 크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들이 너무 많아서 여기 있는 버튼들을 다 눌러 보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샤워를 한다.

버튼을 마구 눌러대는 것도 재밌다.

그렇게 놀다보니 샤워를 다하고 옷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고 있다

창문은 내 지시에 따라 줌인, 줌 아웃했다가 한다.

전화기에 메뉴를 부르면 음식이 나온다.

그렇게 빵을 먹으며 서성거리고 있을때

에피가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한다.

잘됐다. 배가 많이 고프던 참이다.

식당에 들어가자 박지민과 시나, 베니아가 캐피톨이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에 서 있다.

음식이 나오는 순간 헤이미치가 나타난다.

헤이미치에게도 스타일리스트가 붙었나 싶을 만큼 깨끗하고 단정한 차림인데다가

내가 본 중 가장 맨정신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는 와인을 거절하진 않았지만

수프를 떠먹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가 음식을 먹는 모습은 지금 처음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맨정신으로 우릴 도와 줄 지도 모르겠다.

인터뷰때 입을 의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에 나도 대화에 집중하려는데 여자아이 하나가 근사한 케이크를 들고와 능숙한 솜씨로 불을 붙인다.

케이크 위에서 불길이 확 솟았다가 테두리를 따라 조금 더 타오른 후 완전히 꺼졌다.

문득 의심이 들었다.

이여주

"뭘 가지고 불을 붙인거죠? 알코올인가요?"

이여주

"술을 마시고 싶지 않..., 아! 나 당신 알아요."

이름이 무엇인지 언제 만났는지는 생각이 안나지만

분명 아는 얼굴이다.

짙은 빨강머리, 눈에 띄게 예쁜 외모, 도자기 같은 흰 피부가 눈에 익는다.

그러나 말을 거는 중에도 내 안에서 그녀의 모습을 불안함, 그리고 죄책감과 연결짓는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녀와 연관된 나쁜 기억이 있는 게 확실하다.

그녀는 아니라는 듯 황급히 고개를 젓고는 테이블에서 멀어진다.

시선을 돌려보자 어른 넷이 날 매처럼 쏘아보고 있다.

에피 트링켓 image

에피 트링켓

"이여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네가 어떻게 무성인을 알 수가 있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

이여주

"무성인이 뭐에요?"

헤이미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야. 무성인들은 말을 못하도록 혀를 잘렸지. 아마 모종의 반역자이다. 네가 알 것 같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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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 트링켓

"그리고 설령 안다고 해도 말을 걸어선 안돼. 명령할 때 말고는. 아, 물론 정말로 아는 건 아니겠지만"

하지만 난 그녀를 안다.

그리고 헤이미치의 말이 끝났을 때,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이 났다.

하지만 다들 너무나 강하게 아니라 하니 도저히 안다고 우기지 못하겠다.

이여주

"아뇨, 아닌가봐요. 전 그냥 ..."

말을 더듬는다.

와인을 마신 탓에 말이 더 안나온다.

박지민이 손가락을 딱 튕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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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델리 카트라이트. 그 애 생각한 거구나. 나도 아까부터 어디서 본 얼굴이라고 생각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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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러고 보니 델리랑 쌍둥이처럼 닮았네"

델리는 머리카락이 누렇고 키가 작은 여자애다.

델리가 저 여자와 닮았다는 것은 딱정벌레가 나비와 닮았다는 것과 비슷하다.

델리는 또 붙임성이 좋아 학교 거의 모든 사람과 안다.

하지만 저 여자는 전혀 델리와 닮지 않았지만

난 감사한 마음으로 박지민이 던진 밧줄을 냉큼 잡는다.

이여주

"그렇지 맞아. 델리 생각했던 거였어. 머리 때문에 특히 그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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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눈도 좀 닮았네"

테이블의 경직된 기운이 느슨해진다.

시나

"아, 그게 다라면 뭐... 그리고 케이크에 술이 들긴 했지만 알코올은 타고 없어. 너희들의 불꽃같은 데뷔를 축하하려고 특별 주문했어"

케이크를 먹고 별실로 자리를 옮겨 개회식 재방송을 시청한다.

헤이미치

"손잡는 건 누구 생각이었냐?"

베니아

"시나요"

헤이미치

"반항적인 요소를 절묘하게 가미했구만. 아주 좋아"

헤이미치

"내일 아침엔 첫 훈련이 있다. 아침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꼼꼼히 일러 주마"

헤이미치

"이제 어른들은 할 얘기가 있으니 가서 좀 자둬."

박지민과 난 각자의 방을 향해 복도를 걸어간다.

내 방 앞에 도착하자 박지민이 문틀에 기댄다.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보라는 강한 의사가 느껴진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델리 카트라이트 닮은 사람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