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endula [BL/Chanbaek]

36

넓은 후궁에 눈꽃길을 걷는 네가 있다. 
그 눈만큼 하얗고, 약간의 힘으로도 바스러지고, 약간의 온기에도 녹아버리는.
 
그래, 넌 눈같은 아이다. 

작은 온기에도 사르르 녹아 미소를 보이는.

몇 발자국 물러나 보면, 내가 없이도. 
내가 없이도 웃고, 또 웃으며 맑은 네가 있다. 

잡던 손이 허전해도. 
옆자리에 아무도 없어도. 

나처럼 외로운 것이 아니라, 너는 뒤를 돌아 수많은 이들과 마주하면 되니까. 

네가 있는곳이 백옥경인것인데. 
네가 있는것이 존재의 이유였던 것인데.

한발한발 멀어지는 너를 두발, 세발, 좇아보지만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기다리는게 과연 맞는것일까.
기다리는게 이별로 향하는것은 아닐까. 

모래를 씹은듯 입 안이 찢어지고 헐어버린다. 
아니, 찢어지고 헐어버린건, 네가 아닐까. 

너덜거리는 상처마저도 모두 끌어안고서는. 
흠집난 눈동자로서 나를 바라는 너를. 
내친건 내가 아닐까. 

우직한 소나무마저도 베어내면 베어질테지. 

내가 베어낸 너를, 살아있는 송장이 되겠다며 우는 너를. 

많이 아프셨습니까. 저 지금 이리 아픈데, 이것보다 더 아프셨습니까. 

금이 쩌적 갈라져 위태로운 강의 한가운데 서있는 우리. 

귀하디 귀한 몸에 생긴 흉터들이. 
부디 외로운 너의 밤을 찌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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