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105화. 타이밍



"줄리앙..."





나는 어떻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훈지 씨를 다시 만나게 됐다고 솔직히 말해야 할지,

다른 이유를 둘러대야 할지

머릿 속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아무 대꾸도 못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줄리앙이 말을 이었다.





"알아요.
 
 너무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울거라는 걸...

 그런데, 당신한테 한 번도 말해 보지 않고 접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크다라는 것도 깨달았어요.

 당신이 어떤 대답을 하든,

 나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나름의 노력을 해 볼 생각이에요."




그의 표정은 단호해 보였다.




"그래도 이렇게 아무 연락도 없이 오면 어떡해요..."





"아... 미안해요.

 연락하면 안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당신이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으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어요.

 만약 그랬다면, 우린 여기까지가 인연이었구나

 하고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미겔이 아직 당신이 여기에 있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줄리앙.

 나는... 우리 관계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 마음은 알겠어요.

 그래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오늘은 내 마음 고백했으니 됐어요."





"그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에요?

 당신이 더 상처받고 실망하는 거 원치 않아요.

 그냥 여기서 멈춰요. 줄리앙..."





"당신이 그렇게 얘기할까봐

 여기까지 온 거에요."





"줄리앙.

 인생에는 타이밍이 있대요.

 우린... 너무 늦었어요..."





"혹시... 다른 사람 만나고 있는 거에요?"





'훈지 씨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가...

 이 사람도 훈지 씨가 배우란 걸 알고 있는데

 말해도 되는 걸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든, 아니든

 그건 상관 없어요.

 나는 줄리앙이랑 다시 시작할 마음이 없어요."





"알아요.

 내가 욕심을 부리는 걸 수도 있어요.

 그래도... 그냥 지켜만 봐줄 수는 있죠?

 그것 마저도... 안 돼요?"





"하... 줄리앙...

 이러면 날 너무 힘들게 하는 거에요."





나는 그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나 먼저 일어날께요.

 당신 마음 받아 줄 수 없어서 미안해요.

 조심히 잘 가요."





"나 이번 주말 동안에

 여기 오면 항상 머물렀던 호텔에 있을 거에요."




나는 그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말았다.

그를 사랑하지 않는데도,

내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아프고, 무거웠다.

 



그의 말을 뒤로 하고,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멀리서 훈지 씨가 보였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를 보고 웃고 싶었지만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그도 걱정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잘 만났어요?"




"훈지 씨... 나 좀 안아 줄래요?

 내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그는 조용히 나를 안아 주었다.

그 순간,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줄리앙이 항상 머물던 호텔에 가 있겠대요.

 와 달라고도 못 하는 그 사람이... 가엾기도 하고.
 
 마음이 너무 아파요."





"뭐라고요?"




훈지 씨는 화들짝 놀라서

나를 그의 품에서 떼어냈다.





"호텔에 왜 가 있는대요?

 설마 다시 시작하자고 온 거에요?"


 "내가 대신 갈게요."





"아니에요.

 그러면 그 사람이 더 상처받을 거에요.

 그러지 말아요."




"나보고 이대로 있으라고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그 사람을 설득해 볼게요.

 훈지 씨는 나서지 말아요. 제발..."





"왜 우린 항상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걸까?"

 <106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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