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41화. 비참한 눈물

sophie97
2026.09.11Visualizzazioni 124
바닥에 떨어진 커피는 뚜껑이 열린 채
커피를 모조리 쏟아냈다.
김 대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굳은 사람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내 말 못 들었어?"
나는 김 대표를 재촉했다.
"이게 무슨 사진들이냐고?"
"정아야..."
나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그를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더는 참지 못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 사진들이 다 뭐냐고?
왜 태형 씨 랩탑에
이런 사진들이 있는 거냐고."
"내가 지금 물었잖아?"
"... 미안해... 정말..."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는 거야?
태형 씨가 사람 시켜서
이 사진들을 찍은 거야?"
"훈지는 배우니까 스캔들 정도
그렇게 큰 리스크가 아니고..."
"그럼 나랑 헤어지게 만들려고?
그래서 이런 짓까지 했단 말이야?
그것 때문에 내가 힘들어 할 때
내 옆에서 위로해 주면서?"
"할 말이 없어."
"너무 재미있다."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여지껏 태형 씨를
순애보로 착각하고 있었던 거네?"
잠시 숨을 고른 뒤, 차갑게 덧붙였다.
"본인이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업가인데 말이야.
그렇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순간 눈앞이 핑 돌았다.
휘청거리는 몸을 책상 모서리에 기대며
눈을 질끈 감았다.
김 대표가 다가와
내 팔을 붙잡았다.
"저리 치워."
"내가 집에 데려다 줄께.
너 지금 너무 흥분한 상태라서
운전하면 위험해."
"지금 내 걱정해 주는 거야?
하긴...
저 사진 때문에 내가 울고 있을 때
나 안아주면서 위로해 줬잖아.
병주고 약주고...
혼자 다 했네."
"그냥... 간절했던 내 마음을
생각해주면 안 될까?
그렇게 해서라도
네 옆에 있고 싶었던 내 마음을?"
"혹시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나는 잠시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그건 이기심이야.
내 욕심을 채우고 싶은 이기심."
나는 소파 위에 둔 가방을 챙겨
현관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내가..."
"입닥쳐!!!"
나는 그의 말을 잘라 버렸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머릿 속은 텅 비어 있는 것 같았고
다리는 허공을 딛고 있는 것처럼 휘청거렸다.
어떻게 주차장까지 내려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차를 타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 시간쯤 지나서야
나는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방을 소파 위에 던저 놓고
침대에 가서 그대로 쓰러졌다.
아무런 생각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스페인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예쁜 마을 프리힐리아나가
그림처럼 머릿 속에 그려졌다.
그 안에서 나는 미겔의 카페에서
번역 일을 하고 있고,
훈지 씨가 창밖에서 뛰어오더니
나를 발견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그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폴라로이드 사진을 한 장 내게 내민다.
우리는 행복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온다.
그 눈물이 상상 속 행복의 눈물인지,
현실 속 비참함의 눈물인지
나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런 방법 따윈 없어." <42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