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venuto, è la prima volta che ti comporti in modo maleduc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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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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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여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아침. 전정국의 품에 안겨 눈을 떴다. 이상하리만치 창밖의 날씨는 밝았고, 이불 안은 따스했다. 덜 떠진 눈으로 방 안을 훑었다. 와인도, 벗은 옷가지도, 시가를 태운 흔적도 없었다. 간만에 깨끗한 밤이었다. 나는 실크 슬립 위에 얇은 가디건 한 장. 그는 상의를 벗은 몸이었다.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을 보니 어제 있던 일이 떠올랐다.






“너도 알지?“

”뭐를.“

”나 다른 남자 있잖아.“


침대에 걸터 앉아 있는 나를 소파에 앉아 응시하던 전정국. 일관된 무표정으로 답했다. 그래서? 역시나 제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도통 무슨 생각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 남자가 박지민인데. 결국은 그 말을 내뱉었다. 그 무표정에 잠깐의 동요가 있기를 바랐다. 내 예상대로 금이 간 그의 표정을 생각하니…

아니, 놀랍게도 변화는 없었다.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저 표정은 뭘까. 되려 내가 당황해서 질문을 덧붙이려 하니까 전정국이 먼저 입을 뗐다.



“내가 모를 줄 알고.”

“언제부터 알았어?“


그러는 넌 언제부터 만났는데. 질문을 던지니 다시 질문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우리는 흔들림 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애인의 바람을 알았으면 보통 화를 내든, 이별을 통보하든 뭐든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의 반응은 정말이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지. 나는 내일 일어나면 박지민 만나러 가. 전정국은 한참 있다가 입을 열었다.


“무슨 대답을 원해.”

“…”

“이제 와서 그 말을 하는 이유는.”

“…”

“나랑 만나기 싫다고?”


티는 나지 않았지만 그는 분명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함께한 시간은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그의 감정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 이런 반응이어야지.


”싫다 하면, 보내줄래?“

“네가 원한다면 뭐.“


싱거워. 어떻게든 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쓴다. 말장난에 쉽게 질려버린 나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더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피곤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전정국은 침대 머리에 앉아 날 응시했다. 하지만 애써 못 본 척했다. 그냥 그날은 심술이 났다. 내게 한 번도 표현을 해준 적 없는 너에게. 그런 내 마음이 무색하게도 너는 내 머릿결을 쓸어주었다. 그제서야 이불을 걷어 내고 너와 마주했다. 아 참,



”내일 김태형 온대.“

”그런 이야기 못 들었는데.“

“너 말고 나 보러 오는 거야.”

“김태형도 너를…”


전정국은 말을 하다 말았다. 대충 예상은 했겠지. 김태형이 제 친구인 자신에게 연락도 없이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 이유를. 몇 달 전 전정국 제 자신이 그랬으니.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내게 입을 맞춰왔다. 수위가 더 진득해지려는 찰나에, 그의 가슴팍을 밀쳤다.


“나 내일 지민이 만난다니까. 안 돼.”

“무슨 논리야.“

“넌 꼭 표시를 남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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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약속대로 김태형은 파리에 왔다. 비로소 넷이 다 같은 땅을 밟게 되는 순간이었다. 김태형은 박지민과 전정국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겠지. 나홀로 마중나간 공항에서 나는 그를 반겨주었다. 어떻게 다시 왔냐고 물어보니 회사 업무로 인한 장기출장이랬다. 너 보러 온 게 아니니까 괜한 착각은 하지 말라며 헛웃음 짓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때만 해도 우리의 관계는 원만했다. 숨겨진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박지민과 전정국을 먼저 만났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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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한국. 김태형을 파리에서 재회한 후로부터 4년 가까이 흐른 오늘. 나는 이별을 하고 있다. 4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예상했을까. 결국은 셋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나 역시 그들과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예상했다면 애초에 시작도 안했겠지. 그저 어린 날의 어리숙함이라고 포장할 수는 없는 추악한 시간동안, 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내가 벌인 일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정당화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관계가 시작되기 전부터 자각했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짓은 아니라는 걸. 그래서 벌을 받나 보다. 나는 그 대가를 치르기 위해 시한부를 선고받은 것 같다. 소파 아래의 하얀 종이. 그냥 소파 밑으로 밀어넣어버렸다. 

띵- 타이밍 좋게 문자음이 울렸다. 







[Web발신]
(힙스토어) 최이안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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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없게도, 이 문자 하나에 내가 울고 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울었다. 이 조용한 곳에서, 소리 내어 흐느꼈다. 눈물이 마를 새 없이 계속해서 볼과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눈물의 근원은 어디일까. 나도 잊고 있었던 내 생일이라서? 내 생의 마지막 생일이라서?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모든 것이 서러웠고, 힘겨웠다. 그냥. 그냥 그랬다.

내 울음소리에 미처 전화가 온 줄도 몰랐다. 조금 진정이 되어갈 때즈음 홀로 요란하게 울리던 벨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발신자 확인할 정신도 없이 귀에 가져다댔다. 여보세요. 누가 봐도 방금까지 오열하던 목소리였다. 점점점. 상대는 대답이 없었다. 스팸인가. 그나저나 너무 울었는지 시야가 좁아졌다. 거울을 보고 싶진 않았다. 상대가 대답하길 기다렸다.



“왜 울어.”



히끅. 너무 놀라 딸꾹질이 다 나왔다. 저 짧은 한 마디인데 누구 목소리인지 알 것 같았다. 그제서야 번호를 확인했다. 010 뒤 세 자리만 봐도 누군지 알았다. 코맹맹이 소리가 이렇게 창피한 건줄은 몰랐다. 급한 대로 목소리를 가다듬긴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집 앞이야.”

“…“

”기다릴게.“



하여튼 지 말만 하곤 끊어버린다니까. 울던 와중에도 이런 점은 미웠다. 대충 눈물자국은 다 닦아내고 핸드폰 액정으로 몰골을 확인했다. 개판이었다. 일종의 방어로 마스크와 모자를 선택했다. 밖은 어둑해졌고, 하얀 무언가가 바람에 날렸다. 춥겠다. 패딩을 하나 걸치고서 서둘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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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입니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공동현관 너머로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는 김태형이 보였다. 쟤는 얼어 죽어도 코트야. 이 추운 날씨에.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 걸었다. 그리고 현관문이 열리자, 그는 나를 향해 돌아봤다. 그리고 내 시선이 닿은 쪽은… 그가 들고 있는 상자.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리고 차례로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많이도 울었네.”

“그래도 예쁘지?“

”허.“

”그렇다고 해줘.“


나도 팅팅 부은 거 알긴 아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한 마디 덧붙였다. 예뻐.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하마터면 너무 작아서 듣지 못할 뻔했다. 하랬다고 다 해주네. 조금은 웃음이 나올 것도 같았지만 간신히 참았다. 근데 왜 왔어?



“마지막 인사하러.”

“…”

“생일이잖아.”



이 정도는 챙기게 해줘. 마지막이잖아. 그가 말했다. 마지막… 이 단어가 이토록 우울하게 들린 건 처음이었다. 우리 사이도 마지막이 있구나. 그리고, 아직 잊지 않았구나.

전정국과 박지민은 내 생일을 모른다. 애초에 김태형에게만 알려주었으니까. 전정국은 내게 숨기는 게 많았다. 표정, 감정, 자신에 대한 것들 모두 다. 박지민은 섬세한 사람이었다. 사소한 기념일에도 모든 걸 준비하고, 평소에도 표현을 많이 하는. 내가 둘에게 굳이 내 생일을 말하지 않은 이유라면, 전정국으로부터 지키고 싶은 일말의 자존심과 박지민에게 받고 있는 진심 어린 애정때문일 것이다. 나도 전정국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 하나쯤은 갖고 싶었고, 매일을 생일 같이 특별한 날로 만들어주었던 박지민이 모르는 기념일이 있으면 싶었다.

그리고 김태형은 내게 먼저 물었다. 첫만남 때. 통성명을 하며 생일은 언제냐고 뜬금없이 질문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그는 매년 빠짐없이 나의 생일을 챙겼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생일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소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제서야 상자가 제대로 보였다. 베이커리 상호명이 붙은 하얀 상자. 생일 케이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