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삔사연애] 귀공자

14화. 나 진짜 얘 좋아하나?

술집에서 돌아온 다음 날부터 이상했다.

원빈이 자꾸 눈에 밟혔다.

정확히는 원빈이 아니라, 어제 그 여자애와 같이 웃고 있던 모습이.

나는 아침부터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 진짜 왜 이러지."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원빈이 친구들이랑 잘 지내는 게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자애 하나가 옆에 붙어 있으니까 갑자기 마음이 달라졌다.

나한테는 그렇게 어색하게 굴면서.

다른 여자랑은 웃고 떠들고.

심지어 그 여자애는 원빈한테 꽤 적극적으로 보였다.

 

'나 좋아한다며.'

그 생각이 또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뭐.'

 

원빈이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원빈의 모든 행동을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내가 좋다고 확실하게 대답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꾸만 마음이 불편했다.

 

 

*

 

 

친구들과 과방에서 쉬고 있는데

원빈이 친구들과 과방으로 들어왔다.

눈이 마주쳤다.

원빈이 잠깐 멈췄다.

그리고 평소처럼 조심스럽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누나."

"응."

"점심 먹었어요?"

"응."

"뭐 먹었어요?"

"그냥 학식."

"...맛있었어요?"

"응."

 

원빈은 잠시 서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앉아도 되냐고 물어봤을 텐데 .

오늘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동기들과 다시 밖으로 갔다.

 

나는 괜히 서운했다.

어제 내가 이상하게 굴어서 그런가.

아니면 원빈도 이제 나한테 마음을 접은 건가.

그 생각이 들자 가슴이 묘하게 답답해졌다.

 

 

*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나오는데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누나."

 

원빈이었다.

 

"응?"

"잠깐만요."

 

나는 걸음을 멈췄다.

원빈이 내 앞까지 와서는 한참 말을 못 했다.

 

"왜?"

"...어제."

"어제?"

"술집에서 봤잖아요."

 

나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

 

"응."

"친구들이랑 온 거죠?"

"응."

"저도 친구들이랑 있었고."

"알아."

"..."

"왜?"

 

원빈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혹시 기분 안 좋아요?"

 

나는 순간 당황했다.

 

"내가?"

"네."

"왜?"

"오늘 계속..."

 

원빈이 말을 멈췄다.

 

"저 볼 때마다 표정이 이상해서."

 

나는 바로 부정했다.

 

"아니거든."

"그럼 다행이네요."

 

원빈이 웃었다.

그 웃음이 또 괜히 마음에 걸렸다.

나는 참다가 결국 물었다.

 

"근데."

"네."

"어제 그 여자애."

 

원빈의 표정이 멈췄다.

 

"누구요?"

"옆에 있던 애."

"...아."

"친해?"

 

원빈은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동기예요."

"그건 아는데."

"그냥 적당히 친한"

"아."

 

그 한마디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런데 내가 왜 편해지는지 모르겠다.

원빈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왜 물어봤어요?"

"그냥."

"진짜 그냥?"

"응."

"누나."

"왜."

"어제 계속 저쪽 보고 있었잖아요."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내가 언제."

"봤어요."

"착각이겠지."

"아니에요."

 

원빈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누나가 계속 봤어요."

"안 봤거든."

"봤는데."

"박원빈."

"네."

"너 지금 나 놀려?"

"아니요."

원빈은 웃음을 참는 듯 하더니 이내 웃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질투했어요?"

"누가."

"누나가."

"내가 왜 질투를 해."

"그러게요."

 

원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표정은 전혀 믿는 얼굴이 아니었다.

나는 괜히 민망해서 먼저 걸음을 옮겼다.

 

"나 갈게."

"누나."

"왜."

"저..."

 

원빈이 따라오다가 멈췄다.

 

"아니에요."

"뭔데."

"...다음에 말할게요."

 

나는 뒤돌아 원빈을 바라봤다.

 

"뭔데?"

"진짜 다음에."

 

원빈은 더 말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혼자 학교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내내 아까 그 말이 신경 쓰였다.

 

'질투했어요?'

 

말도 안 된다.

내가 왜 질투를 해.

 

 

*

 

 

그날 밤.

휴대폰을 확인하다가 원빈의 인스타그램을 들어갔다.

최근 게시물에는 MT 때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친구들이랑 찍은 사진.

그중에는 어제 술집에서 봤던 여자애도 있었다.

나는 괜히 화면을 껐다.

그리고 다시 켰다.

사진을 한 번 더 봤다.

 

"아, 진짜."

 

왜 이렇게 신경 쓰이지.

그때 메시지가 왔다.

원빈이었다.

 

누나.

 

응?

 

오늘 화났어요?

 

아니.

 

진짜?

 

응.

 

그럼 다행이다.

 

잠시 뒤 또 메시지가 왔다.

 

근데 저 그 여자애랑 아무 사이 아니에요.

 

나는 손가락을 멈췄다.

굳이 저걸 설명하는 이유가 뭘까.

나한테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한참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

 

안 궁금한데.

 

보내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너무 티 냈나.

그런데 원빈의 답장은 생각보다 빨랐다.

 

그래도 말해주고 싶었어요.

 

나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결국 웃음이 났다.

 

'진짜 뭐야, 박원빈.'

나한테는 아직도 그렇게 뚝딱거리면서.

이런 말은 또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인정했다.

아마 내가 신경 쓰이는 건.

원빈이 다른 여자와 친해서가 아니라.

그 여자에게 원빈을 뺏길까 봐 싫었던 것 같다.

그 생각이 들자 심장이 또 한 번 크게 뛰었다.

 

"...나 진짜 얘 좋아하나?"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모른 척하기도 어려웠다.

 

Truyện phổ biến với fan của Won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