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바투 연숩/ 연준 수빈] 붉은 둥지

[연숩] 붉은 동지 4화

연준의 서늘한 숨결이 입술에 스칠 듯 가까워진 순간, 수빈은 눈을 감으며 고개를 모질게 돌렸다.

스스로가 헌터 가문의 실패작일지언정, 포식자의 다정한 놀갯감이 되어 완전히 무너지고 싶지는 않았다.

연준의 턱선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멈칫하던 연준의 눈동자에 잠깐 나른한 분노가 스치는가 싶더니, 이내 손목을 쥐고 있던 악력이 천천히 풀렸다.

“...튕기는 것도 정도껏 해야 귀여운 법인데.”

연준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가락 끝에 묻은 붉은 흔적을 혀로 살짝 핥아낸 뒤 단정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수빈은 황급히 풀어진 셔츠 깃을 올려 추스르며 가쁜 숨을 가다듬었다.

그때였다.

쿠웅-!

저택 전체가 요란하게 흔들리며 육중한 진동이 울렸다.

천장에 걸린 샹들리에의 수정 장식들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마구 흔들렸고, 복도 너머에서 기괴한 비명과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쇄도했다.

“무슨...!”

수빈이惊(경)악하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연준의 미간이 단숨에 찌푸러졌다.

어젯밤 수빈을 대할 때 보여주던 나른하고 여유로운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밤의 지배자다운 서늘하고 차가운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쿠쾅!

방문 바깥 복도 쪽 벽면이 부서져 나가며 붉은 눈을 한 하급 뱀파이어 두 마리가 튕겨 나왔다.

그들의 목은 이미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침입입니다, 연준 님!”

저택의 집사가 피투성이가 된 채 복도에서 고함을 질렀다.

“3구역의 반란파 놈들입니다! 연준 님께서 인간 헌터를 저택에 들이셨다는 소문이 돌자, 규율을 어겼다며 하급 놈들을 이끌고 결계를 부수고 들어왔습니다!”

수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이 저택의 균형을 깨트리고 침입의 핑계가 되었다는 사실에 손 끝이 차갑게 식었다.

“감히 내 저택에서 미쳐 나대더니.”

연준이 낮게 읊조렸다. 목소리에 담긴 압도적인 마력에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 연준은 망설임 없이 복도로 나서려다, 문득 고개를 돌려 침대 곁에서 떨고 있는 수빈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가만히 있어. 문을 다시 걸 테니...”

“크아아악!”

연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핏빛 침을 흘리는 기괴한 형상의 하급 뱀파이어 세 마리가 부서진 벽면을 넘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의 이빨은 정제되지 않은 피린내를 풍기고 있었고, 시선은 순식간에 방 안의 유일한 인간인 수빈에게로 쏠렸다.

“인간이다... 순혈의 피 향이 밴 인간의 피...!”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하급 뱀파이어 하나가 수빈을 향해 맹렬하게 뛰어들었다.

“수빈아!”

연준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선홍빛으로 번뜩였다.

잔상조차 남지 않는 속도로 이동한 연준이 수빈의 앞을 막아서며 하급 뱀파이어의 목덜미를 그 자리에서 꺾어버렸다. 콰직- 소리와 함께 괴물이 잿더미로 변해 허공에 흩어졌다.

하지만 남아있는 두 마리가 동시에 연준의 양 옆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아무리 최상위 순혈이라 한들, 아무런 무기도 없이 뒤에 서 있는 수빈을 보호하며 싸우기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한 마리의 날카로운 손톱이 연준의 어깨를 깊게 베고 지나갔다.

촤악!

연준의 짙은 네이비색 가운이 찢어지며 검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연준 씨!”

수빈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뱀파이어는 인간의 적이다. 저자가 죽으면 자신은 감금에서 풀려나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준이 자신을 감싸다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수빈의 머릿속을 강하게 흔들었다.

‘도망쳐야 해. 아니, 하지만...!’

가문에서 수치라 부르며 버렸던 몸이지만, 수빈의 몸속에는 여전히 헌터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수빈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장식용 은제 촛대에 닿았다.

몸이 둔하고 감응력이 떨어질지언정, 헌터로서의 기본 훈련은 뼈에 각인되어 있었다.

수빈은 망설임을 털어내고 묵직한 은제 촛대를 쥐어들었다. 그리고 연준의 사각지대로 덤벼드는 마지막 하급 뱀파이어의 심장을 향해 온힘을 다해 촛대를 내질렀다.

푸욱-!

은에 닿은 뱀파이어의 피부가 타들어 가는 비명과 함께 연기로 변해갔다.

수빈의 손이 잘게 떨렸지만, 촛대를 쥔 악력만큼은 놓지 않았다.

연준이 나머지 한 마리를 손쉽게 처단한 뒤,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은제 촛대를 쥐고 서 있는 수빈.

헌터 가문의 실패작이라 불리던 소년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비록 숨이 차서 어깨가 들썩이고 무서움에 떨고 있었지만, 수빈은 연준의 등 뒤를 지켜낸 것이었다.

연준은 어깨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홀린 듯 수빈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

피 냄새와 잿더미가 자욱한 방 안에서, 연준이 어깨의 상처를 움켜쥔 채 수빈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수빈이 쥐고 있던 촛대를 부드럽게 감싸 내리며, 수빈의 이마에 자신의 머리를 스르륵 맞대었다.

“넌 참... 매번 나를 놀라게 하는군, 최수빈.”

피투성이가 된 연준의 붉은 눈이, 이번엔 포식자의 욕망이 아닌 알 수 없는 기묘한 유대감으로 아른거리고 있었다.

Truyện phổ biến với fan của Yeon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