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104화. 늦은 고백

sophie97
2026.08.07Lượt xem 16
"알겠어요. 미겔.
전화해 줘서 고마워요. 곧 갈게요."
예상하지 못 한 손님이었다.
"무슨 소리에요?
줄리앙이요?
그 사람이... 지금 미겔 카페에 와 있다는 거에요?"
"하..."
"그런가봐요...
뭐지...?"
"가서 만나려구요?"
"그래야죠.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 용건 없이 오지는 않았을 거 아니에요."
"그럼... 나랑 같이 만나요."
"훈지 씨랑 같이 가자구요?
무슨 말이에요.
내가 애도 아니고...
줄리앙도 파리에 살 뿐이지 한국 사람이잖아요.
굳이 훈지 씨까지 마주쳐서 좋을 게 없어요."
"무슨 이야기 하려는 건지,
나도 들어봐야 겠어요."
그는 당장이라도 따라 나설 기세였다.
"내가 다녀와서 있는 그대로 전부 이야기할게요.
나 못 믿어요?"
"당신을 못 믿는 게 아니라
남자를 못 믿는 거죠.
아니...
끝난지 몇 달이나 됐는데 왜 이제 와서 찾아와요?"
"어?? 훈지 씨도 스페인까지 찾아왔잖아요..."
"아니... 나랑 줄리앙이 같아요?"
"아니에요. 전혀 다르죠.
완전히 다르죠."
흥분한 그를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훈지 씨. 앉아봐요.
이건 내가 혼자 만나야 할 것 같아요.
훈지 씨한테도, 그 사람한테도
그게 예의인 것 같아요."
"..."
"응?"
대답이 없는 그를 향해 다시 한 번 물었다.
훈지 씨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이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훈지 씨...나 다녀 올게요.
그리고... 혼자 있을 때는...
되도록이면 책은 읽지 말고
차라리 음악을 들어요."
내 말에 그는 피식 웃었다.
그를 집에 혼자 두고 나와도 불안하고,
같이 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헤어진 줄리앙을
다시 만난다는 것 역시 부담스러웠다.
옷을 갈아 입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왜 미리 연락도 없이 온 걸까...'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를 보고 일어서는 줄리앙이 보였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정아 씨?"
"줄리앙, 오랜만이에요.
나는 잘 지냈어요. 줄리앙은요?"
"이제 줄리라고 부르지 않네요?"
순간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 앉아요. 줄리앙."
"여전히 라떼를 가장 좋아해요?"
"네..."
"내가 주문하고 올게요."
그는 여전히 매너가 좋았고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몇 달 만에 이렇게 다시 보니까...
신기하게도 우리가 헤어졌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네요."
주문을 하고 돌아와 앉으면서 줄리앙이 말했다.
나는 사실...
그와 만났던 시간이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참... 부모님은 한국으로 돌아가셨어요?"
"네. 그 때 정아 씨를 못 보셔서 많이 아쉬워하셨어요.
헤어졌다고 바로 말씀을 못 드렸어요.
사실... 아직도 모르세요."
나는 그의 말에 당황스러운 내색을 감추지 못 했다.
"네? 그럼 아직 우리가 만나는 걸로 알고 계세요?"
"처음엔 말씀드릴 타이밍을 놓쳤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헤어졌다고 말씀드리기가 싫어졌어요.
내가 당신을 아직 놓지 못 했어요."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말없이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당신을 훨씬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몇 달 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겨우 용기를 내서 이렇게 온 거에요."
"줄리앙... "
"나도 처음에는
나를 까맣게 잊고 한국으로 한 걸음에 달려간
당신이 밉고 화가 났는데...
당신은 처음부터 나한테 솔직하게 얘기했었잖아요.
남자 친구를 못 잊고 있다고.
어떻게 보면...
당신이 아니라 나한테 화가 난 것 같기도 해요.
당신이 예전 남자 친구를 잊을 만큼
좋은 사람이 되어 주지 못했으니까요."
"아니에요. 줄리앙.
그건 줄리앙 잘못이 아니에요.
나한테 충분히 잘 해 줬고,
좋은 사람이었어요.
제발 우리가 헤어진 게 줄리앙 때문이라고
자책하지 말아요."
"그렇다면...
내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수 있어요?"
순간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네?"
"나보고 이대로 있으라고요?" <105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