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ật ký điều tra nguy hiểm

Tập 34 ° Vụ án đốt phá và giết người trong gia đình (5)

우는 아영이를 계속 로비에서 달랠 수 없어서 평소 잘 오지도 않는 서 내 탕비실에 와 김 경감님과 함께 팀원들을 기다렸다. 아영이는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 하며 울기 바빴고 나는 아까 의무실에서 적었던 수첩을 꺼냈다.

여러가지의 가설을 세우며 수도 없이 그었던 검은 줄을 흐린 눈으로 보며 검은 줄 뒤에 있는 글들을 천천히 다시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터무니없어서 지워둔 가설들이 어쩌면... 이거야말로 사건을 해결 할 중요한 열쇠였다.

기억을 되짚어본 뒤 급하게 수첩 뒷 장에 가설들을 적어내려가자 병원에 가서 전규현씨와 임소정씨 체포 수속들을 밟고 있던 팀원들이 하나둘 도착하시기 시작했다. 난 얼마나 정신 없었는지 경무관님께 받은 체포 영장조차 이미 내 손에 없는 상태였다.

박지민 [29] image

박지민 [29]

"무슨, 일이야... 아, 힘들어서 죽는줄..."

김석진 [32] image

김석진 [32]

"...일단, 심문실 가서 얘기할래?"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그냥... 여기서 하시죠."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저 장비 좀 가지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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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어어, 그래."

민윤기 [31] image

민윤기 [31]

"무슨 일이야. 아영이가 거짓 진술 했다고?"

민윤기 [31] image

민윤기 [31]

"하 순경이 그거 못 잡아냈을리가 없는데."

하여주 [28]

".....그러게요."

전정국 [27] image

전정국 [27]

"민 경위님도 참. 하 순경이 다 알아볼 수 있으면 무당을 했겠죠."

하여주 [28]

".....근데, 아영아."

전아영 [19]

"네...?"

하여주 [28]

"...너, 이 사건. 처음에 뭐라고 신고했니?"

전아영 [19]

"방화 사건이요... 왜요...?"

하여주 [28]

"우리한테는 화재 사건으로 접수 됐었는데."

하여주 [28]

"방화... 사건이라고?"

전아영 [19]

"아... 그땐 너무 놀라서, 그냥 불 났다고만..."

하여주 [28]

"방화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 집안 접근이 힘들었을텐데."

전아영 [19]

"ㄱ, 그냥... 평소에 자주, 협박하셨다고, 했잖아요..."

하여주 [28]

"...그래, 일단 알겠어."

하여주 [28]

"근데, 아영아."

하여주 [28]

"거짓 진술도, 처벌 받는 거 알지?"

전아영 [19]

"네? 처벌이요...?"

하여주 [28]

"다른 사람이 형사처분을 받거나 면하게 할 목적으로 범죄를 구성하는 중요한 사실에 관해 허위 진술을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여주 [28]

"너도 알다시피 너는 형사처벌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나이고."

하여주 [28]

"여기서 더 거짓말 했다가는, 가중처벌 받을 수도 있어."

하여주 [28]

"솔직하게 얘기해줄래?"

전아영 [19]

"....."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뒷 얘기는 나랑 더 할까, 아영아?"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우리 또 보네?"

어느새 장비를 다 챙겨온 김 경장님이 팀원들에게 카메라와 녹음기를 넘기고 아영이 앞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셨다. 나도 조금 더 상냥하게 할 걸 그랬나... 오늘도 김 경장님한테서 하나 배워간다.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이거, 방화 사건이야?"

전아영 [19]

"네? 저야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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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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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그러면, 거짓말 했어?"

전아영 [19]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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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어떤?"

전아영 [19]

"부모님이 불 지르신 거 아니에요..."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너가 2차 진술 때 부모님이 너 협박하시고 불 지르셨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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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방금도 하 순경한테 부모님이 평소에 자주 협박 하셨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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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뭐하자는 거야?"

어느새 김 경장님의 목소리는 낮아지고 싸늘해졌다. 공기가 차가워지는 거 같았다. 이럴까봐 심문실까지 가지 않으신 걸까. 표정은 여전히 옅은 미소를 유지중이었지만 분위기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아영이의 동공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전아영 [19]

"아...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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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전아영양. 저희 어리다고 봐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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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이건 명백한 수사 방해예요."

친근하게 아영아- 하고 불러주던 것도 이제는 존댓말에 '전아영양'이라고 딱딱하게 부르는 걸 보니 김 경장님은 단단히 화가 나신듯 보였다. 그럴만도 하지. 안 그래도 이 경장님 일 때문에 지연된 사건이 요 어린 것 때문에 더 지연되게 생겼으니.

전아영 [19]

".....죄송합니다."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뭐... 더 안 말해주시는 거면 저희도 더 이상 아영양 봐드릴 생각이 없어서요."

전아영 [19]

"네...?"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그냥 고소하겠습니다, 저희 측에서. 그렇게 알고 계세요."

전아영 [19]

"네...?! 아니,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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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내일 중으로 고소 절차 밟겠습니다."

전아영 [19]

"저기, 잠깐...!"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하실 말씀, 더 있으신가요."

전아영 [19]

"...그냥, 아무 범인이라도 지목해야 살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전아영 [19]

"부모님이 평소에 성적으로 잔소리 하셨던 게 너무 응어리로 남았어서..."

전아영 [19]

"부모님이 협박하셨다거나, 기름을 샀다, 이런 거 다 거짓말이에요."

전아영 [19]

"저도 누가 범인인지 몰라요...."

전아영 [19]

"정말 죄송해요... 제발 고소만은..."

전아영 [19]

"저희 집 고소 감당할 형편이 안돼요. 죄송해요..."

사실 김 경장님은 고소 때리실 성격도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어보이셨다. 그래서 팀원들 중 그 누구도 김 경장님 발언에 동조하지 않았던 거다. 김 경장님이 분위기를 잡은 이유는 단지 범인에 대한 잘못된 진술들을 바로잡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일단, 오늘은 이만 집에 들어가봐."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넌 미성년자니까 부모님이랑 얘기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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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할 말 더 없어?"

전아영 [19]

"...네, 없어요."

김태형 [29] image

김태형 [29]

"그래,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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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30]

"차로 데려다줄까?"

전아영 [19]

"아니요. 괜찮아요..."

전아영 [19]

"저,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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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아영아."

전아영 [19]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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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병원 같은 데 가지 말고, 집으로 곧장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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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가족들 만나서 입 맞추지 말고. 알겠어?"

전아영 [19]

"네, 네, 그럼요...!"

아영이는 그 대답을 끝으로 황급히 서를 나가버렸고 모든 팀원들은 짜증의 한숨인지 안도의 한숨인지 숨을 깊게 내쉬며 탕비실 소파에 앉았다. 원점으로 돌아왔다. 체포 문턱까지 간 마당에 용의자가 사라지고 수사를 다시 시작해야 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들은 소식은 애석하게도 이 경장님 가중 징계 처분 결과였다. 3개월 정직 처분에서 더 나아가 정직 처분이 끝나고 나온 이후로 2개월 감봉 처분이 내려졌다는 소식이었다. 정 경사님은 어째 속이 시원하지는 않아보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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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그래도 다행이네. 처분 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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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7]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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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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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수사... 다시 시작해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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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31]

".....하."

민 경위님은 한숨을 푹 쉬시곤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셨다. 아침 8시 딱 맞춰 시작했지만 어느새 공식 퇴근시간인 5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김 경감님도 민 경위님을 따라 시계를 보신 뒤 결심하신듯 입을 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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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오늘은 다들 수고하기도 했고, 복귀 후 첫 수사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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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오랜만에 정시 퇴근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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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새 수사는 쉬고 내일 와서 하는 걸로."

워낙 다들 야근이나 초과 업무에 익숙해져있어서 정시 퇴근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이 까마득한데 정말 오랜만에 5시 퇴근을 해보게 생겼다. 그 자체로도 어색해서 팀윈들은 모두 천천히 짐을 싸고 있었다.

불편했던 제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일벌레들 아니랄까봐 수사할 때 조금이나마 끄적였던 메모장을 챙기고, 본가에 가냐, 자취방에 가냐 말을 나누고. 정말 오랜만에 보는 강력 1팀의 퇴근 풍경이었다.

[석진의 자취방 _ 김 경감 시점]

애들한테 냅다 정시 퇴근이니 뭐니 선언하며 나도 정신없이 집에 오긴 했다. 근데 그렇게 집에 보낸다고 쉴 애들도 아닌데. 그래도 애들 멘탈 갈린 상태에서는 그 선택이 맞는걸까, 일 중독인 애들 일 하게 냅뒀어야 했나.

집에 오는 내내 고민하고 갈등하며 가방을 대충 던져놓고 소파에 누웠다. 분명 아까까지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오면 내일 출근 때까지 잘 생각이었는데 막상 누우니 복잡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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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32]

베란다에 쳐져있던 커튼을 열고 빛이 새어들어오는 걸 온전히 맞으며 오늘 있던 일을 되돌아봤다. 팀원 전원이 오랜만에 하는 수사였어서 들떴던 마음도 잠시, 이 경장이 훼방을 놓아서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 심지어 거짓 진술까지 한 아영이.

나는 팀장이면서 정 경사와 이 경장 일을 자세히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마주하기 무서웠으니까. 호석이에게 그 일을 꺼내는 거 자체로도 호석이에게는 고통이고 무례한 일이라는 걸 잘 아니까.

그렇지만 적어도 나는 알고 있었어야 되는 거 아니었던가. 그렇게 손 떼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있던 건 팀장으로서 무책임 하지 않았나. 눈을 질끈 감으며 커튼을 닫고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잠이라도 자야, 이 지긋지긋한 팀장으로서의 책임을 따지는 짓을 관둘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윤기 자취방 _ 민 경위 시점]

오랜만에 정시 퇴근에 부모님 얼굴이라도 뵐까 싶었지만 오늘 벌어진 많은 일들 때문에 머리가 아파져서 결국 자취방으로 왔다. 소파에 기대앉아 고개를 들어 천장에 시선을 두었다. 하얀 천장에 그려지는 최근 있었던 일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물론 애들 부상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여주가 담배를 핀다는 사실이었다. 혼자 병실을 나가길래 많이 힘든가 싶어 어설픈 위로라도 해주려고 쫓아갔던 건데 차라리 안 보면 더 좋았을걸 봐버렸다.

그때 너무 다그쳤나 싶기도 하지만, 애들이 일 힘들다고 담배 자주 피다가 직업 특성상 뛰어다니면서 폐건강이 안 좋아지는 걸 본 이후로는 담배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었다. 그 사건 이후엔 현행범 잡으러 뛰어다니는 사건은 잘 안 들어오기도 한다.

여주 성격에, 서운해하려나. 여주는 경력에 비해 능숙하면서도 아직 모르고 있는 우리 팀의 이면이 많아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기도 하다. 석진 형 바로 아래 위치에서 가끔 석진 형이 없을 때 애들을 잘 살필 줄도 알아야 되는데 아직 어렵다.

민윤기 [31] image

민윤기 [31]

이 일을 언제 시작했는지의 기억조차 까마득한데 잘 할 줄 아는 거라곤 증거물들 몇 개 분석하는 것 뿐이다. 회의감과 열등감 그 어느 중간에 걸쳐져서 강력 1팀이라는 과분한 팀에서 일하고 있는 게 때때로 부담이었을지도 모른다.

[BU경찰서 의무실 _ 정 경사 시점]

모두가 퇴근한 후 나는 조용히 의무실에 왔다. 아직 덜 가라앉은 볼 때문에 얼음 찜질이라도 더 하고 가기 위해서였다. 아까 여주를 치료해줬던 그 침대에 걸터앉아서 얼음주머니를 볼에 댔다.

시간이 지나며 손의 온기 때문에 얼음이 점점 녹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음주머니에도 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 했다. 어느새 내가 소리 없이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음 녹은 물인지 눈물인지 섞여서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점점 잊혀져가길래 괜찮은줄 알았는데,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두고 나 몰라라 하면 나아질줄 알았는데,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었나 보다. 정면으로 마주하고 주변인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니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었다.

정호석 [30] image

정호석 [30]

붉어진 뺨과 그 뺨에서 흐르던 피, 충격에 아무 말도 못하고 눈망울만 그렁그렁해진 여주의 모든 찰나의 순간들이 잔상에 남아 날 괴롭혔다. 너만큼은 그런 불쾌한 일 안 당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내 노력이 무색해지도록 오늘 정통으로 마주해버린 그 일들은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이러지만 않으면 그래도 반은 가겠네, 하는 것의 예시가 다 모인 일들이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결국 다 녹은 얼음주머니를 내려놓고 차가운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남준 부모님 집 _ 김 경사 시점]

너무나 힘든 하루 일과를 끝내자 원래는 안 그러는데, 오늘은 너무 지쳐서 오랜만에 부모님 집에 들렀다. 양손 한가득 먹거리나 생필품을 사서 집에 가니 부모님이 활짝 웃으며 반겨주셨다. 이게 얼마나 그립던지.

집안에서 나는 귀한 보물 단지나 마찬가지였다. 늦둥이 외동이기도 했고 몇 안 되게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기도 한 높은 실적을 자랑하는 유일무이한 경찰팀 소속이었으니. 그래서 부모님 집에 들어가면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자각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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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30]

자랑스러운 아들이 된다는 것도 물론 축복 받은 일이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지만, 강력 1팀에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는 회의감이 들었다. 특히 이번 사건 때 부상을 당하고 오랜 시간 뒤 깨어나자 정말로 이 일을 그만 두어야 하나 고민했다.

흠잡을 것 없이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기술을 다루는 포지션으로 지원했던 햇병아리 경력 시절부터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 애썼던 지금까지의 나는 단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내가 빈 틈을 보이는 게 너무 두렵고 항상 무섭다.

[BU경찰서 뒷골목 _ 박 경장, 김 경장 시점]

우리 둘은 경찰 학교 동기 때부터 수업이나 업무가 일찍 끝나면 둘이서 오락방 같은 곳을 가서 놀곤 했다. 언제나 진지해야 했던 강력 1팀에서 벗어나 조금은 유치해질 수 있는 오락방이라는 공간을 참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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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오늘 버블버블로 밥내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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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아, 싫어- 그거 너가 잘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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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그럼 테트리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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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가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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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쫄리냐? 쫄리면 말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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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아, 그런 거 아니거ㄷ, 아!"

그때 박 경장 어깨를 뛰어와 세게 치고 박 경장이 운동해서 단단하게 만든 몸 때문에 나동그라진 젊은 남자. 우리는 둘 다 놀라 괜찮냐며 손을 뻗었는데 우리와 눈이 마주친 남자의 얼굴을 보고 우리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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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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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전서준씨...?"

수사하고 있던 방화 사건 피해자 가족의 첫째 아들, 전서준씨였다. 병원복 차림으로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다 우리와 부딪혀 넘어졌는지 묻고 싶었지만 눈에 잔뜩 고여있는 눈물에 말 못할 사연이 있어보여 그러지 못했다.

우리가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만 하자 전서준씨는 우리 눈치를 보다가 일어나 마저 뛰어갔다. 그냥 집에 불이 나서 정신적 충격 때문에 그러나 싶어 우리도 마저 가려는데 김 경장이 가만 서서 무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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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29]

"야, 김태형.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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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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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29]

"어디서 본 사연 많은 눈인데."

[치안감실 _ 하 순경 시점]

이 경장님 가중 징계건 때문에 얼떨결에 치안감실에 불려오게 됐다. 치안감실까지 올라와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그럼에도 날 알아보시는 치안감님 때문에 부담이 더해져 서류를 살펴보시는 치안감님 앞에 각 잡힌 자세로 서있었다.

치안감 [46]

"그래서, 볼은 좀 어떤가."

하여주 [28]

"아, 얼음찜질 해서 부은 건 좀 가라앉았습니다."

치안감 [46]

"그 밴드도 이 경장 때문에 다친건가?"

하여주 [28]

"...네. 맞으면서 반지에 긁혀 피가 좀 났습니다."

치안감 [46]

"이 경장이 너무나도 경솔했네."

치안감 [46]

"혹시 두 달 감봉 처분으로 부족하면 더 말해, 얼마든지 늘려줄테니."

하여주 [28]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치안감 [46]

"그나저나... 1팀 애들이 군기를 좀 잡는 편인가?"

하여주 [28]

"아니요, 딱히... 그렇진 않은 거 같습니다."

치안감 [46]

"내 앞이라 그렇게 굳은 거지?"

하여주 [28]

"치안감님 앞은 처음이라 긴장돼서 그렇습니다."

치안감 [46]

"뭘 또 그러나. 1팀이 나한테 많이 혼나는 거 말했나 보네."

하여주 [28]

"그런 거... 아닙니다."

치안감 [46]

"숨길 필요 없어. 나도 알고 있으니까."

치안감 [46]

"나가보게. 얼른 퇴근하고."

하여주 [28]

"네,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치안감실을 나와 아까 사건 내용 적어둔 수첩을 보며 복도를 걷다가 하필 보기 좀 껄끄러운 사람을 마주쳤다. 이 경장님에게 이미 가중 징계 안내 연락 갔을 거고, 그러면 화 많이 나셔있는 상태일텐데. 왜 하필...

이수담 [29] image

이수담 [29]

"재밌니?"

하여주 [28]

"...네?"

이수담 [29] image

이수담 [29]

"사람 하나 망치기 쉽지?"

이수담 [29] image

이수담 [29]

"1팀에서 이쁨 받는 막내 역할이나 하면서 능력 좋고 실적 좋은 팀원들 끼니까 기세등등하고."

이수담 [29] image

이수담 [29]

"게다가 고위직 빽까지 있어서 징계 먹이기도 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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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담 [29]

"그렇게 하니까 경찰 일 우스워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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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담 [29]

"누가봐도 낙하산으로 들어왔는데 뭐 이쁘다고 감싸주는 건지..."

하여주 [28]

"저 낙하산 아닌데요."

이수담 [29] image

이수담 [29]

"머리 하나 좋은 널 강력 1팀에 넣어주는 멍청이가 어디 있는데?"

하여주 [28]

"이 경장님은 뭐 잘하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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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담 [29]

"뭐?"

하여주 [28]

"저는 작년 경찰대 수석 졸업이기라도 해서요."

하여주 [28]

"수석 졸업이 필기만 잘 봐서 되는 건 아닌 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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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담 [29]

"허... 아까부터 진짜 싸가지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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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7]

"그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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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담 [29]

"전 순경. 어디서 반말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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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7]

"업무 끝났는데 그런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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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7]

"정직 처분 받은 경찰한테는 더더욱 예의 차릴 이유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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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담 [29]

"뭐?! 너 지금 말 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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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7]

"너 말대로면 낙하산인 애한테 열등감 그만 가지고 집에 가서 푹 쉬기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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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7]

"징계 끝나기만을 기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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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담 [29]

"야,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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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27]

"막내 그만 건드리라는 마지막 경고입니다."

전 순경님은 어디에선가 나타나 이 경장님의 공격을 막아주시더니 이내 내 손목을 잡아끌고 서 밖으로 나가셨다. 택시비를 쥐어주시며 택시까지 태워보내는 동안 아무 말이 없으셨다. 눈빛이 왠지 강경해보이셔서 나도 그 이상을 묻진 않았다.

[BU경찰서 복도 _ 전 순경 시점]

퇴근하려는 길에 요즘 바빠진 2팀의 인수인계 일을 잠깐 도와주고 나오는 길이었다. 복도 한켠에서 시끄러운 언쟁 소리가 들렸고 워낙 그런 거에 엮이기 싫어해서 돌아가려던 찰나에 목소리가 여주 누나길래 발걸음이 자동으로 향했다.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니 딱봐도 수담 누나가 여주 누나에게 시비를 턴 모양이었다. 가중 징계 받은 게 분했으니 여주 누나에게라도 화풀이를 하러 온 거 같았다. 근데, 수담 누나의 발언은 너무 거셌고 터무니없었다.

여주 누나가 낙하산에, 팀에선 하는 일도 없고, 팀원들과 고위직 빽만 믿고 기세등등하다니. 차라리 좀 기세등등 했으면 하는 사람이고, 덜 열심히 하면 좀 좋을 정도로 다쳐서 오는 사람이 무슨 낙하산이라고.

더군다나 경찰대 수석 졸업은 필기와 실기가 거의 다 만점이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경무관님이 아무 생각 없이 여주 누나를 우리 팀에 넣어준 게 아닐텐데. 수담 누나도 참, 아무리 질투나 자존심이 먼저라고 해도 멍청하게 굴면 쓰나.

다른 건 다 참아도 우리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여주 누나를 무시하는 건 용납 못했다.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새겨넣었던 3팀의 일원이라면 더더욱. 지켜보다가 곧 때릴 거 같길래 여주 누나 앞을 막아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사람이 접근 하더라도, 이번만큼은 우리가 꼭 지켜낼 거라고. 다신 그런 경험 안 할 거라고. 손목을 잡고 끌고 나가는데 괜시리 눈물이 날 거 같아서 눈물을 훔쳤던 건 비밀로 넣어두고자 누나에게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각 팀원 시점에서 써봤습니다! 항상 하 순경 시점에서만 쓰다 보니까 팀원들의 생각을 자세히 못 쓰는 게 아쉽더라구요 🥲 오랜만에 한 번 각 잡고 써봤습니다 🥹 곳곳에 뿌려놓은 떡밥도 놓치지 말고 잘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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