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다리지마

14화 - 전여친(2)

방과후에 유정과 단둘이 만났을 때도 태현은 아무 말이 없었다. 

“...”

맘 같아선 누구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유정은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 있어선 안될 존재인 자신이 오히려 설화와 태현의 사이를 방해해버린 게 아닐까, 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다면 너무 비참했다. 

 


유정과 태현, 둘만 남은 교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평소같았다면 태현도 

“누군지 안 물어봐?”

라며 귀엽게 물었을 테지만, 

그는 조용했다, 이상하리 만치. 


“오늘…좀 정신없는 하루였다, 그치.”


유정의 대화시도에도 태현은 묵묵히 교실 바닥을 바라보았다. 마치 거기에 모든 정답이 있다는 듯이. 

유정은 그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결국 나는…태현이에게 아무것도 아닌걸까…그저 잘못된 세계에 살고 있는 이야기의 엑스트라처럼, 나도 결국은 원래 아무것도 아니었잖아…’


그런 생각들이 몰려와 유정의 가슴을 후벼팠다. 


“별로 얘기하고 싶지가 않구나…알겠어. …나 오늘은 이만 집에 갈게.”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서 나갈 준비를 하는 유정을 보고도 태현은 그저 상처받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자기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건데…마음 아픈건 나라고…’


“잠시만…그냥 같이 있어줘…”


그때 갈라진 목소리로 그녀를 붙잡는 태현을 보고 유정은 뒤돌아서 그를 안았다. 


“얼마든지 같이 있어줄게. 힘들면…말하란 말이야, 이 바보.”


유정은 태현의 눈에 송골송골 맺힌 눈물을 애써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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