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位过度沉浸式工匠的短文

华阳酒店的三条规则







꽤 이름 난 명문대 항공과를 전공한 25살 민여주. 자격증이면 자격증, 토익이면 토익.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4학년 치곤 꽤나 휘향찬란한 스펙을 가진 그녀는 화양 호텔에 입사하게 된다. 화양 호텔이라 함은, 신라 호텔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숙박시설이라 할 수 있다. 직원 복지도 만족스럽고 한 달만 끙차끙차 열나게 일하면 들어오는 돈은 뭐. 더 만족스럽다. 이러니 호텔리어 지망생들이 침을 줄줄 흘리며 달려들어 공채 난이도도 당연 어마무시할 수밖에. 민여주는 그 1:20의 극악의 확률을 뚫고 화양 호텔에 최종 입사하게 된 것이 퍽 자랑스럽다.




"아, 여주 씨가 이번에 객실부로 들어오는 신입이죠?"

"네 맞습니다!"




총책임자로 보이는 인자한 인상의 남자는 군기 바짝 든 여주에게 긴장을 풀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곤 데스크 위에 서류 뭉치를 꺼내들며 말한다. 어차피 여기 들어올 정도면 기본기는 다 갖춘 것 같으니까 따로 교육은 안 할 겁니다. ··· 다만! 차분히 설명을 이어나가던 그가 난데없이 끝말에 악센트를 줬다. 덕분에 겁 먹은 여주만 의자에서 덜커덩. 금세 자세를 고쳐잡아 진중한 눈빛을 띤 남자의 말을 경청했다.




"이 규칙들은 잘 지켜줘야 해요."

"규, 규칙이요···?"

"네."




우리 호텔은,

정말 특이한 곳이거든요.







***






직원들의 숙식은 호텔에서 제공해주었다. 손님실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 깔끔한 내경과 넓다란 방을 이리저리 누비며 아침의 일을 떠올리는 여주다. 대체 뭐가 어떻게 특이한 규칙이길래 이런 서류까지··· 따로 구비가 돼 있어? 근무가 끝나고 침대에 폭삭 누워버린 그녀는 전등 아래에 아까 그 총책임자가 건네준 종이를 비추며 읽기 시작했다.



"일 번 규칙··· 절대로,"






1. 절대로 새벽 3시에 깨어 있지 말 것

(만약 불가피한 이유로 깨어 있더라도, 그것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어야 합니다.)




2. 2층 오른쪽 복도 끝에 위치한 남자 화장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무시할 것

(본 호텔 2층 남자 화장실의 공사는 완공되지 않았습니다.)




3. 자정이 넘어가는 시각에 금발머리의 손님이 찾아온다면 데스크 아래에 위치한 비상벨을 누를 것

(그것은 소음을 싫어합니다.)





"··· 싫어합니다?"




어느새 종이의 끝자락을 훑고 있던 그녀는 마지막 문장을 끝맺자마자 흥, 하고 콧방귀를 터뜨렸다. 신입한테 이런 식으로 겁 주는 건 어디든 다 똑같구만. 며칠 전 4성급 호텔에 입사한 대학 동기에게 비슷한 일화를 들은 적 있던 여주는 갑자기 이 모든 게 우스워졌다. 특히 그 새벽 3시에 깨어 있지 말라는 말은 평일이고 주말이고 가릴 것 없이 손님이 꽉 채워지는 화양 호텔의 근무상황과 모순되는 게 아닌가. 새벽이 컴플레인이 제일 많이 걸릴 시간대일 텐데. 민여주는 어설픈 장난에 한 번 속아넘어가줄까 싶다가도 이내 고개를 젓는다.




"이런 거 당해줬다간 평생 놀림거리나 되지."




그리곤 대충 서류를 구겨 간이 쓰레기통에 텅. 집어던졌다.






***






첫 날부터 더럽게 바빴다. 새로 들어왔다고 봐주는 법은 없는 건지, 아니면 새로 들어왔기에 더 굴리는 건지 여기 사람들은 여주에게 정말 너무했다. 직원 복지가 좋다며! 숙소 빼곤 모조리 다른 호텔이랑 똑같잖아! 잠시 2층 복도에 기대 헥헥거리던 여주는 인이어에 다시금 적립되는 선배들의 갈굼에 한숨을 토했다. 아무래도 빡센 곳은 텃세 또한 빡세나 보다. 여주가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찰나, 누군가의 부름이 들려왔다.




"거기."

"하아··· 예, 손님?"



당연히 옆에 지나던 손님의 말인 줄 알았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복도는 고요하다. 맹한 얼굴로 눈을 부비적거리자 다시금 들리는 그 목소리. 거기, 너요 너. 여주는 그제야 고개를 치켜든다. 네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지는···



"아?"



그 미완공의 남자 화장실. 공사는 우리 측 사정으로 다음 달쯤 재개된다 하던데. 그럼 지금은 사람이 없어야 하는 게 맞다. 하하. 설마 여기서 난 소리겠어? 여주는 억지로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온몸에 차츰 소름이 기어오르는 걸 느낀다. 이 모든 건 민여주가 공포영화도 혼자 잘 못 보는 탓. 아 젠장, 이딴 직장을··· 내가 그런 고생고생을 하면서 왔다니. 그렇게 방금까지 체력이 바닥 난 듯한 느낌을 여실히 받던 그녀는 손님일지도 모르는 이를 남겨두고선,



"죄, 죄송합니다!!!!! 다음에 불러주세요!!!!!!"



36계 줄행랑을 쳐버린다.






***





"그래, 다음에 봐."







***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은 자정을 넘기는 중이다. 배터리 방전된 여주는 보기드문 천사 선배의 배려로 잠깐 데스크에서 일을··· 하는 척 누워 있는 중이다. 솔직히 밤에 데스크에서 하는 일은 별로 없다. 손님들은 대부분 낮 아님 오후에 오거나 가니까. 그러니 지금은 몇 없는 개꿀 타이밍이란 거다. 잠깐 밀린 연락이라도 볼까 하던 차에 인기척이 느껴진다.




"선배님···? 이 아니구나."

"···."

"손··· 님이세요?"




어느새 데스크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는 의문의 남자. 후드를 푹 눌러쓰고 있어 여주는 고개만 갸웃거린다. 체크인 도와드려요? 아니면 체크아웃? 어떤 물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남자는 갑자기 후드를 확, 벗어버린다. 머리결이 참··· 좋네··· 어··· 머리색도 밝···. 여주는 홀린 듯 그를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퍼뜩 차린다. 저 사람 머리색···.





photo

"여기, 방 있어?"

"···."






금발머리.



자정에 온··· 금발머리다.







"있냐고."

"꺄아아아아아악!!!!!! 없어역!!!!!!!!!"







여주는 그대로 도주했다.





***





자신의 방으로 피신 온 한 가냘픈 객실부 신입이다. 빌어먹을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걸 다 고려하더라도 존나게 무서웠다. 이제 곧 금발머리 공포증까지 생길 정도로. 여주는 침대로 우다다 달려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존나, 존나, 존나. 입에서 차마 뱉을 수 없는 욕짓거리들이 떠다닌다. 여기 사람들한테 이왕 갈굼 받는 거, 더 받는 게 낫겠다 여긴 여주가 폰을 집어들어 그나마 말을 튼 그 천사 선배에게 연락을 남긴다. 음성사서함에, 선배··· 저 진짜 죄송한데 조금만 잘게요···. 라고 소심히 남은 그녀의 흔적.




"그래, 자자. 원래 졸리면 응? 막 이상한 생각도 드는 거니까···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자 민여주."




주절주절 혼잣말로 자신을 다독이며 잠에 든다.






***





띠리리리링! 민여주에게 한 가지 오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눈이 살짝 나쁘다는 거다. 엄청나게 나쁜 건 아니라 안경을 끼진 않는데 가끔 그런 게 있다. 오전이랑 오후라는 글자가 잘 구분이 안 된다든지 하는. 그래서 오후 3시, 점심타임으로 맞춰둔 줄만 알았던 알람이 오전 3시가 되어서 울렸다. 여주가 신경질적으로 얼굴을 빡빡 문대며 일어난다.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화면을 보니 새벽 3시다.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네. 수면이 한없이 부족할 나이인 25살 민여주는 폰을 저 멀리로 쿵. 집어던져 버린다.




"아···씨. 잠 다 깼어."



바스락거리는 이불을 완전히 젖힌 그녀가 손가락만 영혼없이 꼼지락거렸다. 선배한테 답장이 왔나. 나 그냥 내일 귀에서 피나게 꾸중 듣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 아까 그 일이 선명하게 머리속에 들어찼다. 남자 화장실에 들리던 소리, 자정에 찾아온 금발남. 어디서 많이 본 듯 한 게, 바로 저가 장난이라고 우습게 치부한 그 규칙들이다. 여주는 아직 완전히 믿는 건 아니지만 뭔가 심각성을 느낀다. 생각은 곧 행동으로. 손을 쓰레기통에 뻗어 이미 구깃해진 서류를 꺼냈다.





"세 개였던 것 같은데··· 대체 뭐지."





주변이 깜깜한 탓에 글자가 잘 읽히지 않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여주에게 출처 모를 소리가 들린다. 사람 발걸음 소리. 흠칫 놀란 그녀는 객실에 있던 손님이 잠깐 마실을 나간거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글자를 해독하는 데 집중을 모은다. 드디어 규칙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두세 번째 규칙들은··· 아까 그거고. 끼익. 맨 첫 번째 규칙을 안 봤었나. 끼익. 근데··· 무슨 소리가 이렇게···





"···."






얌전히 서류를 정독하던 여주의 눈에는 그제야 첫 번째 규칙이 읽혔다.








"넌 어떻게,"

"···."








절대로,










photo

"하나도 지키는 게 없냐."









새벽 3시에 깨어 있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