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 5분 전에

01 . 내가 죽기 5분 전에.

























*본 작품에서는 중간중간 욕설과 비속어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감상하시는데 주의 바랍니다.



















나 27살 배 은. 나는 지금 한강에 있고 곧 죽을 예정이다. 정확히는 5분 뒤.


인생 뭣같애서 살 맛이 안 난다. 남들 다 행복하고 편하게 사는데 왜 나만.


아니, 어차피 5분 이따 죽을거라서 하는 얘긴데,
진짜 세상 존나 불공평한 것 같다. 시발, 누구는 존나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서 행복 누리고 살고, 누구는 존나 가난하게 태어나서 평생 괴롭게 살고.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하나님?


아, 나 왜이래? 술 마셔서 그런가 눈물 날 것 같네.


하... 진짜 좀만 있다 뛰어 내리자.... 한강 뷰 좀만 더 보다가.....


.......


막상 뛰어내리려니까 존나 겁 나. 용기가 안 나.


근데 사실 이 세상 더 살아갈 용기는 더 안 나ㅋㅋ


그래도 내 시체는 수거해줬으면 좋겠네.











삑삑삑-









(Rrrrrr...)


"네 여보세요, oo경찰서 입니다."


"....."
"제가 지금 한강이거든요?"


"네, 혹시 난동부리는 취객이 있나요?"


"아니요, 그건 아니고."
"저 지금 죽을건데 시체 좀 건져주세요."


내 전화를 받은 경찰은 약 5초간 아무 말 없었다.


"원래 12시 정각에 딱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이미 지났네."
"지금 뛰어내릴게요."


나는 난간에 다리 한 쪽을 올렸다.


근데 그 때,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세요."
"후회는 안 하실거죠?"


나는 그러지 말라고 말리는 말이 아닌, 니가 죽던 말던 내 알빠냐 하는 말에 잠시 멈칫했다.


"뭐라고요?"


"죽기 전에 뭐 좀 묻죠."
"왜 죽으려고 하는데요?"


"인생 좆같아서요."


"그리고요?"


"이리저리 치여서 이방인처럼 사는것보다 그냥 뒤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런데요."
"아니, 근데 왜 물어요?"
"나 나중에 죽어서 뉴스 나오면 인터뷰에 쓰려고 그러나?"


그 남자의 코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짧게 웃었다.


"곧 죽을 사람 치곤 대답은 잘 해주네."

"하나만 말 합시다."
"지금 본인 머릿속 결론이 확실한 거 같죠?"
"꿈 깨요, 인간은 가장 무너졌을 때 가장 부정확한 판단을 한다는 거, 알아요?“

"압박에 눌리고, 지쳐 있을수록 뇌는 복잡한 가능성을 지우고 그딴 단순한 결론으로 기울기 쉽거든요. 그건 자기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은 그래요."

"그리고 당신이 끝내고 싶은 게 정말 인생인지 지금의 고통인지 생각 해 보세요."
"오늘 버티기 힘든 하루가 있었다고 해서 자기 인생, 그리고 미래 전체가 판정난 건 아니잖아요."


나는 생각보다 날카롭고 차가운 답변에 당황했다.



"...."
"그래서 나한테 하고싶은 말이 뭔데요?"
"결론이 뭐냐고요."


"결론이라..."


그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적어도, 가장 무너진 상태에서 인생 전체 결론을 확정 짓는 건 보류하시죠. 오늘의 절망이 평생의 증거는 아닐 수 있으니까.”


"오늘만 절망한 거 아닌데."
"있죠, 저는 인생 27년동안 내내 절망했어요."
"병신처럼 하루 절망적이었다고 뒤지려는 게 아니고요."


"그럼 얘기는 살짝 달라지겠네요."
"본인의 그런 절망적인 인생이 쭉 계속될 것 같죠?"
"그래서 죽으려는거고."


"...그래요."


"좀 있으면 행복한 날이 올텐데도?"


나는 어이없음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저기요. 전 인생에서 행복했던 기억이 없어요."
"한 번도 허탕하게 웃어본 적 없고요, 남들이 말하는 뭐 도파민? 1도 느껴본 적 없어요."
"근데 저보고 뭐 어쩌라는건데요?"


"그렇게 행복하고 허탕하게 웃는 날이 내일일지도 모르는데?"
"코 앞에 있는 복을, 그냥 발로 찰거예요? 바보같이?"


"....."


"그러니까 우리, 좀만 더 살아봅시다."
"저 출동하기 귀찮습니다."


매번 나는 사람들에게 감성적인 위로만 받았지 현실적인 조언은 받아본 적 없었다. 하지만 별 도움 없다고 생각했던 감정적 위로보다, 왠지 더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아..."
"..흐.."








"뭐야, 웁니까?"
"출동할까요, 나?"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난간에 기대 계속 울었다.


전화가 끊기고 한 십 분정도 지났을까, 경찰차가 저 멀리서 오는 게 보였다.
출동한다는 거 그냥 거짓말일 줄 알았는데.


경찰차가 내 앞에서 멈추고, 키 큰 남자가 내렸다.


나는 눈치껏 그 사람이 나와 전화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한테 점점 다가오면서 얼굴이 보이는데, 무언가 낯이 익는 얼굴이었다.




































photo


아, 딱 생각났다.












내 오랜 꿈이었던 교직생활을 망친 그 양아치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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