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연 단편 모음

조그만 배신자

창문에 부딪히는 오후의 빗소리가 낮게 웅얼거리는 것만이 육아방의 정적을 깨는 유일한 소리다. 방 안은 어두컴컴하고, 구석에 켜진 따스한 호박색 무드등만이 아기 침대 위로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공간을 밝히고 있다. 나는 흔들의자의 푹신한 쿠션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는데, 손이 완전히 떨릴 정도로 지독하고 묵직한 피로감에 온몸의 근육이 아파온다.

나무 바닥을 가볍고 조용하게 디디는 발소리가 작게 울리더니, 찬연이가 방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그는 심플하고 박시한 회색 니트 스웨터 차림에, 어두운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눈가에 느슨하게 흘러내려 있다.

그가 의자 바로 옆에 멈춰 선다. 내 무릎 위에 안겨 포대기에 싸인 조그만 뭉치를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에 다정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따뜻한 미소가 단번에 번진다. 아기는 깊은 잠에 빠져들어, 부드러운 뺨에 아주 작은 주먹을 꼭 쥔 채 조그맣고 얕은 리듬으로 숨을 쉬고 있다.

"자, 이리 줘." 찬연이가 깊은 목소리에 장난스럽고 놀리는 듯한 리듬을 담아 속삭인다. 그가 몸을 숙이자 그의 커다란 손이 내 무릎 위로 뻗어오고, 그의 넓은 체구가 내 영역을 완전히 감싸 안는다. "너 금방이라도 잠들어서 흔들의자랑 같이 넘어질 것 같은 표정이야."

"방금 겨우 잠들었어." 내가 메마르고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그를 약하게 흘겨본다. "조심해. 진짜 쪼꼬만 하니까."

"에이, 나 순발력 엄청 좋잖아." 그가 부드럽게 웃음을 터뜨린다. 자신만만하고 다정한 미소가 그의 입꼬리에 스친다.

그는 완벽하고 흔들림 없는 다정함으로 아기를 건네받는다. 그의 긴 손가락이 아기의 포대기 밑으로 조심스럽게 미끄러져 들어가, 한 손바닥으로는 작은 허리 아래를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신생아의 부서질 듯 연약한 머리 무게를 세심하게 감싸 안는다. 그는 천천히 일어서며 아기를 자신의 넓은 가슴으로 완전히 끌어당긴다.

나는 의자에 앉아 그 시각적인 대비가 주는 묘한 느낌에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찬연이는 몸집이 정말 크고 어깨도 넓은 운동선수 같은 체구인데도, 이 조그만 아기를 조심스러울 정도로 다정한 손길로 안아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쇄골 가까이에 아기 뭉치를 소중히 안고, 아기의 머리 뒷부분을 커다란 손으로 완전히 감싸 안아 안전하게 붙잡아준다.

아기는 만족스러운 듯 자그맣게 숨을 내쉬며, 찬연이의 부드러운 회색 니트 울 원단에 얼굴을 폭 구긴다.

"와, 이 조그만 배신자 좀 봐." 찬연이가 중얼거린다. 발을 떼며 조용히 몸을 흔들기 시작하는 그의 어두운 눈동자 속에 밝고 즐거운 기색이 춤을 춘다. 그는 아기를 내려다보며 완벽하게 매료된 듯, 숨길 수 없는 순수한 다정함으로 얼굴을 부드럽게 붉힌다. "내가 여기 온 지 고작 2분밖에 안 됐는데, 내 스웨터가 좋다고 벌써 널 완벽하게 버렸네. 이해는 해, 이거 진짜 부드럽거든."

"그냥 오빠 체온 때문에 이용하는 거야." 내가 지독한 피로 속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속삭인다.

"에이, 이겼으면 장땡이지." 그가 숨을 죽인 행복한 목소리로 받아치며 내 의자 앞으로 다가온다. 그는 아기를 여전히 자신의 가슴에 단단히 안아 고정시킨 채, 내 무릎 바로 옆 카펫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눈높이에 자신의 얼굴을 맞춘다.

그가 맞잡지 않은 다른 쪽 손을 뻗어, 따뜻하고 긴 손가락으로 내 코끝을 장난스레 톡 건드린 뒤 지친 내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넘겨준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아득할 정도로 깊은 배려를 담아 내 뺨의 피부를 쓸어내리고, 그의 손길은 고요하게 안심시키는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진짜 고생 많았어." 그가 부드럽게 말한다. 놀리던 어조가 깊고 진심 어린 다정함으로 완전히 녹아내리며 내 마음 깊은 곳을 온통 간지럽게 만든다. 그는 잠든 아기와 내 눈을 번갈아 바라보고, 그의 가슴은 일정하고 편안한 리듬으로 오르내린다. "그나저나 얘 코 말이야, 고집 있어 보이는 너랑 똑같이 생긴 조그만 코야. 너 쉬는 동안 얘 보면서 계속 웃음이 안 멈추더라."

"완벽해." 내가 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그의 넓은 어깨에 기댄다. 그의 체온이 내 피부로 고스란히 퍼져나가는 동안, 내 손가락이 그의 스웨터 울 원단을 꼭 움켜쥔다.

"진짜 그래." 찬연이가 내 턱선에 엄지손가락을 가만히 댄 채 중얼거린다. 내게 남아있던 스트레스를 완전히 씻어내 주는 아름답고 헌신적인 온기를 담아 내 시선을 붙잡아둔다. 그가 고개를 숙여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부드럽게 맞대고, 어두컴컴한 호박색 불빛 속에서 그의 숨결이 내 호흡과 부드럽게 뒤섞인다. "이제 눈 감고 아무 걱정 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두 사람 다 완벽하게 책임질 테니까. 자, 어서 자."

나는 만족스러운 듯 나직하게 숨을 내쉬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비 오는 오후의 무거운 어둠 속에서, 장난스러우면서도 나를 지켜주는 깊은 배려가 가득한 그의 존재감이 우리 작은 가족을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으로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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