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36화. 위시리스트

sophie97
2026.07.02瀏覽數 166
우리는 오래 간만에
마음 편히 아침을 함께 먹고,
근처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며 산책을 하고,
오전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 보니,
아침을 함께 먹은 것도
산책하는 것도 다 처음이네요.
그 동안 우리 뭐했지?
왜 이렇게 함께 해 본 게 없지?"
그는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대꾸도 없이
계속 웃고만 있었다.
"훈지씨, 꿀 먹었어요?
왜 대답 안 해요?
왜 계속 웃기만 해요. 바보같이...ㅎ"
"몰라요. 계속 웃음이 나요.."
나는 그런 그가 너무 귀여워서
꽉 잡은 손 등 위에 뽀뽀를 해 주었다.
그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오늘만큼은 아무 걱정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전에 그가 욕실에 있는 동안
왔던 전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산책을 마치고,
우리는 내 차를 타고,
훈지씨 촬영장으로 출발했다.
가는 동안에도
내가 이야기를 하면 그는 웃기만 했다.
"훈지씨는 나랑 뭐 같이 하고 싶은 거 있어요?
나는 훈지씨랑 가 보고 싶은 데가 있어요.
왠지 훈지씨가 관심이 없을 것 같아서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같이 가볼래요!!
그런데 우리끼리만 가면 위험하니까...
어떻게 가야 하지?"
"어딘데요?"
"마티스 전시회 같이 가고 싶어요.
그리고, 대니 구 공연도 같이 보고 싶어요."
"아...마티스면 그림이요?
내가 그런 데 가 본 적이 있었나...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은데..."
"나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예술가가 어떤 마음으로 저 그림을 그렸을까,
저 음악을 만들었을까,
그런 생각하면 뭐랄까...
좀 더 몰입되고, 공감되는 거 같아요.
그 사람 인생에 들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말 하기 좀 그렇긴 한데...
어떻게 그렇게 다 남자 예술가들만 좋아해요?"
"네?"
"지난 번에 래이어스도 그렇고,
베토벤이랑 라흐마니노프도 그렇고
박효신, 구교환 배우...
대니 구도 그렇고 다 남자네.. 다 남자야..
예술가 중에 분명히 여자도 있을 텐데..."
"아니..뭐래???
이건 아니지.. 그걸 또 질투한다고요?
이제 질투의 화신이라고 불러야겠다."
"내가 보기보다 질투가 많아요..ㅎ
나는...
뭘 같이 해보고 싶냐면...
캠핑 가 보고 싶어요.
같이 불멍도 해 보고 싶고, 고기도 구워 먹고..."
"와~!! 캠핑 너무 좋다!!!
어렸을 때 말고 가 본 적 없는데...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요.
차박도 너무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는데...캠핑이라니!!
우리 겨울에 가요. 눈 올 때!!"
"응. 겨울에 꼭 같이 가요. 이번 겨울에..."
잠시 미소를 짓던 그가 말했다.
"오늘 촬영이 새벽에 끝날 거 같아서
연락 안 할 거에요.
오늘은 푹 잘 자요."
나는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
웃으며 대답했다.
"아~~따뜻하다...마음이.."
우리는 그렇게 행복한 이야기를 하면서
촬영장에 도착했고,
그를 내려 주고 나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동안,
오전의 통화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예감은 들지 않았다.
[저는 훈지 누나에요...]
[아...네... 안녕하세요..]
[저...대표님께 선생님 말씀 들었어요.
오늘이나 내일,
아니 선생님 시간 되실 때 뵙고 싶은데요.]
[오늘 오후 괜찮습니다.
편하신 시간이랑 장소 보내 주시면 맞춰 가겠습니다.]
[네. 그럼 그렇게 할께요. 이따 봬요.]
[네..이따 뵙겠습니다.]
'하...산 넘어 산이구나...
박훈지랑 연애하기 너무 힘들고 고달프네...'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내가 찾아가야 할 장소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사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들을지는 예측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한마디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떠오르는 말이 있긴 했다.
[죄송하지만,
죄송하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절대로 사과는 안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건 알고 계시죠?"
<37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