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enience store part-timer
ep. 09 The Thief with a Knife ( 1 )


그 날은 평범한 날이었어

그래, 어쩌면 너무 평범했을 수도 있어

'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00:45 AM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어쩐 일인지 아직 '맨날 오던 그 친구먹은 손님'도 오지 않았어

뭐, 오늘은 좀 늦다보다, 하고 있었을 때

편의점 문짝에 달린 종이 울렸어

그 손님인가? 생각을 하며 인사를 했는데 그냥 편의점 손님이었어

손님은 날 슬쩍 보더니 주류가 진열되어있는 냉장고로 향했지

뭐 딱히 저 손님을 내가 지켜보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친구먹은 손님에게 연락을 해볼까, 말까 생각을 했어

마음같아선 연락 해보고 싶은데, 또 사정이 있어서 못 오는걸수도 있고, 맨날 오는건 좀 힘들어서 안오는거일수도 있으면 또 못하고.

그래도 일단 연락 해보기로 했어

나 좋아하냐고 당당하게 물어봤던 김여준데~

하여튼 그 손님은 내 번호가 없으니까 내 이름을 먼저 알려주고 카톡을 보냈어

-알바생 김여준데요, 단골손님 왜 안와요? 나 심심해

혹시라도 바로 답이 올까 싶어 핸드폰을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데 아까 그 손님이 계산을 하려고 오셨어

맥주 세 캔을 사셨더라고


김여주
다 해서 팔천 삼백원입니다

그렇게 손님은 돈을 내려고 점퍼 주머니를 뒤적이는데

잘못 본 걸까..?

주머니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뾰족한 무언가를 본 것 같았어

그래, 아니겠지. 아니어야해

그리고 손님은 돈을 나에게 냈고,

난 이제 제발 저 사람 집에 가라.. 라고 빌고 있을 때 손님이 내가 서 있는 카운터 안으로 들어왔어


김여주
어어.. 손님.. 죄송하지만.. 여기는 들어오시면 안 돼는데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어

손님
아, 내가 여기 점장 친구인데, 급하게 쓸 일이 있다고 잔고좀 다 가져오래

저거는 순 거짓말이야

돈을 지켜야만 하는데.. 어떡해?

내가 본 것이 맞다면 주머니에 칼도 하나 있는데

심장이 소용돌이쳤어

비유법 그런게 아니라 진짜 심장이 튀어나올 것 처럼 울렸어

손님
거기, 학생인 것 같은데,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야

손님
진짜 여기 점장 친구라니까?

손님
점장 이름 김점장 맞잖아, 안그래?

재빨리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점장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어

아 시발, 미친..

내가 아는 욕이란 욕은 다 생각 났던 것 같아

손님
아이, 평생 속고만 살았나 왜그래

손님
진짜 나 점장 친구라니까?


김여주
ㅈ,점장님이.. ㅈ,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는데요..

말도 잘 나오지 않았지만 최대한 공손하게 말했어

다시 생각해보면, 나한테서 어떻게 이런 용기가 나왔나 싶었다니까

손님
아, 썅

손님
미친새끼야, 나 진짜 점장 친구라니까?

손님
빨리 돈 꺼내라고

손님, 아니 도둑의 말투가 확 바뀌었어

내 머릿속에서도 적신호가 울렸지

진짜 여기서 내가 더 어떤 말을 하면, 난 저 칼에 죽은 목숨이다, 생각을 했어


김여주
ㄴ,네...

할 수 없이 저 도둑놈한테 편의점 잔고를 다 가져가게 뒀어. 아니, 둘 수 밖에 없었어

내 눈으로 수많은 돈이 도둑의 손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을 봤어

아아.. 이제 어떡해?

저 도둑 그냥 갈 것 같지도 않은데.. 막 경찰에 신고하면 뭐 어떻게 할거다, 이럴 것 같아..

손님
으흠.. 친구야, 이거 경찰에 신고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지?

역시나 그랬어

난 순순히 항복할 수 밖에 없었지


김여주
ㄴ,네..

손님
아저씨 지금 칼도 있거든

손님
그래서 이거 받아갈 사람 오기 전까지 나랑 있을 건데,

손님
움직이면 죽인다

온 몸이 덜덜 떨렸어

나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손님
야, 그리고 여기 cctv 어딨냐?

사실대로 말할 수 밖에 없었어


김여주
저기하고, 저기.. 그리고 저기요..

손님
이거 처리하고 가게 문도 닫으면 되겠네

그렇게 도둑이 cctv쪽으로 향할 때 종소리가 울렸어

편의점 문에 달린 종 말이야

두 가지 생각이 났어

진짜 손님일수도 있고, 돈을 받으러 온 도둑일 수도 있고

제발 손님이어라.. 제발..


김태형
짜아, 단골손님 김태형 왔..


김태형
어 뭐야 저거

친구먹은 손님이 오셨어


김여주
오빠오빠.. 흡..

너무 반가운 나머지 '손님'대신 다른 말이 나와버렸지만, 일단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지금은

손님
뭐야 이새낀


김태형
저 알바생 남자친구 되는 사람인데요, 지금 뭐하시는겁니까

목소리를 쫙 깔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데, 저 손님이 거의 처음으로 멋있어보인거 있지

난 그냥 저 손님이 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마음이 놓여서 저 도둑에게 칼이 있단 사실도 잊고 주저리주저리 말했어


김여주
가,갑자기 와서는.. 돈 가져간다 그러고.. 흡.. 협박하고..


김태형
제가 물었잖아요, 뭐하시는거냐고요

손님
여기 점장 친구라 돈 잠깐 가져오라 그래서 가져가는중인데 니가 뭔 참견이야


김태형
그럼 당당하게 오셔야지 왜 칼을 들고 오셨나?

손님
칼 있는거 잘 아네

손님
너 이렇게 나대다가는 니네 둘 목숨, 나 보장 못한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칼을 꺼냈어

그리고는 그 칼을 들고 친구먹은 손님에게 점점 가까이 갔어

한 걸음씩 천천히..

손님
이 새끼부터 처리하고 저 뒤에 있는 여자 해야지

나 진짜 뭐라도 해야하는데.. 온 몸이 굳어버렸어

도둑은 손님의 눈을 응시하며 한걸음.. 한걸음..

손님에게 닿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112, 이게 떠올랐어

저 도둑은 손님에게만 신경이 쏠려있으니까.. 전화해도 모를거야

카운터에 놓여있는 핸드폰을 재빨리 잡아들고 112를 눌렀어

흘낏 손님쪽을 보니 아직 조금 거리가 있었어

전화하면.. 오기는 오겠지..

그런데 그 오는 시간동안 저 도둑이 손님을 찌를텐데..

일단 전화하고 칼을 뺏던지 하자..

여보세요?_


김여주
겨..경찰이죠?_


김여주
제..제발 도와주세요.._

숨죽여 말하느라 들릴지 안 들릴지 모르겠지만, 크게 말하면 들킬테니까 최대한 작게 말했어


김여주
칼을 들고.. 손님이 위험해요.._

다시 곁눈질로 손님쪽을 봤어


김여주
제발... 빨리.._

그런데 내 시선을 느낀걸까,

저 도둑이, 살인마가 날 봤어

살기가 맴도는 째진 눈이 내 눈과 마주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