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Episode 5 | A Tough First Meeting

당황한 듯 두 눈을 꿈뻑이는 그 여자. 난 그녀가 먼저 반응을 보일 때 까지 입을 다물고 그저 응시만 하고 있을 때, 말문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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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 쪽, 나 따라다녀요?.

뜬금없이 따라다니냐는 물음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난 등받이에 등을 슬쩍_ 기대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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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건 내가 할 말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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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 웨딩 드레스 샵 내 거고, 이 카페에도 난 불려온 처지라.

샵이 내 거란 소리에 눈이 한 번 커지더니, 카페에 불려온 처지라고 말하자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졌다. 내 맞은 편 자리에 풀썩_ 하고 앉더니 하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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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 쪽이 ‘제이 박’ 이에요?, 해외에서 이름 날리다가_ 최근에서야 국내에 이름을 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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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제이 박은 내가 맞는데. 국내에서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빨대를 물고 대답했다. 그럼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눈 앞에 제안서와 함께 계약서를 책상에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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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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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제안서와 계약서요. 보다시피 디자이너님께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맞췄어요.

문서로 정갈하게 타이핑된 문서. 난 제안서를 꼼꼼히 읽어내려갔다. 한 눈에봐도 좋은 조건. 난 제안서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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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정말 좋은 취지네요. 그런데 아무리 자선 사업이라고 해도, 어디서 수익을 낼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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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우선 재료비를 줄여서 흑자를 낼 생각입니다. 오래된 드레스나 훼손이 심하게되어, 복구를 할 수 없는 재료들을 일부 재사용할 예정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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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럼 퀄리티가 안 좋을텐데요. 설령 퀄리티가 좋더라고 하더라도, 생기는 수익은 얼마되지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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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러니까_ 자선 사업이죠.

허?, 이것 봐_ 한 마디를 안 지려고 드네. 샵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돌아가길래 아무말도 못하는 순진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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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하실거죠?, 미국에서도 봉사활동_ 많이 하셨던데.

꼭 할거란 확신에 가득 차 있는 눈빛. 저런 얼굴을 보면 괜히 더_ 짖궃게 놀리고 싶어 진다. 난 의자를 뒤로 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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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안 합니다.

벌떡,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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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니, 어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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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제안서에 마음에 안 드는 조항이 있어서요.

뒤돌아서 카페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다급한 손길이 내 팔을 붙잡고 늘어지며 전혀 예상치 못했단 얼굴로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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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것 좀 놓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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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요?, 적어도 말이라도 해줘야 고칠 거 아니에요.

손목을 빼내려고 안간 힘을 써보지만, 무슨 여자가 이렇게 힘이 쎈 건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왠지, 이상한 여자한테 제대로 걸린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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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 이것 좀 놓고, 이야기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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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절대 못 놔요. 내가 팔 안고있을 때, 지금 얘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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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언론에 내 얼굴이 들어나는 거 싫습니다. 유명 브랜드에서 자선 사업을 하게되면, 분명 화제가 될테고 나한테도 인터뷰가 들어오겠죠. 그게 싫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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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지금 그…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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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래요. 애초부터 계약 진행할 마음 따위는 없었습니다.

충격을 받은건지 힘이 빠진 사이에 난 잽싸게 붙잡혀 있는 손을 빼내고 다시 돌아서려는데, 금세 정신을 차린건지 이번엔 뒤에서 내 욕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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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와, 이제보니 디자이너가 아니라 또라이네?.

멈칫,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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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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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맞잖아요. 또라이. 남의 생각 따위는 조금도 생각 안 하는, 냉혈안.

어이가 없네. 내 인생을 살아보지도 않은 여자가… 난 뒤로 돌아 여자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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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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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왜요.

겁 먹기는 커녕, 오히려 눈을 지켜뜨며 올려다보는 여자. 난 어이가 없어서 깔끔하게 올린 머리를 쓸어넘기며 그 여자를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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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말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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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쪽 부터가 예의 안 차리길래, 나도 예의 안 차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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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애초에 계약을 하지 않을 생각이였다면, 미팅에 나오지 말았어야지. 사람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뭐야.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난 ‘그쪽은 나한테,그런 말 하면 안되지 않나?.’ 라고 말하니 여자 쪽은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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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니, 내가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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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쪽 내 덕에 바람핀 놈이랑 결혼 안 한거잖습니까. 은인한테 이런 말 해도 돼요?.

결혼?, 이라며 그 단어를 곱씹어보니 ‘아 참, 그랬지_’ 라며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길래, 그래도 멍청하진 않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덥석,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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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지금 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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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쪽이 그때 말만 안 했어도, 이렇게 사람이 비참하지는 않지.

내 멱살을 붙잡고는 다 내 탓이라고 말하는 그 여자. 아니, 엄연히 내가 구해준건데. 이 상황이 이해가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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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못 들었어요?, 그쪽 내 덕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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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래. 당신 덕에 불륜녀 먹칠은 피했어. 근데, 샵에서 발견한 내 심정이 어땠는지 알아?. 당신이 그거 생각해 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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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내 남자친구의 바람 사실을 들었을 때의 그 기분. 당신이 아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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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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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대체... 그때 왜 알려준거에요?.

이유라, 이유따위 없었다. 내가 누굴 배려하면서 말을 내 뱉은건 어릴 때 딱 한 번 뿐. 억울하다는 듯 화를 내는 여자의 손에서 내 손을 빼놓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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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냥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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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냥 그 남자가 내가 만든 옷을 입는 꼴을, 보기싫어요. 그냥 그랬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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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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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러니까, 당신도 잊어요. 그 남자도, 그 날 일도.

날 두고 가버린 그 남자.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오나 싶었는데. 그 남자가 두고 간 아메리카노를 삼키며 울분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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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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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보자고. 내가 바퀴벌레처럼 질기게 붙어있을 거야!!.

멱살을 잡힌 덕에 구겨져버린 셔츠. 난 지나가다가 가게 창문이 보이자 멈추고, 비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와이셔츠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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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맞잖아 또라이. 남의 생각 따위는 조금도 생각 안 하는, 냉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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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도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었던 건 아닌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얘기하니, 기분이 찜찜해진 느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