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ontré una montaña por casualidad.

Episodio 1

1화. 최악의 첫만남

 

아림은 원래 시끄러운 곳을 별로 안 좋아했다.

사람 많은 카페도, 줄 서야 들어가는 맛집도, 사진 찍으러 가는 핫플도 전부 취향이 아니었다.

조용하고, 너무 밝지 않고, 혼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 그런 데가 좋았다.

 

그래서 학교 끝나고 가끔 들르는 골목 끝 칵테일바도 마음에 들었다.

최근에 새로 생긴 곳이었는데, 바를 연 사장과는 예전에 잠깐 알던 사이였다. 엄청 친한 건 아니어도, 지나가다 보면 반갑게 인사할 정도는 됐다. 덕분에 혼자 가도 편했다.

그날도 별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왔네?”

 

바 안쪽에서 사장 오빠가 먼저 손을 들었다.

 

“응. 사람 별로 없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잖아. 아직은 아는 사람들만 와.”

 

아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 안을 둘러봤다.

조명은 어둡고, 음악은 작고, 바 테이블 끝에 손님 하나만 조용히 앉아 있었다.

모자에, 마스크에, 검은 집업까지.

딱 봐도 수상했다.

아림은 바 의자에 앉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뭐야, 연예인병인가.”

“응?”

“아니야, 아무것도.”

 

사장 오빠가 웃으면서 메뉴판을 밀어줬다.

 

“오늘은 뭐 마실래?”

“오빠가 전에 추천한 걸로.”

“좀 셀 텐데.”

“오늘 기분이 좀 그래.”

“학생이 벌써 인생이 쓰냐.”

“원래 내 인생은 좀 써.”

 

사장오빠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잔을 꺼냈다.

아림은 핸드폰을 바 위에 내려놓고 팔꿈치를 괴었다. 그러다 무심코 바 끝쪽을 한 번 더 봤다.

혼자 앉아 있는 남자는 실루엣만 해도 훤칠해보였다.

모자 챙 아래로 보이는 눈매랑 턱선이 일반인이라기엔... 뭐랄까.

아이돌 깔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그 남자가 고개를 홱 돌렸다.

정말 티 나게.

 

마치 쳐다보지 말라는 것처럼.

 

아림은 어이없어서 눈썹을 찌푸렸다.

뭐야. 진짜 연예인 병이야? 아니면 뭐 진짜 연예인인가보네.

아림도 곧 시선을 거두었다.

 

“여기.”

 

사장 오빠가 잔을 내려놓았다. 붉은빛 도는 칵테일이었다.

 

아림은 제 앞에 내밀어진 잔을 들었다. 첫 모금은 생각보다 달았고, 끝은 조금 썼다. 나쁘지 않았다.

 

“괜찮네.”

“그치? 내가 너 좋아할 맛으로 만들었다니까.”

“나 아직 두 모금밖에 안 마셨어.”

“표정 보면 알아.”

 

 

아림은 피식 웃었다.

그냥 그렇게, 조용히 시간 때우다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 끝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도 빠르게 끝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밖으로 나갔다. 도중에 날 한 번 째려봤던가.

아림은 그 뒷모습을 보다가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떠올랐다.

보이넥스트도어 태산.

아림은 잠깐 멈칫했다.

설마 싶었지만, 방금 그 눈매는 너무 비슷했다. 아니, 거의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뭐, 맞든 아니든.

자기랑 상관없는 일이었다.

아림은 잔을 끝까지 비우고, 사장 오빠와 학교 얘기를 조금 더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게.”

“벌써?”

“내일 아침 수업이야.”

“또 와.”

“맛 괜찮으면.”

“다 마셨으면서 아닌 척하네.”

 

아림은 웃으면서 가방을 챙겼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밤공기가 서늘했다. 골목은 조용했고, 멀리 큰길 쪽에서 차 소리만 들렸다.

아림은 버스 시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그 순간.

휙.

손에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사라졌다.

 

“뭐야?!”

 

놀라서 고개를 들자, 눈앞에 아까 그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모자, 검은 마스크, 집업까지.

아까 바에 있던 그 남자였다.

그는 아림 핸드폰을 든 채 화면을 빠르게 훑어보고 있었다.

아림은 어이없어서 바로 다가갔다.

 

“지금 뭐 하세요?”

 

 

남자는 대답 대신 주변부터 살폈다.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그제야 낮고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나 이 시간에 나온 거 들키면 안 되는데.”

 

아림은 기가 막혀 헛웃음을 쳤다.

 

“아 알겠다니까요, 어디 가서 말 안 해요.”

 

그 말에 남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렇게 말하고 늘 목격담이 올라와서.”

 

아림은 그대로 얼탱이가 나갔다.

 

“전 그쪽 사생팬 아니거든요?! 말 안 해요!”

 

순간 공기가 조용해졌다.

남자는 아림을 빤히 쳐다봤다. 가까이서 보니 더 확실했다.

 

진짜 태산이었다.

보이넥스트도어 태산.

아림은 아이돌에 엄청 관심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 얼굴 정도는 안다. 친구들이 보내준 영상에서 본 적도 있었고, 광고판에서도 많이 봤으니까.

 

근데 화면 속 태산이랑 지금 눈앞의 태산은 전혀 달랐다.

화면 속에선 장난기 많아 보였는데, 지금은 예민하고 피곤해 보였다. 사람을 전혀 못 믿는 얼굴이었다.

아림은 손을 내밀었다.

 

“제 핸드폰 주세요.”

 

태산은 선뜻 돌려주지 않았다.

 

“사진 찍은 거 아니에요?”

“아니라고 했잖아요.”

“아까 계속 봤잖아요.”

“닮았다고 생각했죠. 근데 그걸 왜 남의 핸드폰부터 뺏어서 확인해요?”

 

태산은 잠깐 말이 없었다.

아림은 그 짧은 침묵마저 짜증났다.

진짜 별꼴이네.

 

“빨리 주세요.”

 

그제야 태산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아림은 거의 낚아채듯 받아들었다.

 

“됐죠?”

 

태산은 마스크 너머로 한숨을 삼키듯 숨을 내쉬었다.

 

“진짜 말 안 할 거예요?”

“네.”

“온라인에도.”

“네.”

“아무한테도?”

“네.”

 

아림은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덧붙였다.

 

“관심도 없거든요.”

 

그 말에 태산 눈빛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기분 나빠한 건지, 오히려 안심한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아림은 그게 더 짜증나 괜히 한 번 돌아서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남의 핸드폰 함부로 뺏는 거, 진짜 별로예요.”

 

아림은 그대로 돌아섰다. 뒤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이상 엮이면 진짜 피곤해질 것 같았다. 아니, 연예인이든 뭐든 일단 사람 첫인상이 너무 별로였다.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 쪽으로 걸어가면서도 괜히 심장이 빨리 뛰었다. 짜증 나서인지, 황당해서인지, 아니면 진짜 아이돌을 눈앞에서 봐서 그런 건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한숨이 나왔다.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다시 확인한 뒤, 가방에 넣었다.

 

진짜 어이없네.

보이넥스트도어 태산.

유명한 아이돌.

그리고 성격은 최악.

 

아림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정말 재수 없는 첫 만남이었다.

 

그런데 사흘 뒤,

아림이 다시 그 칵테일바 문을 열었을 때—

 

바 끝자리에서 익숙한 검은 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스크 너머의 눈이, 분명 이렇게 묻고 있었다.

 

…너, 왜 또 왔어?

 

아림도 속으로 똑같이 생각했다.

 

그건 내가 할 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