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기 시작한 지 일주일.
나는 아직도 원빈과 사귄다는 게 조금 어색했다.
특히 학교에서는 더 그랬다.
둘만 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도 잡고, 원빈이 보고 싶다고 하면 웃으면서 받아줄 수 있었는데 학교에서 마주치면 괜히 주변부터 살피게 됐다.
결국 어느 날, 수업이 끝난 뒤 원빈에게 말했다.
"빈아."
"네."
"우리 비밀로 만나는 거 어때?"
원빈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왜요?"
"우리 과잖아."
"그게 왜요?"
"괜히 소문나는 것도 싫고... 너 워낙 유명하니까."
원빈은 잠시 말이 없었다.
"누나가 싫으면 손 안잡을게요."
"싫은 건 아니야."
"그럼요?"
"그냥 아직 좀 부끄러워서."
그제야 원빈이 작게 웃었다.
"알겠어요."
"진짜 괜찮아?"
"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어쩐지 조금 시무룩해 보였다.
나는 그게 마음에 걸렸지만,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
그런데 생각보다 심각했다.
다음 날 학교에서 원빈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누나, 오늘 수업 끝나고—"
"어? 나 친구랑 약속 있어."
내가 급하게 말을 끊자 원빈이 입을 다물었다.
"아."
"미안."
"괜찮아요."
그런데 원빈은 정말 괜찮은 얼굴이 아니었다.
나는 괜히 신경 쓰였지만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더 말을 걸 수도 없었다.
*
그날 저녁.
누나 뭐 해요?
집이지~
저는 과제하고 있어요.
힘들겠다 화이팅!
네.
대화가 평소보다 빨리 끝났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한참 고민하다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나 때문에 기분 안 좋아?
한참 뒤에 답장이 왔다.
아니요.
거짓말.
잠시 후.
조금요.
나는 결국 웃음이 났다.
뭐가 그렇게 서운한데?
잠깐 뒤 원빈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전화했어?"
"말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래서?"
"저 조금 서운해요."
목소리가 평소보다 작았다.
"누나는 저랑 사귀는 거 맞는데 학교에서는 자꾸 모르는 사람처럼 하잖아요."
"그건..."
"알아요. 누나가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닌 거."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근데 저는 좋아서 사귀는 건데."
그 말에 괜히 마음이 찔렸다.
"미안해."
"괜찮아요."
"아니. 진짜 미안."
"그럼..."
원빈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학교 밖에서는 조금만 더 남자친구처럼 해줘요."
"예를 들면?"
"손 잡는 거."
"그건 하고 있잖아."
"더 오래."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너 진짜 귀엽다."

"안 귀여워요."
"귀여운데."
"저 남자친구인데."
"알았어.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럼 내일 만나요."
"왜?"
"보고 싶어서."
*
다음 날 수업이 끝난 뒤 우리는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에서 만났다.
사람이 별로 없는 창가 자리에 앉자 원빈은 기다렸다는 듯 내 손부터 잡았다.
"이제 됐어?"
"네."
"진짜?"
"네."
그런데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원빈은 계속 웃었다.
"왜 웃어?"
"좋아서."
"뭐가."
"누나 손 잡고 있어서."
나는 괜히 민망해져서 시선을 돌렸다.
원빈이 내 손등을 엄지로 살짝 쓸었다.
"누나."
"응?"
"우리 사귀는 거 맞죠?"
"또 물어봐?"
"좋아서 확인하는 거예요."
"맞아."
"그럼 됐어요."
*
그렇게 한참을 카페에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집에 데려다주는 길에도 원빈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현관 앞에 도착해서야 내가 먼저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자 원빈이 손끝을 살짝 잡았다.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돼요?"
나는 원빈을 바라봤다.
"왜?"
"오늘은 헤어지기 싫어서."
처음 만났을 때라면 상상도 못 했을 말이었다.
나는 결국 웃으면서 다시 원빈 손을 잡았다.
"그럼 조금만 더."
원빈도 웃었다.
비밀연애가 생각보다 나쁘지만은 않았다.
적어도 이렇게 둘만 있을 때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서로 좋아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아직 몰랐다.
이 비밀이 생각보다 오래 가지 못할 거라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