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삔사연애] 귀공자

16화. 비밀연애

사귀기 시작한 지 일주일.

나는 아직도 원빈과 사귄다는 게 조금 어색했다.

특히 학교에서는 더 그랬다.

둘만 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도 잡고, 원빈이 보고 싶다고 하면 웃으면서 받아줄 수 있었는데 학교에서 마주치면 괜히 주변부터 살피게 됐다.

 

결국 어느 날, 수업이 끝난 뒤 원빈에게 말했다.

 

"빈아."

"네."

"우리 비밀로 만나는 거 어때?"

 

원빈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왜요?"

"우리 과잖아."

"그게 왜요?"

"괜히 소문나는 것도 싫고... 너 워낙 유명하니까."

 

원빈은 잠시 말이 없었다.

"누나가 싫으면 손 안잡을게요."

"싫은 건 아니야."

"그럼요?"

"그냥 아직 좀 부끄러워서."

 

그제야 원빈이 작게 웃었다.

 

"알겠어요."

"진짜 괜찮아?"

"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어쩐지 조금 시무룩해 보였다.

나는 그게 마음에 걸렸지만,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

 

 

그런데 생각보다 심각했다.

다음 날 학교에서 원빈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누나, 오늘 수업 끝나고—"

"어? 나 친구랑 약속 있어."

 

내가 급하게 말을 끊자 원빈이 입을 다물었다.

 

"아."

"미안."

"괜찮아요."

 

그런데 원빈은 정말 괜찮은 얼굴이 아니었다.

나는 괜히 신경 쓰였지만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더 말을 걸 수도 없었다.

 

 

*

 

 

그날 저녁.

 

누나 뭐 해요?

 

집이지~

 

저는 과제하고 있어요.

 

힘들겠다 화이팅!

 

네.

 

대화가 평소보다 빨리 끝났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한참 고민하다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나 때문에 기분 안 좋아?

 

한참 뒤에 답장이 왔다.

 

아니요.

 

거짓말.

 

잠시 후.

 

조금요.

 

나는 결국 웃음이 났다.

 

뭐가 그렇게 서운한데?

 

잠깐 뒤 원빈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전화했어?"

"말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래서?"

"저 조금 서운해요."

 

목소리가 평소보다 작았다.

"누나는 저랑 사귀는 거 맞는데 학교에서는 자꾸 모르는 사람처럼 하잖아요."

"그건..."

"알아요. 누나가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닌 거."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근데 저는 좋아서 사귀는 건데."

 

그 말에 괜히 마음이 찔렸다.

 

"미안해."

"괜찮아요."

"아니. 진짜 미안."

"그럼..."

 

원빈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학교 밖에서는 조금만 더 남자친구처럼 해줘요."

"예를 들면?"

"손 잡는 거."

"그건 하고 있잖아."

"더 오래."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너 진짜 귀엽다."

스토리 핀 이미지

"안 귀여워요."

"귀여운데."

"저 남자친구인데."

"알았어.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럼 내일 만나요."

"왜?"

"보고 싶어서."

 

 

*

 

 

다음 날 수업이 끝난 뒤 우리는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에서 만났다.

사람이 별로 없는 창가 자리에 앉자 원빈은 기다렸다는 듯 내 손부터 잡았다.

 

"이제 됐어?"

"네."

"진짜?"

"네."

 

그런데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원빈은 계속 웃었다.

 

"왜 웃어?"

"좋아서."

"뭐가."

"누나 손 잡고 있어서."

 

나는 괜히 민망해져서 시선을 돌렸다.

원빈이 내 손등을 엄지로 살짝 쓸었다.

 

"누나."

"응?"

"우리 사귀는 거 맞죠?"

"또 물어봐?"

"좋아서 확인하는 거예요."

"맞아."

"그럼 됐어요."

 

 

*

 

 

그렇게 한참을 카페에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집에 데려다주는 길에도 원빈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현관 앞에 도착해서야 내가 먼저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자 원빈이 손끝을 살짝 잡았다.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돼요?"

 

나는 원빈을 바라봤다.

 

"왜?"

"오늘은 헤어지기 싫어서."

 

처음 만났을 때라면 상상도 못 했을 말이었다.

나는 결국 웃으면서 다시 원빈 손을 잡았다.

 

"그럼 조금만 더."

 

원빈도 웃었다.

비밀연애가 생각보다 나쁘지만은 않았다.

적어도 이렇게 둘만 있을 때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서로 좋아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아직 몰랐다.

이 비밀이 생각보다 오래 가지 못할 거라는 걸.

沅彬粉絲常讀作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