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냥 너랑 같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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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월 2일
여기는 2020년 현재, 모든게 억압과 끔찍한 통치세상에서 벗어날것만 같았던 그날의 2020년도. 그건 온전히 머릿속에서만 조심히 꺼내볼 망상일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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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년전이였던 겨울날의 어느날, 한 결혼식장에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그 환호성은 슬픔의 환호성이 아닌 기쁨만이 온전히 섞여져 있는 환호성이였다. 그렇게 기쁨의 환호성이 울려퍼지는 서울 중심가의 한 결혼식장에서 이제 막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신혼부부를 우린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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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린지 벌써 2년째, 아파트 창문을 통해 바깥공기를 마시면 더는 신선한 공기가 아닌 화약, 위조되어 있는 불에 탄 냄새가 온 콧속을 헤집고 다녔다. 환기를 목표로 오랜만에 창문을 열었던 그녀는 급표정이 어두워진다.
" 그러게 내가 창문 열어보지 말라니까. "

" 답답한걸 어떡해. 근데ᆢ 실망했어. "
" 말 좀 들어라. "
잔뜩 표정이 어두워진 그녀를 그대로 붙잡아 자신의 품에 가두던 그는 아무래도 아까전보다 표정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평소엔 바깥꼴이 이 모양인데도 그 만이 흐릿한 미소를 유지하며 그녀를 안심시켜주었지만 오늘은 그 흐릿한 미소마저 없어져버렸다. 오직 슬픔이 온 감정운 지배한듯이 깊게 슬픔에 잠겨있던 그는 아내를 자신의 품에 넣고 아주 오랫동안 쓰다듬었다. 마치 이제 곧 오랜 이별을 앞둘거라는 것을 통보하는 사람처럼.
- 2020년 1월 5일
어제 저녁, 늦은 밤에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아내가 깨지않게 조심해서 나가려던 그가 결국엔 그녀를 깨웠다. 그는 밖에서 문을 쾅쾅 두드리는대도 아무 경계도 없이 거실로 나가 문을 벌컥 열어주었다. 그러자 시야에 보이는 사람들은 검은색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였다. 남편과 그 군인들은 아주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누더니 곧 그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다시 침실로 들어온 그는 잠결에 깨자마자 군인들을 보고 벌벌 떨고있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천천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그는 아주 오랜시간 군인들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말하지 못하자 기다리다 지친 그녀가 먼저 조심스레 그에게 상황설명을 부탁했다.
" ᆢ 군인들, 왜 온거래? "
그녀의 조심스런 물음에도 아무 대답이 없던 그는 잠시후 뭔가의 감정에 억눌리는지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급히 멈추곤 얼굴을 가리기 시작했다. 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그녀는 똑똑히 봤다. 그가 자기 감정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해 흐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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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좀 진정이 됐을까, 무슨일이야? "
" ᆢ아까 그 군인들. 나 데려갈려고 모인거야. "

" 그게 무슨 소리야. "
" 사실 이때까지 버텼으면 순순히 따라가야 맞는건데, 네가 자꾸 걸려서 시간을 조금 더 달라 그랬어. "
" ᆢ무슨 소리야. "
" 나 아침이면 여길 떠나야 해. "
" 다짜고짜 그게 무슨 말인데ᆢ! "
" 나 전남지역의 군인으로 발령났다고. "
순간 미세한 공기가 둘을 쓸고가며 작은 전등으로 불을 밝힌 안방이란 곳에서 싸늘함만 맴돌기 시작했다. 전남지역의 군인이라니. 그곳은 한국의 많은 전쟁터 중에서 제일 사납고 잔인하기로 악명 깊은 곳이였다. 아무리 한국이 땅이 작다해도 그렇지, 아무리 정신이 없다해도 그렇지. 처음 전쟁이란 것에 참여해보는 신입 군병에게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러 가는것과 똑같았다. 매일 다른 지역의 전쟁터보다 사상자와 사망자가 족족히 발생하던 그런 끔찍한 곳을, 하필이면 그런 곳에 자신의 남편이 발령을 받았다는 것이 그녀를 더 큰 충격에 빠뜨렸다.
" 왜ᆢ 왜ᆢ 하필이면 그 끔찍한 곳을ᆢ!! "
" 원래 전쟁터가 끔찍한 곳인건 너도 알잖아. "
" 거긴 아예 차원이 다르다고, 그곳은ᆢ 살아남을거라는 확신의 보장이 없잖아ᆢ. "
" 왜 없어, 있어. "
그녀는 당장이라도 그의 품을 벗어나 그에게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었다. 그냥 안 가면 안되냐고. 우리끼리 도망가는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였다. 그녀가 그의 품을 더 빠져나오려면 할수록 그는 힘을 줘 그녀를 더 꽉 껴안았다. 한참뒤, 그의 품을 빠져나올려 안간힘을 쓰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어주는 그의 눈에도 눈물이 톡톡,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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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결국 모든게 다 진정이 된 후에도 결코 잠을 이루지 못하던 둘의 마음을 아는지도 모르는체 어두컴컴하던 하늘은 어느새 해가 떠 주변을 밝게 비추었다. 침대 한구석에서 이불 속에 몸을 잔뜩 웅크린체 등을 돌리고 있던 그녀는 벌써 침대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려는 그를 붙잡았다.
" ᆢ안 가면 안되는거야? "
한때는 그가 밖에 나갈 준비를 하던게 일상이여서 별로 신경을 안 쓰던 그녀였지만 오늘은 많이 달랐다. 절대로 그녀는 그를 이 집밖을 나서지 못하게 막아야 했다. 그녀가 침대에서 후다닥 일어나 외투를 입으려는 그에게로 달려가 애절하게 매달렸다. 하지만 그녀의 처참한 애절 섞인 슬픈 목소리에도 결코 뒤돌아 보지 않던 그는 그렇게 자신에게 매달려 우는 그녀를 두고 죽음과 피로 둘러싼 전쟁터로 가는 차에 올라탔다. 마지막 이 말만 남긴채.
" 전쟁이 무사히 끝나는 날, 꽃 한송이를 꺾어다 너에게 줄게. "
" 난 절대 죽지않아. 반드시 네 곁으로 다시 돌아올거야. 널 평생 지켜줄거야, 걱정마. "

- 2020년 1월 12일
그가 전쟁터의 소굴로 들어간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그가 전쟁터로 떠난지 딱 일주일 되던 날, 그와 약속까지 꼭꽉 하며 다짐했던 쪽지가 그녀에게 전달되었다. 그곳은 2020 년도 인데도 전쟁중이라 도저히 연락이 닫지 않을걸 대비해 그가 미리 알아둔 그 만의 방법이였다.
첫번째 쪽지, 분명히 하얀 쪽지에 적힌 문장이겠지만 갈색으로 색이 누렇게 변해버린걸 보면 딱 봐도 전쟁터 현장이 얼마나 고단한지 잘 알수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그가 적어둔 쪽지를 열어 내용을 확인했고 잠시후 그녀는 참아왔던 눈물을 다시 터뜨리고 말았다.

' 93110 , 1314 9242 . '
숫자에 담긴 의미는 " 너무 보고싶어, 한 평생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 라는 문장이 담긴 글자였다.
" 나도 너무 보고싶어. 빨리 내 곁에 돌아와줘ᆢ. "
하루하루가 목숨이 귀한 1분 1초가, 방심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전쟁터에서 자신을 고향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에게 잠시 멈춰서 긴 장문의 편지를 보내는건 목숨이 위험할수도 있는 행동이였기에 장문의 긴 편지를 보내는 대신 짧은 숫자로 자신의 심정을 그는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 2020년 1월 18일
그렇게 그의 쪽지를 받은 그녀는 일주일마다 차근차근 자신에게 비록 짧지만 안심을 시켜주던 쪽지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 쪽지만을 기다리던 도중, 그녀에게도 마치 한줄기의 빛같았던 소식을 의사에게서 듣게 되었다. 자신이 자신의 남펀과 한 피를 가진 소중한 생명을 몸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이 꿈만 같은 사실을 그에게 꼭 전해주어야만 할것 같았던 그녀는 서랍에서 아껴두었던 종이와 펜을 꺼내 전쟁터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을 남편을 고려해 긴 글과 설명 대신 초음파 사진을 편지지에 같이 집어넣었다.
" 언제 오려나ᆢ. "

편지를 품에 꼭 안고 현관문 앞에서 남편이 보낸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쯤인가, 검은 점퍼를 입은 남자가 색깔이 누렇게 변하긴 했지만 분명히 쪽지의 형태를 지닌 종이를 내밀고는 꾸벅 인사를 했다. 그렇게 떠나려던 남자를 그녀가 다시 붙잡아 세우며 손에다가 품에 고이 넣어두었던 편지를 쥐어주었고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아파트를 떠났고 그녀는 멀어져만 가던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남자를 배웅한뒤, 서둘러 현관문을 닫은 그녀는 급하지만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 종종걸음으로 쇼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서둘러 색이 조금 바랜 쪽지를 펼쳐보며 이전보다 표정이 밝아진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나도 당신을 제일 사랑한다고 맹세해, 사랑해ᆢ. "
- 2020년 1월 25일
기다리던 일주일이 서서히 지나갔지만 그녀에게 쪽지를 전해주는 한줄기의 빛같던 그 남자는 2주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슬슬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한 그녀는 좀처럼 약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입덧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였다. 스트레스는 산모와 아이에게 결코 좋지 못한 것이지만 그나마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었던 남편의 쪽지마저 2주째 툭 끊겨버리니 그녀가 지금 현재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꽤 많았다.
그렇게 오늘도 혹시나 남편의 쪽지를 들고 온 남자가 보이지 않을까 스스로를 위로하며 현관문만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던 어느날이였다.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을 열자마자 그녀가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남편의 쪽지를 들고 사과를 하는게 아닌가.
" 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 그 분께서 부인이 전해주신 편지를 뜯어보시자 마자 어두웠던 얼굴이 많이 밝아지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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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마친 남자는 서둘러 집의 현관문을 닫고 떠났고 그녀는 반가움의 뒷인사도 뒤로 넘긴채 사라지는 남자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쇼파에 앉아 그토록 기다렸던 쪽지부터 펼쳐보았다. ' 574839. ' " 나 사실은 가기싫어. " 이 숫자에 담겨있는 뜻은 지금 전쟁터에 있는 남편에게 최악의 말일거라는 느낌을 받은 그녀는 기쁨과 동시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 2020년 1월 26일
남편의 쪽지에서 ' 574839. ' 라는 내용을 받고 난 하루뒤, 하루종일 쪽지를 읽고 난 후부터 불안감이 연속으로 맴도는지 잠시도 가만있질 못하던 그녀의 폰이 정신없이 다섯번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간에 그녀의 폰이 울릴 확률은 거의 없다는 확신하고 이상함을 감지한 그녀가 폰을 켜 자신에게 연락을 보낸 사람의 이름을 확인했다.

대체 그는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기에 가뜩이나 불안에 빠진 그녀에게 이런식의 문자를 보냈을까. 결국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그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을 그 시간, 집 현관문의 문이 똑똑 울렸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여느때와 같이 남편의 쪽지를 전해주러 온 남자와 함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함께 서있었다.
" 유감스럽게도 부인의 남편분은 조금 전, 적군의 총에 맞아 전사하셨습니다ᆢ. "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며 평생 같이 살것을 고이 약속했던 것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리는 그녀를 한 남자가 서둘러 붙잡았다. 그녀 자신만은 더는 무너지면 안된다고 신신당부까지 하던 남자 둘은 그녀의 손에 그가 살아있을 적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썼던 쪽지와 구겨진 초음파 사진을 전해주었다. 세상 모든것을 잃은듯이 눈에 초점이 없던 그녀는 힘없이 자신의 남편이 마지막으로 건넨 쪽지를 조심히 펼쳤다.
'8013.'
너와 평생을 함께 할거라는 뜻의 말이 적혀져 있던 종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톡톡 흘러나와 바랜것 없이 하얀 쪽지를 회색으로 적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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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차마 담지 못했던 이야기 ]
- 펑!!!

오늘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큰 폭격음이 날 깨우며 며칠 묵어두었던 졸음에서 깨어났다. 전쟁터는 이미 충분히 황폐해질때로 황폐해진 상태, 평생 끝나지 않을것 같았던 이 무시무시한 전쟁도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폭팔음과 총소리에 난 이미 익숙한듯 아내에게 내 소식을 알리기 위해 쪽지를 쓰러 몸을 숨겼고 주머니에서 고이 품어두었던 작은 종이와 펜을 꺼내 숫자를 꾹꾹 눌러적기 시작했다.
' 574839. '
주변 눈치를 살피며 꾹꾹 적어넣은 숫자, 이 쪽지도 곧 아내에게 전해질거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총을 들고 전쟁터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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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부상을 당했다. 갑자기 터진 폭탄에 멀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온 몸으로 폭탄을 막아냈다. 그로 인해 발에 큰 화상을 입은 난 점점 마비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피할 도리가 없었다. 난 급하대로 바위에 몸을 기대 주머니에서 숨겨두었던 폰을 꺼냈다. 그리고 아내에게 내 생애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아내에게 나없이도 우리의 아이를 잘 키워주고 건강하라는 나의 심정을 담아 문자 전송 버튼을 힘겹게 눌렀다.
" 커억ᆢ! "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와 복부에 깊게 박혔다. 총알이 내 복부에 박히자마자 하염없이 내 군복을 피로 물들이던 그때, 난 마지막이라도 나에게 남아있는 소중한 것을 눈에 담고 싶어졌다. 멈춰져가는 손을 겨우 움직여 주머니에서 나와 나의 아내의 아기가 찍혀져 있는 초음파 사진을 손에 꼭 쥐었다. 그리고 이내 난 이 지독한 전쟁터 속에서 사랑하는 아내와의 약속을 더는 지키지 못한체 눈을 쓸쓸히 감았다.
마지막까지 난, 전쟁터에 가기 전 아내와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눈물만 훔칠뿐이였다.
ㄴ 이 글은 𝐖𝐎𝐑𝐓𝐇 𝐈𝐓 𝐂𝐎𝐌𝐏𝐀𝐍𝐘 크미로 작성됨을 알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