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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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곁에는 한 명씩 그들을 수호하는 신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무슨 말이냐며 웃어넘길게 뻔했지만 적어도 난 ' 수호신 ' 이라는 존재를 믿는다.
내가 수호신이란 존재를 믿기 시작한 계기는 몇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적 부모님은 침대에 누워 움직이는 모빌을 신기한듯 쳐다보는 나에게 가만히 속삭이곤 하셨다. 모든 사람에게는 그들을 수호하는 신이 존재한다고. 물론 동심에 젖어 어렸던 난 이 말을 개소리가 아닌 진심이 담긴 소리로 굳게 알아들었고 세월은 그렇게 흘러 난 평범한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고등학교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날, 엄마는 나에게.
" 우리의 옆에는 수호신이라는 존재가 항상 같이 공존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 "
" 이번 기회에는 꼭 그런 사람을 찾도록 해, 우리 딸. "

이라고 귀뜸해주셨다. 그 말을 시작으로 몇개월이 흐른 시점, 난 지속적으로 수호신이라는 존재를 알아내려 한다.
엄마는 분명히 나한테 수호신이라는 존재는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을 거라고 말씀 하셨다. 하지만 그런 엄마의 말에 반역이라도 하려는듯 내 주변에는 정말로 그럴 사람이 한 명도 떠오르지 않았다. 난 친구를 오래 보고 깊게 사귀는 편이라 주변에 친구가 별로 없다.그나마 곁에 있는 몇몇 친구들은 온전히 날 골탕 먹이려는 생각 밖에 안 하는 친구들이라 정말 마음 같아서는 절대로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평화롭게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실수가 아니었을 수도 있었겠지.
오랜만의 야외 체육수업으로 아이들이 모두 들떠 운동장으로 나가던 날이었다. 그날은 선생님의 감시도 없어 아이들이 보다 더 자유롭게 피구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피구가 시작되고 어떤 등치 큰 한 남자애에게 공이 넘겨지면서 날라가는 공의 목적지는 오직 한 아이 만을 향했다. 몇몇의 아이들이 덩치 큰 남자애와 함께 한 아이 만을 공격하고 있었고 그 광경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반 아이들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쉴 새없이 자신에게 날라오는 공을 아무 방어없이 맞아가는 아이의 다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고 점점 눈의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기적처럼 그 애에게 날라오던 공이 내 신발 앞에 멈춰섰고 나는 그 공을 잡아 두 팔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 애를 응시했다.
" 어이 거기, 손에 들려있는 공 좀 던져줘. "
난 그 순간 벌벌 떨고 있는 내 반대편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다가 덩치 큰 남자애에게 들고있던 공을 있는 힘껏 던졌고 공은 내 품에서 벗어나 정확히 그 남자애의 명치를 과격했다. 그래, 아마도 그때부터가 시작이었겠지. 반에서의 따돌림 타깃이 그 애가 아닌 나로 바뀌게 된 것이.
아직 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고 지금도 꾸준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어른들은 모른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나마
믿었던 학교마저 날 가볍게 배신해버리자 더는 이 학교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난 생각했다.
12시 2분, 여는 때처럼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물벼락을 맞았다. 그것도 대걸래를 빨았던 물로. 뭐 이런 것도 이젠 아무렇지 않았다. 물을 맞은 그 자세로 변기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물벼락을 맞은 내모습을 보고 깔깔 비웃던 애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머리를 헹구면 끝ᆢ나는 일이었으니까.
머리를 대충 헹구고 미리 준비해두는 여분의 옷으로 갈아입은뒤 보건실로 도망치듯이 이동했다. 머리가 다 마를 때까지만 누워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제발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세상이 끝나있기를 바라면서.
- 촤악.
아침 조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각, 내 머리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며 이내 힘없이 떨궈진다. 그로 인해 들고 있던 빵 봉지가 후두둑 소리를 내며 같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ㄱ년이 사람이 하는 말을 똑바로 안 듣고 지랄이야. "
고작 빵셔틀로 아이들이 원하는 빵을 하나 다르게 사온 것이 이유가 되어 폭행으로 이어졌다. 지들은 빵셔틀을 해주면서 내야될 돈도 안 줬으면서. 오직 마음 속으로만 이런 말들을 내뱉으며 연속접으로 뺨을 맞았다. 고개가 쉴 새없이 돌아가고 입술이 터지며 오른쪽 볼이 검불게 피멍이 들었지만 감히 그만하라고 외칠 순 없었다. 그래 내가 감히, 그럴 수 있겠냐고ᆢ.
- 탁.
눈 만을 질끈 감으며 눈물을 참고 있던 그때, 어느 순간부터 때리는 애의 손길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고통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고.
" 뭐하는 거야? "
" 뭐야, 이 새끼는. "
"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

" 하ᆢ 골 때리네. "
" 곧 있으면 선생님 오실텐데 너희들이 이러고 있던걸 보신다면 과연 뭐라고 반응하실까 궁금하네. "
"....... "
" 이리와 가자, 지유야. "
난생 얼굴을 본 적 없는 남자애가 날 향해 손을 내밀었다. 더는 이 구석탱이에서 수치심을 느끼며 뺨을 맞고 싶지 않았고 욕설을 듣고 싶지도 않았다. 난 엎어져 있는 나에게 손을 내미는 그 처음 보는 남자애의 손을 덮석 잡았고 곧 끔찍했던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날 교실에서 끌고 나온 이름도 모르는 남자애와 정말 한참을 걸었다. 걸으면서 수시로 나오는 눈물이 더는 흘러내리디 않을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 괜찮아? "
"....... "
" 미안해. "
" ᆢ뭐가? "
" 그냥. "
"...... "
" 내 이름은 정호석이야. 오늘 전학 왔고ᆢ. "
" 왜 날 도와줬어? "
" 우리 반 애들은 모두 방관하기 바쁜데. "
" 그런건 이상한 거라고 생각해서. "
" 뭘? "
" 방관하는 거. "
마음이 이상했다. 순간 오늘 처음 본 저 애에게 조금이라도 내 심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잠시 내 온 몸을 스쳐갔다.
그 애가 이 학교에 전학 온 뒤로 나를 괴롭히던 애들의 몸부림도 적당히 선을 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CCTV 가 없는 곳에서 나에게 심한 분풀이를 한다던가, 숨도 쉴 틈없이 물고문을 시키던가 방법은 다양했다. 그 애들이 날 대하는 방법이 과격해진건 다 이유가 있었다. 당연히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될 수가 없었겟지. 그들이 나를 계속 괴롭힐수록 옆에는 정호석 그 애가 있었으니까. 어느날 그 애에게 가만히 물었던 적이 있었다.
" 왜 매번 날 도와주는거야? "
" 어느날 갑자기 불쑥 날 찾아와서 날 구해준 것도, 항상 내가 위험하면 그 옆엔 네가 있었어. "
" ᆢ나 니가 그토록 찾던 사람인데. "
" 이쯤되면 알아챌 때도 되지 않았어? "
" ᆢ 설마 너. "
" 나 너를 지키러 온거야. 한지유를 지키러 온 수호자로. "

나는 그 애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그동안 자신을 지켜준 그 애의 품에 안겨 설움이 가득 담긴 울음을 터뜨렸을 뿐. 그 애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이 위험할 때 마다 항상 옆에 있어 나를 지켜줬던 것도, 그리고 아주 예전의 일도, 그 아이는 언제나 티가 나지 않게 나의 수호신 역할을 묵묵히 해주었던 것이었다.
" 왜ᆢ왜, 이제 왔어. "
" 조금 더, 일찍, 와주지. "
"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

" 흐어어어엉ᆢ. "
그 애가 내 머리와 등을 토닥여 주는 손길에 따라서 한참을 울었던 난 17살 여름에 그렇게 애타게 찾던 내 수호신을 찾아냈다.
그날 이후로 날 죽도록 괴롭히던 무리는 모두 법정 판결을 받아 소년원으로 끌려갔다. 부모님은 법정을 나선 그날 날 끌어안고 몇 번이나 우셨는데 그때 난 부모님이 우시는 것을 처음 보았다.
몇 개월 후, 난 드디어 예전의 그리웠던 편안한 학교 생활을 되찾았고 그런 나의 옆에는 항상 나만의 수호신이 곁을 지켜주었다. 그래서 결말은 뭐냐고? 행복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