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바람처럼
새로운 모든 시작에게 보내는 작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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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장. 아름답고도 경이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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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날이 가까워졌다. 인심 넓은 아주머니께선 떠날 두 아이를 위해 따뜻한 목도리를 떠주었다. 어느새 가을이었다. 바람은 쌀쌀했지만 아이 둘을 포근하게 안아줄 수 있었다. 하늘은 드높았고, 그러한 날이었다.
“정국아!”
떠나기로 한 날 아침엔 숙소 문 앞에 화관이 놓여있었다. 어린아이가 만든 듯 했지만 정말 예뻤다. 분홍색 꽃으로 가득한 화관을 쓴 여주가 화관 밑에 놓여있던 쪽지를 집어들었다. 쪽지엔 작지만 당찬 산들바람의 소원이 적혀있었다. ‘나도 떠날거에요.’ 그 쪽지를 읽고 급하게 동산을 찾았지만 동산은 처음부터 정국이란 아이는 없었단 듯이 고요했다.
“상심하지 마.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 거야.”
“응 그렇지만, 마지막 인사는 나눌 수 있을 줄 알았는걸.”
“마지막 인사, 나누지 못하도록 먼저 떠난거야 마지막이 아닐 테니까. 정국이는 곧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파란 목도리를 두른 지민이 여주에게 빨간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다정한 말 만큼이나 다정한 손으로 단단히 감아주었다. 아이들이 떠나는 것을 배웅해주러 나온 아주머니께서 애써 아쉬운 기색을 감추며 지민의 손에 바구니를 들려주었다.
“고마웠어. 잊지 못할거야. 이건 샌드위치인데 가다가 배고프면 먹어.”
“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그동안 감사했어요!”
와락 달려드는 여주를 아주머니도 자연스레 안아주었다. 지민이 바구니를 챙겨들고 마차에 올라탔다. 진짜 떠나는구나. 아니, 떠난다기보단 잠시 쉬던 바람이 다시 제 길을 간다고 해야겠지. 떨어지는 낙엽을 쥔 지민은 그저 혼자서 조용히 생각했다. 휴식을 끝내는데 주는 축복으론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안녕히계세요! 꼭 다시 찾아뵐게요!”
이별을 장식하듯 마차길엔 길도록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다시 제 갈 길을 떠났다. 어느새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검은 하늘 위로 비행선이 떠올랐다. 우리랑 똑같아. 어딘가로 가고 있어. 여주의 졸리운 목소리에 지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내일 점심 쯤이면 도착할거야.”
“응, 지민아 저것 봐봐.”
“응?”
“별, 오랜만에 본다. 예쁘지.”
“유성이 많네.”
그날 밤 하늘은 유난히도 유성이 많았다. 그 떨어지는 별들 중 하나는 지금 지민의 어깨에서 잠들어있었다. 적어도 지민은 그렇게 생각했다. 과거의 누군가도 했었을 참 아름다운 생각을 하고있었다.
저 별들 중 가장 아름다운 별 하나가 떨어져 제 어깨에 기대 잠든게 분명하다고.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