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아 유성을 바라던
그 고래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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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장. 그 고래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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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행선이 뜨지 않는거야.”
“여기선 밤에 뜨더라. 이 주위나 둘러보자.”
여주와 지민은 넉넉히 모아놓은 돈을 밑천 삼아 거리를 돌아다녔다. 낯설던 딱딱한 돌바닥도 정비된 흙길도 이젠 봄바람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가을이 선듯 다가왔는지 시원한 바람의 도시에 두 아이가 있었다.
“이 잔디밭에 앉아서 쉬었다 가자.”
뼈대만 남아, 어쩌면 온전한 자신이 뼈대 뿐일지도 모르는 그 탑은 하늘에 닿게 뻗어있었다. 여주는 그 뼈대의 탑을 굉장히 좋아했다. 태형을 찾으러 파리에 왔지만 오히려 파리는 여주에게 있어 꿈의 도시였다. 파리 자체가 꿈이 아니었다. 파리는 여주에게 꿈을 주었다.
여주는 언젠가, 저택 사용인들의 말로 동양의 피가 섞인 백작가 삼 형제의 이름은 모두 동양계 이름인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영어로 된 이름은 따로 존재했는데 그 중 태형의 이름은 카터였다.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호수와 꽃의 꿈을 꾸고 있을 때의 자신에겐 태형과 카터, 그뿐이었으니까.
“카터..!!”
언젠가, 잔디밭에 앉아 온전한 한 송이의 물망초처럼 바람을 즐기던 여주의 귀에 카터, 라는 이름이 들렸다. 바람이 흘러오듯 여주의 귀에 박힌 그 이름에 여주가 별안간 지민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싸늘한 가을바람이 스쳐지나갔다.
“태형이 이름이 들렸어.”
“정말? 어디서??”
이미 지나간 바람을 잡을 순 없었다. 어둑해지는 하늘 위로 비행선이 떴다. 비행선이 여주의 머리 위를 미끄러져갈 때, 홀린 듯 그녀는 비행선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춥다. 목도리라도 할 걸 그랬어요.”
“넌 목을 드러내는게 예뻐.”
활짝 웃고 있는 태형의 얼굴을 마주했다. 아득해져, 이만 잊어버릴 것 만 같던 그 얼굴로 태형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가 웃는 이유를 안 여주는 더이상 태형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그의 옆엔 아리아나가 있었다. 문득 아리아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도 파리에 가는구나. 나도 파리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그분도 아리아나 당신을 사랑하시나요? 아리아나가 그 질문에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카터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을 찾은 듯 아리아나와 마주보며 웃었다. 그 동산에서의 웃음보다 더 밝게. 그 둘의 모습 뒤로 비행선의 종착지가 보였다. 하늘을 유영하던 고래는 그곳에서 완전히 땅에 맞닿아있었다.
파리까지 벅차게 유영하던
작은 고래가 바라던 꿈의 추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