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띄운 꽃 한송이

제 27장. 그 기다림의 끝엔

언제나 설레는 것이잖아요.


언젠가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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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장. 그 기다림의 끝엔

















*

“정국아, 이거 먹어봐.”




“맛있겠다! 누나가 만들었어요?”







단란한 하루였다. 고래가 튀어오르지 않고, 동산의 풀들은 바람에 맞추어 춤추는, 그런 하루였다. 잠시 정착한 정국은 여주에게 자신이 보았던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꼬리에 우주를 담고 다닌다는 새와, 하늘에서 역동하는 빛들의 춤과, 하늘에 닿을 마치 큰 나무들을, 여주는 그 이야기로 세상을 상상하곤 했다.







“누나, 옆 마을에 축제한다는데, 갈래요?




“무슨 축제?”




“잘 모르겠어요, 거기 되게 큰 교회도 있다니까 구경가요.”






그날은 유난히 지민이 배달 일로 바쁜 날이었다. 정착한 이후로 부쩍 웃음이 늘어난 지민은 어딘가 공허한 여주의 마음을 더이상 보살펴줄 방법을 몰랐다. 그래도 여주는 서운해하지 않았다. 그 긴 시간을, 여주를 위했던 지민이라면 이젠 여주를 떠나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 저기 좀 보세요. 인형이 엄청 커요!”




“그러게, 예쁘다..”







짧게나마 구경한 축제는 즐거웠다. 웃는 사람들로만 가득했고 밝고 활기찼다. 하늘에선 꽃비가 내리고 다양하고 알록달록한 인형들이 인사해주었다. 그 사이에서 여주는 꽃을 파는 어린아이를 보았다. 어디선가, 본 적은 없지만 본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지난 몇 개월간 돌아다니며 보았던, 수많은 어린아이들의 얼굴이 이 아이에게서 보였다. 여주는 꽃을 사주었다. 그리고 그 꽃들로 화관을 만들어, 아이에게 씌워주었다.







“여기가 그 교회야?”




“네, 규모는 큰데 사람이 많이 없네요.”







축제가 열린 동네와는 다르게, 교회는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정국이 말했던 색을 먹은 유리를 보고, 그로 인해 빨갛고, 파랗게 보이는 세상을 눈여겨보았다. 여주도 그렇지 않았던가, 고래의 세상을 보고 꽃의 세상만을 보고 살진 않았던가.







“여긴 뭐야?”




“고해성사실이래요. 잘못한 것을 말하면 용서 받는 곳이에요.”







잠시 아는 사람을 만나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정국에 혼자가 된 여주가 고해성사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잘못한 것, 굳이 생각나는건 없지만 그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결국 그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고해성사실 안은 어두웠기에 스스로를 숨길 수 있었다. 인사를 받자마자 여주는 앉지도 못한 채 하고픈 말을 쏟아내었다.








“어서오세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텐데 제가 그 모두를 외면했어요.”




“......”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는데 뒤돌아섰어요. 그래도 그 사람은 제가 없어도 행복할거에요.” 




“괜찮습니다. 하나님은 모두를 용서하실겁니다.”







그럼 그렇지, 여주는 잠시나마 기대했던 마음을 접고 고해성사실을 나왔다. 천장을 가득 메운 모든 태초의 시작을 그린, 그 그림을 보고 있는데 고해성사실의 옆문이 조용히 열렸다. 조금은 슬픈 눈을 한 여주가 뒤를 돌아보았을때 여주의 눈엔, 믿을 수 없는 것들이 담겼다.







“태형... 태형아...?”




“...그거 나야? 너 없어도 행복할거란거. 난 너 엄청 기다리고 찾았는데...”




“아니야, 아니야 태형아...”







얼마나 마법 같은 우연이었을까. 호기심에 고해성사실의 목사석에 앉아본 태형과, 문 하나를 두고 지나칠 뻔 했다는건. 오랜만에 다시 본 태형은 달라진게 없었다. 조금 더 키가 크고 얼굴빛이 좋아졌다는 것 빼곤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의 여자는 누구야? 내가 보고싶진 않았어? 하는 모든 질문은 속으로만 삼켜졌다. 여주가 고해성사실에서 말하였던 그 사람이 지민이라는건, 끝까지 모를 진실이었다.


그 둘은 오래도록 서로를 끌어안았다. 이젠 특이하지 않은, 안정된 심장박동으로 서로를 느꼈다. 정국은 그날  다시 교회로 돌아오지 않았다. 세상엔 여주와 태형, 둘과 그 서로만 존재했다. 너무나 멀리 돌아온 인연이 아니던가. 이만 행복해도 되는, 사이가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