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심리

몽글몽글 심리 4

Gravatar

몽글몽글 심리














됐다, 내가 무슨 말을 더 해. 나중에 저녁 먹을 거나 생각하고 있으라는 통보 후에 끊긴 전화. 괜히 끊어진 화면만 응시했다. 그래, 순간적으로 내가 잠깐 잡생각을 했나 보다. 너는 나를 그렇게 생각할 애가 아닌데. 나를 위하는 친구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데.

우리 사이 무사히 해결된 것… 맞나? 무튼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오해도 풀렸고, 입맛도 돌아오는 것 같고. 기분 좋아져서 가운 주머니 안에 있던 청포도 알사탕 꺼내들었다. 한 알 까서 입 안에 집어 넣었더니, 달달한 향부터 시큼거리는 맛까지…. 꽤나 괜찮았다.




“보자… 다음 상담은….”


헐 뭐야. 오늘 없네! 모니터 속 예약 차트를 계속해서 스크롤했음에도 불구하고 뜨지 않는 예약명단. 오예~ 오후는 여기서 시간만 때우다 가야징~! 속으로 신나 하며 그대로 알사탕 와그작 깨물었다.

호기롭게 가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지탱하고 있었을까. 한낮의 햇살은 뭐 이렇게 뜨거운지. 피부가 다 타버릴까 겁나 서둘러 창가 블라인드를 내렸다. 그리고 돌아서서 다시 자리에 앉으려는데…



“살려주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다들 점심 먹으러 가고 나뿐인 줄 알았는데? 누가 더 있었나 싶어 허겁지겁 진료실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그게… 단순히 한가롭지만은 않은 오후가 될 거라는 징조였겠다.










-🤍-













소리가 들리는 상담센터 현관 쪽으로 달려가 무슨 일이에요!를 외치기도 전에 보이는 광경.


“…설쌤.”

“하린 씨…!!”


정하린. 같이 일하는 후배. 현관 데스크에서 일하는 친구인데,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가 어디서 들어온지 모를 한 남정네에게 목덜미가 잡혀있는 게 아닌가.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을 하고서.

모자를 깊게도 눌러쓴 누군가는 하린의 목덜미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아, 큰일났다. 자각하기 무섭게 목이 바싹바싹 말라오는게… 방금까지만 해도 달던 사탕의 맛이 쓰디 쓰게 느껴지더라. 우선 그를 진정시키려 한 걸음 내딛자, 급기야 날카로운 흉기를 꺼내들고서 오지 말라고 겁을 주는 그.


“…진정, 하세요.”

“우리 지우… 내 아들….”


지우, 라는 이름이 들려오자 흠칫했다. 그 이름을 중얼거리며 급기야 고개를 떨구는 그에, 하린이 몸을 떨었다. 지우… 불과 몇 시간 전에 엄마와 이곳을 떠나간 아이. 지금쯤이면 이혼 절차를 모두 다 밟았을 엄마와, 이 지역에는 없을 아이.


“우리 지우랑 상담한 년 나오라 그래.”

“….”

“내 아들한테 이상한 거 가르친 년 부르라고…!!!”

“접니다.”



숙였던 그의 고개가 들어졌다. 그의 초점 나간 눈빛은 가까스로 나에게로 닿았다. 왜인지 모를 한기가 느껴졌고, 이상하리만치 소름이 돋는 분위기가 풍겼다. 잠깐의 정적 후에, 모자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더니 하린의 목을 조이던 옷깃을 놓고서 내게로 한 걸음씩 가까워졌다. 사람이라곤 셋뿐인 큰 건물 안이 유독 무섭던 순간이었다.

하린은 해방되기 무섭게 땅에 떨어진 제 핸드폰을 주웠다. 나와 시선을 주고 받더니 경찰에게 전화를 하려는 듯, 이곳을 서둘러 빠져나갔다. 물론 나도,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의 화면과 버튼을 아무렇게나 두드리며 누군가에게로 전화… 아니 마지못해 문자라도 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하, 당신이었어?”

“….”

“…와, 나 진짜…ㅋㅋㅋㅋ”


실없는 웃음을 터뜨리는 그였다.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눈빛만큼은 날 죽이고도 남을 듯한 의미라는 걸. 당장이라도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이 남자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아내가 이혼을 제의한 것도, 제 말을 온순히 따르던 아이가 반항을 하기 시작한 것도 다 나를 만난 후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할 테니.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이야기? 뭔 이야기.”

“….”

“니까짓 거랑 뭘 더 이야기해. 어?”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던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심장이 귀 옆에서 뛰는 것처럼, 두근거리는 소리가 온 머리를 진동시켰다. 그만큼 겁에 질렸다는 소리다. 그렇게 마침내 그가 내 코 앞에 다가왔을 때에는… 끝내 눈을 질끈 감았다. 흉기에 찔려 다치든, 어떠한 욕을 더 듣든, 한 대를 맞든, 다 거기서 거기였다.

그렇게 몸을 움츠리는데… 문득 드는 생각. 대체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러고 있는 거지. 아동학대를 숨쉬듯이 저지른 게 누군데. 아내가 이혼을 다짐하게 만든 게 누군데. 먼저 잘못을 저지른 게 누군데. 어째서 내가 이러고 있는지, 순간적으로 너무 억울한 거 있지. 그래서 막 나가기로 했다.


“…어디서 눈을 부라ㄹ,”


그가 내 면전에 대고 고함을 칠 때, 그의 손목을 쳐서 손에 쥐어진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삐뚤빼뚤한 모양의 깨진 조각이었다. 아마 그 행동이 그의 화를 더 불러 일으킨 걸까. 바닥에 떨어진 조각 한 번, 날 한 번 응시하더니 이내 나의 목을 조이며 등 뒤의 벽으로 밀어붙였다.


“ㅇ, 윽…”

“…이봐 의사 선생. 내 손에 죽고 싶어?”

“…읍. ㅇ,으…!”

“가정사 참견도, 정도껏이야. 응?”


더이상 뭐라 말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었다. 숨은 안 쉬어지고, 점차 손끝의 감각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아, 여기서 죽는 인생은 심하잖아. 무슨 이런 결말이 다 있…

그때, 목에 전해지는 강한 타격감과 동시에 코로 숨이 쉬어졌다. 가까스로 살게 되자,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고 우선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그렇게 한 번에 숨을 몰아쉬고 있었을까, 정신 없는 시야 속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Gravatar

“…이 새끼 실수하네.”


니가 뭔데 얘를 건드려. 눈 돌아가서 그에게 소리치는 김태형의 모습이 희미하게 잔상에 남았다. 여길 어떻게 온 건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 쟤 저러다 사고 치는데. 말려야 하는데. 분명 머리로는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몸이 안 움직였다. 뭐라 말도 못하다 그렇게 의식이 끊겨갈 때즈음, 내게로 다가와 내 등허리를 받쳐주는 김태형에 정신이 좀 돌아왔다.

몇 번 기침하니까, 꽤나 오래 조인 목에서 지끈거리고 따가운 통증이 느껴졌다. 세게도 졸랐네. 아파서 뒤지기 직전이었는데, 너라도 안 왔으면 진짜 어쩔 뻔했어. 안도감이 밀려오니까… 자연스레 밀려드는 눈물.


“…야아 김태형…. 나 지짜,”

“….”

“진짜 지,짜 무서웠, 다고….”


말도 못하고 내가 너무 서럽게 울면서 숨까지 헐떡이니까,아까 그 눈 돌아간 모습 어디가고 순한 강아지가 된 김태형. 내 머리만 쓸어넘겨주다, 이내 다시 표정 바뀌더니 입을 열었다.


Gravatar

“저 새끼만 족치면 되는 거지.”




저 사람밖에 없는 건 맞는데….


“…아 말 좀. 예쁘, 게 하라고….”


아까부터 말 끝마다 비속어야, 정말.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 와가지고. 






















-🤍-













Gravatar


의무실. 근무하는 곳이 지역 문화 센터라, 웬만한 시설들은 다 갖춰져 있어 김태형은 나를 곧바로 이곳으로 데려왔다. 의무실에 있어야 할 의사 마저 점심시간이라 어딜 가고 없고, 단둘이서 남게 된 이곳. 아까 유리 조각을 떨어뜨리면서 손에 작은 상처가 난 건지, 그걸 봐주고 있는 김태형.

아까 그 남자는, 하린이가 부른 경찰의 도움으로 붙잡혀 이곳에서 겨우 나갔다고 하더라.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네.


“…한 명 더 남았다면서, 여긴 어떻게.”

“취소됐어.”


여전히 그의 시선은 내 손에, 나의 시선은 그의 보드라운 머릿결에. 왜냐고 물으니까 그건 자기도 모른댄다. 경찰 측에서 갑자기 취소돼서 다음에 또 오라고 했다며 내게 투정을 부리는 그였다.


“놀래키려고 연락 안 했는데.”

“….”

“웬 미친 놈이 네 목을 움켜잡고 있잖아.”

“…놀랐겠네.”


Gravatar

“정확히는, 존나 화났던 거고.”



감히 어떤 대단한 새끼가 설여주를. 어이 없잖아. 말 끝나기 무섭게 내가 한 마디 했다. 야 야 야! 욕 좀 줄여. 꿈쩍도 않는 그의 어깨를 퍽, 하고 쳤다. 아무 반응도 안 보인 그는 여전히 내 상처에 신경이 다 가있는 상태. 아, 진짜 이거 별거 아니라니까.


“이따 집에 가서 다시 확인하자.”

“이렇게까지 굳ㅇ,”

“어. 굳이 해야 해.”


꺼냈던 의료 도구들을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은 그는, 무릎을 펴며 일어섰다. 내 말은 듣지도 않아. 그리고선 문을 향해 걸어가는 거 있지. 





Gravatar

“은인한테 점심이라도 사. 나 배고파.”














개인적으로 이 작은
정주행해서 한 번에 보기를
추천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장편도 아니라 10화 내외로 완결이고
내용도 무겁지 않긴 한데
연재 텀이 길어지다 보니 전체적인 흐름 이해에
어려움이 생기니까요🥲

2021 다 가기 전에 완결까지 달려보갓슴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