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여유롭게

8. 나를 당황하게 하는 사람

제8화
나를 당황하게 하는 사람.


(남주 시점)



내가 처음으로 실수를 한 날. 
처음으로 되지 않던 내 능력이,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날 밤 잠을 잘 수 없었다.




그 수술 전에도, 후에도 내 능력에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왜 그 상황에서 그런 일이 생겼는지는 아직 이해되질 않았다.




밤 새워 생각한 결과 그 날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걸로 결론 지었다.


그리고 다시는 정선생을 만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정선생을 만난 이후로 내 삶이 참 귀찮아진것 같아서..
그래서 더 수술을 많이 잡았다. 그래서 더 환자만 바라봤다.



"어디가 아프신가요?"

"다음주에 바로 수술잡아 드리겠습니다."

"다음달에 수술잡아 드릴게요."

"두달 후에 다시 오세요."



내가 오랜시간 고민한 것들을 잊고싶었다.
그 고민은 고민중에서도 괴로운 고민이었으니까.

그래서 수술을 빼곡히 잡았다.
그리고 응급실에서 당직을 했다.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잊으려 했다.







몇주의 시간을 그렇게 보내니, 이제 그 괴롭던 고민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게 다가오는 듯 했다.
더 이상 떠오르지도 않았다. 지금 현재 나는 내 능력을 잘 써왔고, 그 전공의와 만나는 일도 없었다.



또 몇달이 흘렀다. 몇달동안 쉬지않고, 수술에 응급실을 달렸더니 피곤이 많이 쌓였나보다.

왜 하필 그 날이었을까. 또 실수를 해버렸다.
아니, 그것을 나의 실수라고 하기도 좀 그랬다. 그저, 원치않은 상황이 벌어졌고, 나는 그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내가 살던 삶. 수술실, 응급실, 수술실, 어쩌다가 잠깐 연구실.
이렇게 반복하던 삶을 살다가 쌓인 피로때문에 잠깐 남는 시간동안 연구실에서 쉬었다.



내 연구실에 누군가 올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상상해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만의 공간이란 생각에 잠깐 잠이들었나보다.





깨어나 보니 내앞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 전공의. 정선생..


"어, 깨셨어요?"

내 연구실에 마음대로 들어온건가. 
도대체 어떤사람이야, 정선생. 그래놓고는 깼냐니?




"언제 들어왔습니까?"

"조금 전이요.."

"남의 연구실에 마음대로 들어오는게 정선생한텐 아무렇지 않은가보죠?"

"문이..열려서...전 들어와도 되는줄 알고..."


에? 하.... 이래서 내가 아무데서나 자지않는다.
자는 동안은 능력이 통제가 안돼서.. 
분명 잠궜는데, 항상 잠구는데.. 자다가 노크소리에 잠긴문을 열었나보다. 그러고보니 노크소리를 들은 기억이 난다.


"나가보세요. 아무도 안만납니다."


그렇게 눈도 마주치지 않고, 컴퓨터를 켜며 말했다.
그런데 그 전공의... 내 앞에 앉았다.. 뭐하는 사람이야 당신.



"저기요, 정선생. 내가 나가라고 한것 같은데요..?"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전부터 찾았는데, 안계셔서...  그때 그 아이요, 자살하려던. 아무리 생각해도 선생님이 어떻게하신건지 모르겠어요. 그 방법을..."

"정선생?"


좀 들어달라는 듯 숨도 안쉬고 열심히 말하는 전공의의 말을 내가 끊었다.

"네?"

"이제 정선생한테 뭘 가르쳐 주지 않을겁니다. 그것이 뭐든. 나가세요"

"아니, 강선생님. 그냥, 선생님이 어떻게 하신건지.."

"말해줄수 없습니다. 나가세요."

".......선생님은 왜... 사람을 만나지 않나요...?"


진짜로 정선생. 뭐하는 사람입니까 그쪽.
도대체 이해할수 없는 행동들만 한다. 그것도 눈에 잘 띄게.
이제 좀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눈앞에서.

"정선생, 나가요."



왜 나에대해 궁금한건지, 알수없었다.
다들 내가 사람을 만나지 않는걸 성격이라 생각하는데, 왜 정선생은 내게 이유를 묻는지. 조금, 아주 조금 궁금했다.

내가 나가라고 해도 나갈생각을 하지 않고, 레이저가 나올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무언가를 알아내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을 폼이다.


순간 나는 그 전공의의 마음을 읽으려 했다.
그 전공의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는건지, 궁금했다. 왜 이러는 건지 궁금했다.


'어?....'
또 이다. 그 느낌. 내 능력이 통하지 않는 느낌.
그 수술 때에도 이런 느낌이었다. 하... 왜일까..



어이가 없어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전공의의 눈을 나도 바라봤다. 오랜만에 제대로 맞춰보는 시선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시도했다.
전공의, 너의 생각을 읽는 것. 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제 난 궁금해 졌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정적의 시간이었고, 여전히 그 전공의의 생각이 읽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누굽니까, 당신."


먼저 정적을 깬 나의 말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전공의는 나를 멀뚱하게 쳐다보다가 대답했다.


"1년차 레지던트, 정보람이라고 합니다."


그 대답에 내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 그래. 맞지 1년차 레지던트.....


"이제 물어봐도 되나요..?"

몇초간의 정적이 다시 한번 흐르고 이번에는 전공의가 그 정적을 깼다.
그 말이 또, 나에게 무언가를 묻겠다는 말이었다.
내가, 분명히 질문 안받는다고 했는데.


"아니요. 안됩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나는 정선생의 물음에 답해줄 일도 정선생 일을 도와줄 일도 없을겁니다."

"그치만.."

"이제 나가세요. 더 할말 없습니다. 나가지 않으면 경비원 부르겠습니다. 그래도 의산데.. 그건 좀 모양새가 좀 별로지 않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제서야 그 전공의가 내 연구실에서 나갔다.
하... 진짜 피곤하게하네.




하지만, 나도 오늘로써 얻은게 있었다.
한가지, 알게된게 생겼으니까.


내 능력을, 그 전공의 앞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그 날 이후, 내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내가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난지 30년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이때까지 내 능력을 막을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내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내 능력이 통하지 않는 사람.
정선생.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그 사람은 나를 계속해서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사람은 남들과 달랐다. 확실히, 달랐다.

알고싶지도, 대화하고싶지도, 같이있고 싶지도 않던 사람.
이제는 궁금해 졌다.
왜 나를 이렇게 당황하게 하는지..







아침부터 계속 수술이 있던 날.
오늘만, 두번째 수술이었다. 
오랜만에, 그 전공의, 정선생이 내 수술에 들어왔다.


이번에도 아마 내 능력이 통하지 않을것이다.
오늘만큼은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당황하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정선생에게 욕먹는 일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수술, 시작하죠."




수술은 잘 진행되었다. 아무런 문제 없이.
능력을 쓸 상황도 만들어 지지 않았다. 그렇게 잘 끝냈다.

'휴...괜히 걱정했네..'

사실 좀 걱정했었다. 또 저번같은 상황이 벌어질까봐.그때는 운이 좋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수고하셨습니다."



수술실 밖으로 나왔다. 목이 뻐근했고, 그 부분을 손으로 주물렀다. 
"하..."


"힘드시죠?"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드렸다.
낯이 익은 목소리. 

"정선생?"

뒤로 돌아보자, 나에게 음료를 건냈다. 

"같이 마셔요, 힘드시잖아요."


또 내게 다가온다. 


"아직도, 궁금합니까? 뭔가가?"

"네?아, 음... 궁금하긴 한데, 안물을거에요 지금은."

"왜죠?"

"그야 당연히, 선생님이 힘들어보이니까요."

"내가 힘든데, 왜 정선생이 신경을 쓰는거죠?"

"음...같이 수술을 했으니까요?"

"그런 의미라면 됐습니다. 동료같은거 안만들어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아! 잠시만요, 그럼 이 음료라도 드세요"

"아뇨, 괜찮습니다"



정선생이 궁금했습니다.
정선생이 알고싶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인간인지라, 조금 알면, 더 알고 싶어질까봐.
정선생을 만남으로써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싶어질까봐. 두렵습니다.


그래서 안될것 같아요.
나는 인간이지만, 인간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니까요.



잠시 들어갔던 그 울타리에서 다시 나오겠습니다.
그 포근함에 홀려, 울타리 속에서 살고싶어지면 안되니까, 그건 내 주제를 넘는 행동이니까. 



최선을 다하여 피하겠습니다.
혼자 살아가겠습니다. 이때까지 해온것 처럼.

묵묵히 할 일만을 하겠습니다. 주어진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정선생, 잠깐 가진 궁금증. 버려야 할것 같습니다.
두려워서요.
내가 넘은 선. 다시 물러나야겠습니다.
내가 내 주제를 나아가 더 좋은것을 바라게 될까봐요.
저는 그게 두렵습니다.
알게되면 원하게 되니까, 알지않겠습니다. 알려고도 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수술외에 말을 섞지도, 시선을 맞추지도 말아요 우리. 이쯤에서 선을 두고 떨어져야겠네요.


그러니, 정선생도 나에대해 궁금증을 갖지 말아요.
나에게 무언가를 묻지도 말아요.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해줄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