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특정 종교 및 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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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는 건데!"
일단 태형을 따라 무작정 달리기는 하였는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디펜서들의 온 관심을 끌어가며까지 달려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 맞닥들여 당혹감만이 머리 속에 감돌 뿐이다.
[저 놈들 약점 알아냈어!]
태형의 말에 정국과 나의 눈은 튀어나올듯 커다랗게 확장 되었다.
'약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둑하고도 끝없이 공포감을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다가오는 신과 같은 존재를, 죽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약점이 뭔데? 태형에게 묻자 태형의 비장한 목소리와 함께 대답이 돌아왔다.
[저 녀석들은 소리에 굉장히 예민해. 그 소리는 즉슨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소음을 듣는다면 죽음, 까지는 아니여도 잠시동안은 저지를 할 수 있을거야.]
태형의 말에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허나, 어느 정도의 큰 소리를 내어야 저들이 피해를 입는 건가? 아직 그 피해를 입는 정도의 수준을 우리는 충분히 알 수 없었기에 약점을 안다 한들 이 상황을 어찌 해쳐 나갈 방법은 없었다.
[자동차의 경적 소리, 혹은 커다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 그 따위의 소음으로는 피해는 커녕 오히려 이목만 더 집중이 될거야.]
정국의 말에 태형이 옆에서 고개를 새차게 끄덕였다.
일단 뜸 들이지 말고 계속 뛰자고, 나의 말에 태형과 정국은 느려진 발걸음의 속도를 다시 높이기 시작하였고, 기다란 다리로 휘적이며 걸어오는 디펜서들과 거리가 멀어졌나. 싶어 뒤를 돌아 바라보았지만
...사람 따위가 따돌릴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시발! 쟤네 왜 저렇게 빨라?]
태형은 당혹스러움이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조용히해! 더 몰리겠어! 나의 다그침은 태형을 향해 갔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꾸르르륵, 그윽]
기괴하고 불쾌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디펜서는 하나에서 둘, 셋 넷...
그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시발"
벌써 끝인건가. 체념한 상태로 멍하니 디펜서들을 바라보던 그때, 빵빵 거리는 경적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하니들 있지 말고 빨리 타!]
드르륵, 소리를 내며 내려가는 창문의 틈새로 보이는 목소리의 주인은 새로운 동료를 찾기 위해 떠나겠다던 김민지였다.
너가 왜 여기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라보자 답답했는지 동상처럼 굳어있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윽박지르는 민지이다.
[병신들아 빨리 타라고! 여기서 다 뒈지고 싶어?]
민지가 타고 있던건 다름 아닌 생채기가 가득 난 낡은 차였다.
그보다 너, 차도 몰 줄 알아...? 우왕좌왕 얼타며 급히 차에 타자 민지는 우리가 똑바로 앉기도 전에 쌩 출발한다.
[태울거면 조용히 태우지! 이러다간 디펜서들의 이목을 더 끌겠어!]
[시발 쟤네 이름도 있냐? 그리고 구해줬으면 감사합니다 부터가 먼저 아냐?!]
정국의 다그침에 민지는 날카로운 어투로 대답해왔다.
구해준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민지의 경적 덕에 넷이였던 디펜서들은 일곱으로 늘어났다.
아니 쟤네들은 자꾸 어디서 튀어나오는 거야...?
"아냐, 오히려 좋아."
[오히려 좋아 이러고 있네! 야 너 드디어 미친거냐?]
태형이 내 멱살을 잡고 짤짤짤 흔들며 말했다.
"아니 들어봐! 디펜서들이 처음 나타날때, 나팔 소리와 함께 나온 것이 아닌 나팔 소리가 끝난 후에 나타났어.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혹시 디펜서들은 나팔 소리에 약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확실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기각해버릴 의견은 아닌 솔깃하고 예리한 말에 시끄럽던 차 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이내 민지가 입을 열었다.
[그 말이 일리는 있지만... 위험도가 너무 커. 그리고, 나팔 소리는 동시에 나왔다가 이미 끝나서 이제 안 들리는거 아냐?]
[집에서 작동이 되던 라디오를 들었었는데, 전국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 한 것이 아닌 특정 지역이였어. 그리고 그 지역이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이고]
정국이 조심히 말을 내뱉었다.
아, 집에서 들었었지.
"마침 타이밍 좋게 저 쪽이 먹구름으로 뒤덮여 가네."
내 손 끝에 닿은 곳은 너무 멀지 않지만 발로 직접 걸어간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그런 거리에 있는 커다란 회사와 그 주변 큰 건물들이었다.
금방이라도 넓게 갈라지며 틈을 만들어내 빛을 토해낼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하 모르겠다. 일단 가보자.]
김민지의 말을 끝으로 엔진은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뱉으며 더더욱 빠르게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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