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를 자세히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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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 따스한 햇빛 아래 동네 뒷산에 나란히 앉아 나른하고 느긋한 오후를 보냈잖아. 기억해? 난 아직도 너가 내 머리칼을 만져주고, 어느새 손은 볼을 감싸고 나에게 입맞췄던 내 청춘이 생생해. 매미가 찌르르 울고, 이름 모를 풀들이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걸 같이 봤었잖아. 난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고, 그냥 친구라 생각하고 바보같이 너만 아프게 했었더라. 난 넌 좋아했고, 사랑했어. 우리 맨날 깊게 입맞춘 것도, 사랑인 걸 나는 몰랐어. 나는 너가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지고 나서야 사랑인 걸 알았어. 이런 날 용서해줘, 이런 날 다시 사랑해줘. 이 뒷산이 너무 쓸쓸해. 따스했던 햇살은 가시가 돼서 내 가슴에 비수처럼 내리 꽃아. 너무 아파서 고통스러워. 바늘 수십개로 마취 안하고 나를 찌르는 것 같아. 때때로는 물속 깊숙이 계속, 끝도 없이 계속 가라앉는 것 같아. 나는 바보 같이 사랑이 서툰 아이였어. 날 용서해줘. 다시 한 번 그 달콤한 입맞춤을 나누고 싶어. 이제는 나를 용서해줄 때도 됐잖아. 나만, 아픈거 아니잖아.
우리 이렇게 보니까 떨어진지도 되게 오래됐다. 벌써 4년 반이나 지났다? 우리 분명 중3이었잖아. 고작 열여섯. 사랑은 조금 서툰 나이. 수능도 끝나고 성인인데 만나서 술이라도 마시자. 술 취하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 모두 해주고 싶어. 사랑한다 해주고 싶어. 내가 먼저 달콤한 너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어. 이 어둡고 나락에서 이제는 올라가고 싶어. 내 인생은 이미 너로 차버렸는걸. 우리 오랜만에 맨날 앉아있던 뒷산에도 가고 거기서 나란히 누워서 햇빛을 서로 가려주고, 너와 꼭 안고 낮잠도 편안하게 자고싶어. 수면제 먹은 것 같이 스르르.잠이 들었었는데, 너가 없으니까 불면증도 왔었는데. 한 번 만 더, 그냥 딱 한 번만 더 내 눈앞에 나타나줘라. 이 깜깜한 수면 아래 허우적 거리는 나를 일으켜줘. 나, 너가 없으니까 나사 풀린 듯이 이상해. 삐그덕 거려. 공허해. 아프지 않게 안아줘. 입 맞춰줘. 영원을, 속삭여줘.

